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시. & <지구는 아파도 사랑하는 걸> 12화 연재 뒷이야기
( 부제_ Dear 과거의 나 )
과거를 기록하다 보니
여태껏 제대로 보둠지 못했던
상흔이 드러난다.
낯설어질 만큼 멀어져 버린
타인의 아픔으로 분리해 둔
감정들이 여전히 다가온다.
내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
지금의 자아는 진정한 시간 속의
나이고, 지금이 아닌 존재는 모두 타인이다.
기억 속에 뚜렷한 존재
네가 나일 수 없는 이유는
너는 지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타인이라 규정한 너의 아픔이
나의 글 속에 나타나
살아있는 채, 원하지 않는 감정을 주었다.
과거의 너에게 냉소적이거나
못복 척 부인할 것까지 없으나
지금 원하는 존재는 나이지 너는 아니었다.
강하지 못해서 멍들었던 건 아니고
아름답지 못해서 지독히 외로웠던 것도 아니고
서툴러서 그리 초라했던 것은 더욱 아니다.
네 잘못은 아니었으니
너그러움과 지혜로움으로
삶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안아주었다.
겪어 온 기억 속에 존재한다 해서
네가 현재를 대신할 수 없으니
이제 너로서의 빛을 안고 가라!
나는 나로서
여기에
살겠다.
아름다운 존재로
반할만한 내 삶으로
나로서 살겠다.
새 감정들에 둘러싸인 나를
네가 낯설 만큼 고운 꽃처럼
찬란한 마음으로 살겠다.
과거의 나는
너로서
이제 가라.
내 기쁨과 감사에 대해
어떤 반문도 의심도 없는
신뢰 가득한 지금, 나에게
불신을 줄 증거를 너 또한 찾았는가?
설사 너는 불신한다한들
과거는 타자의 소유가 되었다.
원하는 대로 나는 '내가 되었다.'
I will be more beautiful
I will be more precious
I will be more strong
그림은?
그냥 제가 좋아하는 < 장 자끄 상페 > 그림들에요.
<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 연재가
저 좋자고 시작했던 “털어놓기” 프로젝트였습니다.
다시 한번 느낍니다.
“털어놓는 걸 진짜 못하는구먼! 어쩜 그리 못하누 ~
어찌 이리 타인에게 알리기를 싫어하누. 쯧즈"
속 힘든 얘기를 타인에게 잘 말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분을 전환하는 성향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전환하는 방식을 즐겼습니다.
글로든 말로든 툭 털어놓는 방식을 필요하다는 건 느끼지만
제게는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하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이왕 하기로 한 일 정교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이게 해내면 좋겠는데,
쉽지 않습니다. 에휴 ~ 부족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뿐입니다.
닫혀 두고 잘 열지 않던 마음의 방 문을 열어, 무거운 마음의 물건을
낑낑대며 꺼내는 기분이 드는 시간도 많습니다. ㅠ.ㅠ
묻어두기만 좋아했던 저일수록
이 작업이
결국 오늘의 나, 자유로운 내일의 나로
거듭나게 하리라 기대합니다.
같이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많습니다.
함께 해 주시는 힘으로 의미를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