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여름
서인에게 가장 힘든 병원 생활은 창문이 없는 병상을 사용할 때였다. 4개월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두 번 정도 약 일주일간 그 병상을 썼는데, 그때의 갑갑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행히 퇴원 환자가 생겨, 창가 병상으로 옮길 수 있었다. 서인이 없는 동안 간호사가 여름이에게 물었다고 했다, 창가로 옮기니까 좋지? 여름이는 망설이다 대답했다, 엄마가 좋아해요. 간호사는 웃으며 말했다, 맞아, 어른들이 창가를 좋아하지. 사실 여름이는 벽 쪽 자리가 더 아늑하다며 옮기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서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재활하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했던 서인과 재준의 기대와 달리, 여름이는 그곳에서의 시간을 무척 따분해했다. 점점 정신이 돌아오면서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병원생활의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과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서인은 전과 달라진 여름이가 가족이 아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온 힘을 다해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미묘하게 달라진 얼굴 표정과 불편한 몸 등 달라진 여름이를 어린 친구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온전히 회복된 후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좋겠다고 완곡하게 말했지만, 여름이는 서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행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 학교도, 어디도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담당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최소 6개월 동안은 학교에 복귀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여름이는 하루라도 빨리 퇴원해 집으로, 제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여름이는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말했다,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 걱정하지 마. 이제 무서워서 그러지 못해. 결국 서인과 재준은 이사와 자퇴 계획을 접고, 집 곳곳의 창문에 잠금장치를 다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퇴원하는 날, 1층 로비에서 서인과 재준은 퇴원 수속을 하고 있었다. 혼자 앉아 있던 여름이에게, 함께 운동 재활을 받던, 환자복 바지에 고양이 후드티를 즐겨 입던 환자분이 다가왔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그는 산책 중 만날 때면 언제나 밝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휠체어는 그와 한 몸인 듯 가볍게 움직였다. 여름아, 퇴원 축하해. 다시는 여기 오지 마, 그는 경쾌한 목소리로 여름이에게 비타민 음료 세 병을 건넸다. 여름이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는 능숙하게 휠체어를 한 바퀴 돌려, 이내 사라졌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에서 그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고 서인은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무덥던 여름 동안, 가족을 잃었던 집이었다. 여름이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집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소금이와 후추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잘 있었어? 언니 보고 싶지 않았어? 여름이는 제 방으로 들어가 창문 앞에 섰다.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여름이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등교했다. 약 4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학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기에, 조회만 하고 오거나 1~2교시만 듣고 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래 걸을 수도 없어서 서인이 차로 등교시키고, 주차장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하교했다.
여름이는 학교로 돌아가면 새로운 세상이 자신을 기다릴 거라고 기대한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여름이의 바람에 충족되지 않았다. 사고 전처럼 즐거웠던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병상에서 꿈꾼 만큼 현실의 실망도 컸다.
담임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간신히 2학년을 마쳤다. 결국 서인의 가족은 이사를 결심했다. 새로운 학교에서 일 년을 어떻게든 버티고 졸업할 것인지, 이대로 그만둘 것인지, 서인은 더 이상 판단할 수 없었다. 여름이는 고등학교는 졸업하겠다며 전학하고 싶어 했다. 세 번째 고등학교였다. 또 한 번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생활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불 보듯 뻔한 일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