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콕재택커 Jan 29. 2024

UNISWAP과 혁신: DEX와 거버넌스 토큰

ICO의 금지 이후 약 3년 동안 업계에서는 베어장 (Bear Market)이라고 부르는 웹3의 침체기가 계속되었다. 물론, 그 3년 동안 혁신을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되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블록체인과 연결시켜 암호화폐에 가치를 부여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었다. 3년의 베어장 동안 다양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Dapp)이 만들어졌다 사라졌다. 


이 상황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Uniswap이라는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DEX)의 등장이었다. DEX란 중앙화된 주체의 관리 없이 돌아가는 거래소를 의미한다. 중앙화된 주체가 장부를 관리하는 과정 없이 개인과 개인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이 만들어진 목적, 그 배경에 있는 철학과 합치하는 컨셉의 거래소였다.


하지만 최초에 등장한 DEX들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EtherDelta, IDEX 같은 비수탁형 오더북 DEX를 1세대 DEX라고 하는데, CEX의 오더북을 DEX에 그대로 적용한 형태의 방식이었다. CEX의 경우, 매수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매수 주문을 하고, 매도자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매도 주문을 한다. 그 가격이 일치가 되면 거래가 이루어진다. 매수자와 매도자는 거래가 완료된 경우에 한해 거래소에 수수료를 납부한다. 하지만 DEX의 경우, 거래의 완료와 무관하게 매수/매도 주문을 할 때마다 가스비를 지출해야 했으며, 이더리움의 특성상 CEX에 비해 가스비가 매우 비쌌고 거래 완료 속도는 매우 늦었다.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지출된 가스비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자산을 오더북에 계속 묶어두어야 했다. 또한 이용자 수 부족으로 오더북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DEX 자체가 암호화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1세대 DEX들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사람들은 불편하고 복잡하고 비싼 DEX를 통해 코인을 거래하기보다는 쉬운 UI/UX를 갖추고, 저렴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중앙화 거래소 (Centralized Exchange: CEX)를 통해 거래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이 Uniswap 같은 2세대 DEX였다. 2세대 DEX들은 AMM (Automated Market Maker)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즉, 유동성 공급자 (Liquidity Provider: LP)라고 불리는 이들이 유동성 풀에 자금을 공급하게 되는데, 누구든지 풀에 같은 금액의 자산 쌍을 예치하면 LP가 된다. 유저들은 그 유동성 풀의 자산 쌍을 바탕으로 거래를 하며, 거래가 성사되면 거래자는 수수료를 내고 LP는 수수료를 자신이 해당 자산 쌍에 넣은 금액의 비중에 따라 수수료를 분배받게 된다. AMM의 등장은 오픈북 기반 DEX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함과 동시에 LP에게는 유의미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기 때문에 2세대 DEX의 등장으로 DEX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소위 Defi Summer라고 불린 웹3 시장의 부흥기를 가져온 것은 AMM이라는 개념은 아니었다. AMM 기반 DEX가 오더북 기반 DEX의 문제점을 극복한 혁신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자체로 암호화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철학적 요소, 거래소에 자기 자산을 수탁할 필요가 없다는 점 이외에는 DEX를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LP 수수료는 의미가 있었지만, 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이들은 유동성 풀에 자산을 묻어두고 수수료 수익을 얻기보다는 빠른 속도로 자산을 거래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선호했다.  


시장을 바꾸어 놓은 것은 Uniswap의 거버넌스 토큰 Uni의 등장이었다. Uniswap의 거래 자체는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Uniswap의 모든 것이 탈중앙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방향으로 Uniswap이라는 플랫폼을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LP 수수료를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 것인지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했고, 그동안은 이 결정을 Uniswap을 개발한 멤버들이 진행하고 있었다. Uni는 이러한 의사결정 권한, 즉 Uniswap이라는 플랫폼의 실질적인 소유권을 자산화한 것이었다. 암호화폐에 가치가 부여된 순간이었다. 최초의 ICO는 다른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입증했다면, Uni 토큰의 등장은 토큰에 거래소라는 실물의 가치가 부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발행 첫날인 2020년 9월 17일 Uni 토큰은 1.1달러에 거래되었으나 이틀 후인 9월 17일 7달러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그 후 꾸준히 가격이 상승해 2021년 5월에는 약 43달러까지 가격이 급등한다. 소위 디파이 Summer의 출발점이었다. 그 후 Uniswap을 포크 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체인마다 등장하면서 2021년 내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안타깝게도 2021년에 재미를 본 AMM 기반 DEX 중 다수가 코인 가격 급등으로 소위 Exit을 하고 문을 닫은 상태이다. 즉,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폰지 엔딩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EX는 최소한의 관리만으로도 돌아가기 는 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 누구를 탓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언제나 손해를 보는 것은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다. 


다음 글에서는 스스로를 Defi 2.0이라고 칭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디파이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더리움의 빛과 그림자: IC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