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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별 Dec 28. 2023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고양이 두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만 고양이 없다며 투덜댔는데 뜻하지 않게 같이 살게 됐습니다. 등무늬를 보고 이름 지은 수컷 고양이 구름이, 구름이 이름에 맞춰 바람이가 된 암컷 고양이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지내고 있어요. 함께 사는 4년 동안 좌충우돌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 귀여움과 앙칼짐이 큰 위로가 되는 건 언제나 변함이 없습니다.



구름이와 바람이는 요즘 제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하루 온종일을 함께 있거든요. 우선 새벽 다섯시쯤 바람이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제 가슴팍을 톡톡 두드려요. 그렇게 세 네 시간을 바람이의 따끈한 온기를 느끼며 잡니다. 아침 아홉시쯤 구름이가 밥을 달라며 아주 세차게 웁니다. 우는 걸 애써 못들은 척 더 자려고 해도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더 크게 웁니다.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제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구름이에 의해 강제로 일어나 밥그릇을 채우고 물을 갈고 모래까지 정리해주면 제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침에 맞추지도 않은 알람을 울려주는 게 고양이지만 그래도 사랑스럽습니다. 이 애틋한 존재들도 가끔 왜 저럴까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물건을 떨어트리는 일입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있으면 옆에 놓인 마우스를 스윽 밀다 결국 떨어트립니다. 몰래 침입한 화장실에서는 아끼는 마스크팩을 변기에 퐁당 떨어트립니다. 작고 말랑한 젤리에 닿는 것이라면 뭐든 밀어서 떨어트립니다.


진지하게 의문을 품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심심하다는 의미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건가 싶어 장난감을 흔들어 봤지만 시큰둥한 반응. 그래서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양이가 물건을 떨어트리는 이유는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참 부럽게도 고양이는 이런 엉뚱함과 다소의 악랄함마저도 사람을 홀리는 매력포인트입니다.



아무튼 저는 오늘도 고양이 두 마리가 그냥 그러고 싶어서 떨어트린 물건들을 정리합니다. 고양이와 살지 않았다면 조금 편했을까요? 침대에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저에겐 어쩌면 고양이가 딱 맞는 인생 파트너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을 위해 게으른 저도 몸을 일으키거든요. 제 끼니는 걸러도 밤새 고양이가 만들어 놓은 감자나 맛동산을 치워주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물론 중구난방 떨어져 있는 물건들도 정리해야 하죠. 지루한 일상에서 몸을 일으키게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 참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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