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이', 이 모 씨의 글쓰기 지옥 탈출기.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된 지 두 달째,
진도로 가는 차 안에서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창문을 열고 소리 지를 뻔했다. 여행길 동행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고 평소 글쓰기를 독려하던 선배는 웃으며 "내가 그랬잖아, 너는 글을 써야 한다고"라고 말했다.
그 기쁨에 취해 그날 밤 나는, 과음을 했다.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며 그동안 모아 두었던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첫날 방문자 50여 명, 고마운 댓글도 달렸다.
그저 누군가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고, 뿌듯하고,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새벽에 눈 뜨면 가장 먼저 브런치에 접속해 조회수와 '라이킷' 수를 확인했다.
숫자가 오를 때면 들떴다가도, 기대에 못 미치면 한숨부터 나왔다.
'왜 이렇게 안 읽히지?' 불안감에 쓴 글을 갈아엎고, 다듬고, 고쳤다.
하지만 결과는 별반 달라지는 게 없었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직업도 아니고, 조회수가 높다고 해서 삶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시간마다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수시로 브런치를 열어보며 숫자에 매달렸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조회수를 올리는 비법'을 찾았다.
이런 내 모습이 우습고 한심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작가의 글에서 이런 내용을 읽게 되었다.
"브런치도 영업이고 광고이며, 포장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정확한 문구는 생각나지 않지만, 얼추 이런 내용이었다.
'아, 여기도 전쟁터구나. 그래,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올라오는 글들, 모두가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고민과 정성이 담긴 결정체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데 그 속에서 주목을 받으려면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 내가 살다 간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
물론, 솔직히 말하면 책 출판이나 협업을 조금은 바랐다.
하지만 사람욕심은 끝이 없었다.
어제보다 방문자가 줄면 이유를 찾고, 어떻게 하면 더 읽힐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런 상태로 다른 작가들의 글을 기웃거리게 되니 그 글들이 눈에 제대로 들어 올리 없었다.
내가 좋자고 시작한 일이 어느새 신경 쓰이고, 고민하고, 실망하는 일이 됐다.
이게 뭐지? 완전 주객전도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1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글을 올렸다.
어느새 19개의 글이 쌓였다.
글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자판 위에서 수백 번씩 다듬어지고 고쳐졌다.
글 하나를 올리기 위해 적게는 몇 시간, 많게는 하루 종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공들인 글도 몇 시간 지나면 쏟아지는 글에 묻혀 사라졌다.
예전엔 심란할 때 뭐라도 끄적이면 마음이 정리되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조그마한 빛줄기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게 이렇게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 20개만 채우고 그만하자. 이렇게 메마른 우물에서 물을 긷듯 바닥까지 긁어댔다간 영영 글 쓰는 게 두려워질지 모르겠다. 고이지도 않는 생각을 억지로 길어 올릴 수는 없으니까. '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던 중, 예전 직장동료과의 모임이 있었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과장님이 말했다.
"네가 전에 보내준 브런치 주소를 지워버려서 못 읽었네. 한번 더 보내줘. 아니, 그러지 말고 단톡방에 올려, 다 같이 보게"
옆에 있던 동료는 "왜 나한테는 안 보내 줘요?"라고 덧붙였다.
그 덕에 엉겁결에 단톡방에 주소를 올렸다.
모임 후, 평소처럼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깨어 핸드폰을 보니 메시지가 와 있었다.
"단편으로 읽으니 좋네요. '눈물의 의미'는 000의 이야기이고, '엄마 잘 있지'는 생생한 슬픔이고, '살고 싶어서 바늘을 들었다'는 현실이고, '빛나지 않아도 되는 별'은 누구에게든 위로가 되는 글이네요"
나의 답장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짧았으나 생략된 말은 더 많았다.
'그래요. 제 이야기예요. 누군가가 들어주고, 알아주었으면 하는 내 이야기.. 그렇게 알아줘서 고마워요.'
그래, 내가 브런치 작가를 신청한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그러니 주눅 들 필요도 없고, 속상해할 필요도 없다.
내 이야기를 읽고 울었다는 누나와 조카, 선배도 있으니 내가 써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전화를 할 때마다 ' 어, 이작가, 잘 있었어?'라고 묻고, 내가 '예, 이자까야입니다.'라고 하면 웃어주는 사람도 있으니.
거기에 소중한 구독자 9명, 글을 올릴 때마다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도 계시니 나는 충분히 쓸 자격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쓰고 있고, 내일도 쓸 것이다.
세상의 모든 쓰는 이들이여,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 열심히 써 봅시다!
추신: 이 글을 읽고 있을 서모 선배, 글이 쌓이면 사비로라도 출판해 주겠다는 약속, 꼭 지켜요.
제가 열심히 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