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바닷마을 비스섬,
고양이 그리고 푸른 동굴

호미의 유럽 여행 #5. 2025년 9월 27일

by 호미

스플리트 주변 다섯 개의 섬을 배를 타고 투어하는 여행 상품을 와이프가 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걸어 나와서 부둣가 집합 장소로 가니까 청년 둘이 나와 쾌속정에 스무명 조금 덜 되는 손님들을 태우고 출발한다. 처음 당도한 섬은 비스 섬이고 우리가 여행할 다섯 섬 중에 제일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 그래서 출발지에서 비스섬으로 갈때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다. 비스 섬은 정말 예쁘다. 플리트 비체 호수 계곡 물이 투명한 것에 감탄을 했었는데 비스 섬 부둣가에서 본 바닷물도 엄청 투명하다. 난 유럽의 어느 멋진 카페에서 멋진 뷰를 보면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게 로망인데 와이프는 커피를 싫어한다. 그래도 여행 왔는데 어디 한 자리라도 앉을 줄 알았는데 걸어 다시면서 구경하다 그냥 다시 배를 탈 기세로 걸어간다. 와이프가 화장실 간 사이에 커피를 한 잔 샀다. 야외에 예쁜 테이블을 늘어 놓은 관광지 레스토랑, 카페들이 그러하듯 서서 손님을 끄는 직원들은 눈빛이 하이에나 같다. 커피만 한 잔 마시기엔 너무 예쁘게 차려진 테이블. 생각 없이 앉았다가 덤탱이 쓸까봐 무서워서 소심하게 에스프레소 커피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 종이 컵으로 받았다. 부둣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바닷물 속에 물고기들을 구경하면서 커피를 마시는데 옆에 왠 아저씨가 먹던 빵을 찢어서 고기 밥으로 계속 주고 계셨다. 물이 아주 깨끗했는데 내 앞에 바닷물이 빵 쪼가리로 지저분해지고 있었다. 난 솔직히 좀 별로였는데, 더 황당한 게 아저씨가 고기 밥 주고 남은 빵 덩어리를 나한테 주고 가신다. 나보고 밥을 마저 주라고 하신 건지 아니면 내가 거지라고 생각하셨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빵은 아저씨 안 볼 때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배를 탔다.

다음 행선지가 블루 케이브였는데, 어느 섬에 내려 훨씬 작은 배로 옮겨 타고 섬의 동굴로 들어간다. 처음 본 사람은 동굴속 영롱한 푸른 빛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되는데 사실 난 옛날에 배낭여행 갔을 때 카프리 섬에서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암튼 그땐 29년 전이었고 필름 카메라로 동굴속 푸른 빛을 촬영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찍는 족족 잘 나오더라. 이 동굴 속 푸른 빛은 원래 깜깜한 동굴인데 물 밑에 바깥으로 통하는 구멍이 나 있으면 그 곳으로 햇빛이 들어와서 생기는 현상이다. 지금이야 뭔가 초음파 같은 걸 쏴서 이런 동굴을 찾기 쉬을지 모르겠지만 19세기에는 근처 탐험가들이 잠수하다 우연히 발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배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은 원래 없었는데 다이너마이트를 써서 뚫었다고 한다. 블루케이브 탐험은 대략 30분 정도에 끝난 것 같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블루 케이브를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한 뒤 수영을 했다. 블루 라군이란 곳.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검색해 보니 블루 라군은 세계 여기저기 많아 나오는데 어디가 원조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여행 안내에는 수영을 '한다'라고만 적혀 있고 수영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미리 안 가르쳐 준 게 약간은 이해가 됐다. 전날 밤에 마르얀 언덕에서 와이프랑 좀 싸웠다. 여행상품 안내서에는 수영복을 준비하라는 여행 안내가 있었는데, 안에 입고 오라는 건지 따로 들고 오라는 건지 설명이 없단다. 물어 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다른 건 참 잘 물어보면서) 나한테 막 화를 내. 아무튼 몰랐기 때문에 내 맘대로 준비를 해야 했고, 수영복을 안에 입고 돌아다니는 게 싫어서 따로 가방에 넣어 와 배를 탔다. 수영을 어떻게 하냐 하면 비치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바다 위 적당 한 곳에 배를 세워 놓고 알아서 다이빙을 한다. (배를 정박하려면 비치에 돈을 내야 하는데 그 돈을 내기 싫어서 개발한 편법 같았다. 크로아티아 여행사는 늘 이런 방식을 추구하나보다. 대신 싸겠지.) 문제는 20인승 쾌속정에 탈의실이 있을리 없다. 수영복을 어떻게 갈아 입냐 그랬더니 적당히 타올로 가리고 잘 갈아 입으란다. (아 놔-_-;) 바다 한복판은 짙은 파란색이지만 해안선에 가까와지면 수심이 얕아지면서 되게 예쁜 옥색으로 변한다. 크로아티아 섬은 화이트 마블이라 불리는 백대리석이 많다고 한다.그래서 로마 제국이 로마 시내에 중요한 기념물을 지을 때 이 곳에서 돌을 많이 캐 갔단다. 그게 바다 밑에 깔려 있어서 바다 밑바닥이 하얗고 물도 깨끗한가보다. 문제는 해안 근처라 해도 수심이 좀 깊어서 발이 땅에 안 닿는다. 맑은 물에 하얗고 깨끗한 바닥이 보이니 발이 땅에 안 닿는다 해도 물풀이 치렁치렁한 바다에 비하면 안심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난 수영은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능숙하지 못해서 깊은 곳에서 수영하면 무섭다. 배 안엔 구조용 라이프 재킷 같은 게 있어서 그걸 빌려 입고 물에 들어갔는데 그걸 쓰는 사람은 와이프랑 나 밖에 없더라.

tempImageBBEjRu.heic 처음 도착한 비스 섬. 예쁘다.
tempImagexWqJ9w.heic 길고양이가 마중 나와 있다. 되게 싹싹하다.
tempImageiQQ5KI.heic 비스 섬의 골목길. 돌로 매우 튼튼하게 지어져 있는데 오래 돼 보인다.
tempImagekrOcrK.heic 바닷가 건물들은 옛날 모습을 많이 하고 있다.
tempImage8S4YlR.heic 비스 섬 해안의 바닷물. 정말 투명하다.
tempImageiMLeWW.heic 부둣가에 앉아 쉬고 있는 와이프
tempImagePS4DfU.heic 블루 케이브. 색깔이...!
tempImagerbpulZ.heic 때로 청록색으로 찍히기도 하는데 그건 카메라 때문이고 눈으로 본 동굴 색은 비슷했다.
tempImagemzukv9.heic 가이드가 설명해 준 수중 다리. 빛이 들어오는 터널은 수중에 있고 다리가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tempImagev6nMbU.heic 블루 라군에서 구명 조끼를 입고 수영을 했다. (비치가 저렇게 가깝게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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