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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콕재택커 Jan 22. 2024

이더리움의 빛과 그림자: ICO

ICO (Initial Coin Offering)란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어서 이를 배분하는 것을 조건으로 타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초기 개발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IPO를 주식이 아니라 코인을 통해서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필자는 ICO를 암호화폐에 가치가 부여된 최초의 사례로 보고 있다. 2013년 7월 Ron Gross와 J. R. Willet은 비트코인을 한 단계 발전시킨 MasterCoin의 컨셉을 소개하면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한다. 이 링크의 게시글 하나로 진행된 모금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모금 참여자들을 보호할 법적인 장치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4,740 BTC가 모였다. 당시 시세로 50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위 링크에 붙어있는 수많은 댓글들을 살펴보면, 모금에 참여한 인원 중 상당수가 재무적 관점에서 투자를 했다기보다, 재미로 혹은 커뮤니티 구성원을 응원하는 차원, 혹은 암호화폐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표현하는 차원에서 모금에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의 등장은 판을 바꿔놓았다. 이더리움 2014년 9월부터 42일간 진행된 이더리움의 ICO에서는 약 31,000개의 비트코인이 모였다. 당시 환율로 1,840만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의 대성공이었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 자금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고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2015년 7월 이더리움을 론칭했다. ICO 당시 개당 0.31달러였던 이더리움의 가격은 출시일로부터 1년 후인 2016년 7월 개당 10달러를 기록했다. 1년 만에 30배의 수익을 본 것이다. 


이더리움의 성공은 ICO를 블록체인 사업의 표준으로 만들었다.  2017년 3월 중국의 퀀텀 코인은 ICO를 통해 약 1,56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으며, 2017년 7월 테조스는 2억 3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 2015년 제안된 ERC-20이라는 토큰 표준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고 2017년 9월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공식 승인되면서 누구든지 아주 손쉽게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2017년은 소위 ICO의 해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당시 암화화폐 시장은 매우 취약했다. 2017년 당시 ICO의 핵심 국가였던 한국과 중국에서 정부가 ICO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그 결과 암호화폐 시장은 아주 빠른 속도로 얼어붙게 된다. 당시, ICO 자체 외에 암호화폐의 사용 케이스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렵게 발굴된 암호화폐의 가치가 제도적 제약하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 밖의 코인들의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ICO는 그 자체로 가치를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ICO는 암호화폐가 현실세계에서 다양한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 열기를 통해 암호화폐를 전 세계에 확산시켰다. 전 세계에 암호화폐를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중앙화된 거래소가 생겼고, 사람들은 여기서 암호화폐를 구해서 ICO에 참가했다. ICO의 열기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의 손에는 코인이 남았고, 소위 물린 사람들은 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를 계속하면서 탈출할 기회를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자리 잡았고, 거래소들도 남아있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면서 수수료를 벌어가기 위해 서비스를 계속해서 운영하고 개선해 나갔다.


ICO는 암호화폐 업계의 시작임과 동시에 폰지의 시작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업에 대한 투자는 전문 투자집단들이 사업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거쳐 매우 보수적으로 진행된다. ICO와 비견되는 IPO의 경우, 각국 SEC의 규정에 따라 아주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명확한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상당 수준의 성공을 달성한 기업에게만 그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에 ICO의 경우, 토큰만 발행할 수 있다면 백서(White Paper)라고 불리는 대학교 기말 리포트 수준의 페이퍼를 들고 누구든지 ICO를 추진할 수 있었고, 전문적 투자집단 외에도 누구든지 투자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ICO의 연이은 성공 신화로 인해 ICO에 참여하면 최소 투자금의 몇 배를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만들어졌고, 상당 수의 프로젝트가 ERC-20 토큰과 백서 몇 장으로 작게는 수억, 크게는 수백억의 사업 자금을 모금했다. 하지만 백서에 적힌 상상의 세계와 현실은 달랐다. 상상을 사업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했고, 몇 개 안 되는 변수에 대한 논리적 추론만으로 구성된 백서의 세계와 달리 현실의 세계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백서의 꿈을 현실에서 달성하기 위해서는 창립 멤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으나, 많은 경우 ICO를 통해 혹은 그 뒤에 이어지는 거래소 상장을 통해 소위 Exit 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한 프로젝트들은 노력할 동기를 이미 상실해 버렸다. 투자로 획득한 자금을 가지고 노력을 통해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이를 혁신해서 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코인을 현금화시키고 업계를 떠나거나 투자라는 손쉬운 돈놀이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자신이 약속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후속 투자자의 돈을 들고 조용히 사업을 접었다. 


물론, 이더리움과 같은 예외적 케이스들이 투자자들의 자금을 가치 있게 활용해서 혁신을 이어갔고 지금도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폰지로 만들어진 거대한 금액들이 다시 다수의 새로운 사업에 투자되면서 계속해서 폰지와 혁신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이 패턴 속에서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한 몇몇 암호화폐 투자사들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평판과 규모에 기반한 협상력으로 ICO보다도 더 낮은 가격으로 신규 프로젝트의 코인을 매수하고 유리한 타이밍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천 배에 달하는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그 덕분에 웹3 업계에는 그 어느 업계보다 빠른 속도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어느 폰지사기보다 많은 폰지의 피해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 업계의 구조로 인해 폰지의 피해자들은 본인을 투자에 실패한 것으로 자책하고 다음 기회를 물색하며 판돈을 환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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