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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May 25. 2023

사는 것이 슬퍼도, 어차피 살거라면,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원래부터 많지 않았고, 흐르는 시간을 당해내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숲길에 있는 마음약방, 연남동 심리카페입니다. 


사는 것이 너무 신나고 재밌어 죽겠는 사람도 있겠죠. 그리고 그런 상황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는 않죠. 산다는 것이 슬픈 이유 중의 하나는 나라는 존재의 미약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깨달아 가는 과정에서 다행스러운 사실들도 있습니다. 그 사실들을 알려드리기 위해 이근후님의 <어차피 살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을 다듬어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인생의 비극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절망할지언정 무너지지 않습니다.


젊었을 때는 의지를 앞세워 열심히 노력하면 웬만한 일은 전부 이뤄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을요.


그 자리에 파묻혀 죽고 싶을 정도로 비참함에 함몰되더라도, 그 슬픔이 사소한 기쁨들에 의해 위로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요.


비참함과 그로 인한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즐거운 일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발견하게 되는 사소한 기쁨과 생각지 못한 위로받고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무상감과 비애감을 달래주었습니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예전에 <나는 죽을 떄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을 출간하고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게 사셨나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언제 재미있게 살았다고 했나요?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했지요.



제 인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거나, 행복이 가득하지만은 않았죠. 남들처럼 먹고 사느라 억지로 일해야 하는 시기도 있었고, 생각지 못한 위기를 겪기도 했어요. 


일상의 지루함과 소소한 시련이 번갈아서 찾아오는 평범한 인생이었습니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병들을 앓고 있으니 행복해 봐야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다만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사소한 즐거움을 가능하면 많이 찾아내 만끽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제 인생은 '재미있는 인생'이라기보다 '재미있기를 바라는 인생'에 더 가깝습니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마음먹고 시작했다면 오래 못 했을 거예요.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찾아서 즐기겠다고 생각하니 꾸준할 수 있었습니다. 큰 즐거움은 얻지 못하면 큰 불행이 되지만, 소소한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얻기 쉽고 쌓이면 큰 재미가 됩니다. 






5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니, 사람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원인이 두 가지가 있더군요.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였습니다. 


후회와 불안, 둘 다 모두가 느끼는 것이지만, 과도해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후회한들 바꿀 수 없는 과거이고, 아무리 걱정한들 피해갈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후회와 불안, 이 두 가지는 '지금, 여기'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의 기쁨들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당신이 후회와 불안으로 인해 잠을 설치고 있다면, 이제는 지나온 나의 삶을 수용할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후회해도 내 인생이고, 만족해도 내 인생입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까지 피해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정도면 정말 많이 애쓴 거라고 살아내온 자신을 칭찬해 주어야 마땅합니다.


무언가를 잘못해서 지금에 이른 것만은 아닙니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일들과 상황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후회에 붙잡혀 있는 일상을 살아내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과거의 당신은 그대로 멋졌고, 현재의 당신은 이대로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준비한들 미래에 찾아오는 여러 상실들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일어날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준비는 해야 되겠지만, 준비하는 데에만 모든 일상이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안쓰러운 일입니다. 


불안한 마음을 현재의 즐거움으로 달래는 방법을 깨우쳐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호기심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긴장과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호기심은 자랄 수 없습니다.


과정을 즐겨도 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와 온도가 있는 환경에서 호기심이 자랄 수 있죠. 그리고 그 분위기와 온도는 모든 것들을 다 갖춰 아무런 고민 걱정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줬으니, 이제 넌 편히 호기심을 갖고 생활해도 되는 현실에 없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당신 삶의 기쁨들을 갉아 먹는 후회와 불안에 일상이 잠식되지 않게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일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은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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