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13화 연재 뒷이야기
이런 작업 정말이지, 위험합니다.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과거의 나>를 꺼내 보이다니요.
벌써 3개월 이상 연재하는 작업 위험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불안합니다. 거 참 당황스럽습니다.
아무리 펼쳐 놔도, 치료가 필요했던 한 인간의 모습 슬프잖습니까?
들여다본다 한들, 다시 바꿀 수도 없습니다.
과거를 떠올리면 혹시 좋은 감정이 새롭게 생길까요?
아닙니다. 초조한 감정과 불쌍한 마음과 같은 당시의 감정들이 튀어나옵니다.
옅어지긴 했지만요. 남겨진 감정입니다. 연재 올리고 나면 잊고 지내다 뜬금없이 퍼올린 과거의 마음 때문에 홀연해지고 어색해집니다.
이런 마음을 토닥여 줄 것 같아, 책 한 권 골랐습니다.
공감을 위해 고른 책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입니다. 연재 올린 다음 날, 노상카페로 갔습니다.
저자 '알랭 드 보통'과 만나는 것을 상상하며 야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https://brunch.co.kr/@honey5ria/166
야외 테이블에서 <불안> 책에 몰두하려는 순간이었어요.
바로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던 중년 남성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얼굴 인상이 귀여우시더군요. 그래서였겠죠? 기분이 좋아졌어요.
5분 정도 지나자 귀여운 분 앞자리에 한 여성분이 앉았어요.
흥미가 더 생겼어요. 두 분의 대화가 들렸죠.
본능적으로 생겨난 관심도 있었죠.
읽으려던 책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이라면?
비슷한 상황에 글 쓸 소제를 위해서라도 들려오는 소리를 주어 담을 거 같았어요.
저도 놓치지 않았어요.
프랑스식 디저트 전문점이라 커피 맛은 좋았지만, 황량한 제 마음은 가을바람처럼 한산했죠.
연재를 끝내고 바로 뒤였거든요. 이런 때 감정만 봐서는 '가을 남자'같다고 할까요?
발베니처럼 초콜릿 맛 나는 부드러운 위스키라도 마셔야 할 그런 감정인 거죠.
허해요. 허허 ~ ㅎㅎ
사실 그런 남성분이랑 격 없이 농담이라도 주고받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그분의 관심은 딴 데 있었죠.
그분의 관심을 향한 즐거운 호기심에 웃음이 났어요. 그 큐트 남성분이 가졌던 여자분을 향한 관심과 애정의 온도는 '핫'했다고 짐작해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제가 느낄 정도니까요.
(참고로, 제 테이블과 옆 테이블 거리는 5cm 정도예요. 둘 만의 언어로 대화를 기록하고 싶다면, 내부의 테이블을 선택해 주심이 센스일 듯해요. 프랑스 느낌 테라스죠.)
남성분이 생글생글한 역동적 에너지가 전달되어서 놓치기 아까운 대화가 전개될 것 같았죠.
여성분은 30대 초반이나 중반인 거 같더라고요. 들려오니까, 들려오는 소리에 끌리는 대로 관심을 가져봤어요.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책을 소리 내서 읽기>와 비교했을 때 그쪽 전개가 더 재밌겠죠?
헤픈 느낌 하나 없지만 중년에게는 쉽게 찾기도 어려운 에너지가 발사되고 있었다니까요.
20대 친구님께나 느껴지는 풋풋한 느낌이었죠. 후후~ '신선해'
연인인 줄 알았는데 썸 타는 분위기였어요.
남성분은 야상 점퍼도 벗어 주고, 추워 보인다면서요.
3번 이상 사양하는 여성분보다 3번 거절당해도 4번 권유하는 남성분에게 마음이 쓰였어요.
'그냥 받아 걸쳐요. 추운데 더 춥잖아요. 상대에게 아직 호감이 안 가더라도요. 내 슬쩍 봤는데 말끔하고 점잖아 보이시는 구만요. 아예 관심 없으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거 아녜요? 그냥 편하게 누리시지. 거절은 다른 방법으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여성분은 다시 "그러니까 아직 결혼을 못 하셨죠?" * 3번 정도 반복
결국 남성분도 "아니 그러는 자기는 결혼을 해서 이 자리에 나오신 거예요?" ㅎㅎㅋㅋ
'아이 참~ 오래는 못 가겠구먼요. 저분의 연락이 이후로 없어도 섭섭해하지 마시우~ 아가씨'
아가씨: "집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속이 탄다.. 타..' 남성분이 대화를 이끌 목적으로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면
아가씨: "아니 그런 곳에 소비를 하신다고요? 왜요?"
남성분은 빠르게 화제를 축소하면서 자신의 소비력은 과소비는 아니라고 적금은 따로 얼마 얼마를 한다면서, 변호하시게 하더라고요. 여성분 외모는 옆 라인이라 차마 볼 수 없었지만, 내 속이 타는 이유가 아이러니이긴 했어요. 하긴 잘 될 커플은 어떤 사연을 겪어도 결국 잘 될 거니까.
'내 일이나 잘해야죠.'
조금만 떨어져서 관계를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시간 자신의 테이블에서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저의 작가와 그의 책 <불안>에 집중했습니다.
별 수 없이 책을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두 분의 대화 볼륨 크기로 맞췄습니다.
덕분에 건너 건너편 테이블의 여성 4분의 웃음소리만 "깔깔깔 ~" "호호호~" "ㅋㅋㅋ"
소리 내서 읽어야지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어요.
다행히 알렝 드 보통과 내면 대화는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원서적 표현이 훨씬 주제를 잘 표현해 주는 책입니다.
<Status Anxiety 지위 불안>입니다.
공감 가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역시 "작가를 사랑하는 저"에 대해 다시 확인했습니다.
책 속 문장들에 대해 공감되자 이게 뭐랄까요?
'알랭 드 보통'의 글이 이해된다는 점에 위안을 얻었습니다.
자부심도 은근히 느꼈습니다.
멋진 저자와 찐친이라도 된 그런 마음 때문일 겁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저의 <연재> 작업에 관한 <안전성>을 보장받은 건 아닙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회고>라는 작업 자체는 위험하고 엉뚱한 아이디어입니다.
이 의견은 변함없습니다. 탕탕탕!!! ^^
웬만하면... 분들은 이런 작업 생략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초에 발도 들여놓지 마시라는 뜻입니다.
오늘과 내일의 밝고 당당한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도 벅찬 시간입니다. :)
그렇게 살아도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 때가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감당하고 있지만요. 게다가,
앞으로 다시 꺼내고, 또 꺼낼 수 있습니다.
누군가 원하시거나 제가 풀어내야 할 시간이 주어진다면요.
제가 숨 쉬며 살 수 있는 하루가 크게 감사할 일이구나
나 자신의 초라함, 작음, 미련함 등을 바라볼수록
받을 자격이 없는 상황에 받는 것을 Grace '은혜'라고 합니다.
나 자신과 내가 만날 이웃을 향한 마음 여러 개에
안쓰러운 감정이 부각되어 드러납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이들을 향한 감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꽤나 으시대고 싶고 부러움을 살만큼 부유해 보이려고 안간힘 쓰는 면 있습니다.
성공지향적이면서 무거운 인격을 다시 싸매 입는 이유입니다.
중세 시대 여성들이 사회적인 지위를 얻기 위해 입었던 코르셋처럼요.
아침을 시작할 때 '긍정확언'이나 '소망에 관한 노트’를 새로이 주입합니다. :)
생존을 위한 성실한 노력은 오늘 아침에도 지속가능합니다.
저의 DNA는 생존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 노력이 버틸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그동안 교육받고 훈련받은 생존법은 코르셋은 아닙니다.
자기 계발이나 긍정 마인드 or 삶에 관한 태도였습니다.
새로운 다른 방법이 있으시다면 알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의외로 문학 즉 '소설'과는 담을 쌓았던 기간이 길었습니다.
자기 계발서, 경제, 과학, 시사에 관한 자료를 좋아합니다.
음, 사사롭지만 한 분야에 대해 깊은 정보를 전달하는 책도 좋아합니다.
어떤 일본 작가는 자신의 식사 내용마다 그림으로 남긴 후 한 권의 책으로 출판했습니다.
드라마도 '순한 맛'의 갈등 구조를 맹렬히 좋아합니다.
아껴보는 편이지만, 1차 완료하고 나면 보고 다시 또 봅니다.
갈등 구조가 '매운맛'이거나 '막장'일 경우, <19금> 수준이 아니라
<생각조차 금지> 레벨로 지정됩니다.
바로 '접근금지' 폴더에 분리됩니다.
가끔 우리라는 그룹에서 이런 영상물이 언급될 때 저도 몇 마디 평을 남깁니다.
"그 드라마 뭐야? 너무 잔인하드라~ 꼭 그렇게 전개해야 해?
세상이 더 무서워질 거 같아. 이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파. 슬프다."
하지만 <브런치_연재>를 하면서 바뀌게 된 저의 태도입니다.
문학을 꺼내보고. 문학을 찾아갑니다.
가벼운 깊이 아니지만, 스토리 속 인물들에게 마음을 엽니다.
이야기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 가 인물의 주변인이 되거나 이야기의 전개에 영향을 줄 만한 용기가 있는지? 이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럴 처지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전에 비해 제가 매력적이라는 의견이 업그레이드됩니다. 인간미.. 같은 매력입니다. 사람들을 향한 ‘정’ 같은 마음이 들어서 젖은 눈시울 닦는 모습도 보입니다.
나 자신을 여러 영역과 관점으로 끌어안아주고
있는 그대로 풀어놓아 주는 것.
성공을 위한 오늘과 내일의 생산성과는 상관없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느리게 흘러가는 화면이 더 느려지기도 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 스토리처럼 먹먹한 고요만 들리기도 합니다.
더뎌진 시간의 의미를 의심하지 않아서 두렵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차가운 이성위에 친구님들의 스토리에 제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서정적 마음을 부을 여백이 생깁니다. 방금 전에 먹었던 멜팅 치즈가 들어간 '크리미 스파이스 치킨 멜트' 핫 샌드위치처럼, 따스하고 꼬소한 양식이 될만한 '정'이 만들어집니다. 관계 속 자양분.
더워 죽어도 따스한 아메리카노 라인업에 손드는 저의 센스는 체질 때문입니다.
원래 체질이(?) 차가운 제가 얼죽아 마셨다가는...
<Frozen 허니 왕국>은 이미 북극 나라였을 겁니다.
차가운 여자 허니이긴 하죠.
그래서 브런치와 여러분이 저를 녹여 주시는 좋은 분들입니다. ㅠ ㅜ
투비컨틴 유 ~ + 라뷰 (찡긋:)
https://brunch.co.kr/brunchbook/earth-lo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