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수묵정원9-번짐」장석남

첫 필사를 했다

by 익명의 글쓴이
#000 「수묵정원9-번짐」장석남 (마하펜,23번 혹은 4번필터)

#1.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은 아니지만, 손을 풀어볼 겸 연습시를 적어본다.

이렇게 각 잡고 손글씨를 써본 것은 대학시절 이후 거의 처음이다.

거의 접해보지 않은 '시'라는 장르에 좀 더 진중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맨날 키보드만 잡고 사는 탓에 '글씨 쓰는 방법'을 잊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이

이번 백일 시필사 참여의 동기였다.

연습삼아 써보니 지금이라도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긴 글을 손으로 써보니 , 손과 펜에 힘이 효율적으로 쥐어지지 않는다.

설상가상 펜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고.

원고지에 어울리는 느낌이라 선택했는데, 내일은 다른 펜을 써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펜을 바꾼다고 모든 악조건이 사라질까?

그래도 처음 쓰는 것 치곤, 한번도 오타내지 않았던 것에 의의를 둔다.


#2.

옆집에 사는 남자가 계속 같은 노래, 같은 구간만 부른다.

몇 달 전에도 불렀고, 저번주에도 불렀고, 오늘도 부른다.

진심빼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노래를 들으며 필사를 하는 기분이란...


화음이라도 넣어줄까 하다가 어느 날 마주칠까 두려워 차마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내일은 엘리베이터 앞에 '노래는 노래방에서' 정도는 써줘야 할 것 같다.

한 층에 4 가정만 사니까 자기인 줄 알겠지.


#3.

'브런치'라는 플랫폼 자체를 처음 써보다보니 처음 시작이 어색하다.

카페, 블로그에 익숙한 탓이다.

하지만 글을 이렇게 쓰고 있자니 뭔가 정갈하게 백지에 글을 써내려가는 느낌이라 나쁘지 않다.

그동안 브런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었는데,

막상 또 시작하니까 별거 아니네. 에잇, 진작 쓸걸.


#4.

오늘은 여유가 나서 이렇게 길게 글도 쓰지만 아마 날이 갈 수록 이미지만 겨우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최대한 하루의 마무리와 함께 필사 시 두 편을 모두 올리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에서의 개인적인 목표.

이백일 잘 했으니, 삼백일차도 아마 거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