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연재 뒷 이야기_9-10
꽃을 선물로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의 떨리는 마음 덕분에
통 관심도 없었고, 되려 무용한 것이 비싸기만 한 꽃을
저도 기뻐하게 된 계기를 만났거든요.
이렇듯 사랑받는 마음에는 꽃이 심깁니다.
이성(理星)의 텃밭에 한 송이가 봄처럼 들어오더니,
건조하던 마음 정원에 꽃이 피고 점점 흐드러졌습니다.
'지우가 송이로 전해 준 진심에 대해,
그가 숨겨왔던 마음이 처량할 정도로 지쳐있을 때 물어서 들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남았어요.
나의 무정함으로 지우를 아프게 했고,
이제 서로의 얼굴은 꽃으로만 그리워하게 되었어요.
보고픈 지우를 향한 그리움이
빗방울처럼 쏟아지는 횟수만큼,
꽃으로 채워왔더니, 꽃밭이 영글었어요.
저의 마음 정원에 소담스럽게
꽃이 넘친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요?
꽃꽂이를 배우고, 꽃시장을 들르고,
꽃을 보며 웃고, 배운 대로 꽃을 다듬고,
지우가 곁에 없지만, 지우처럼 꽃을 준비하더라고요
마음이 동하는 시간이 면요.
받는 이의 응답, 미소 살포시 보려고
손과 발이 바빠집니다.
고난을 통과하고 얻으신 교훈을 저에게 전해 주셨던 강사 선생님께 같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꽃 시장을 찾아가, 여러 걸음을 오고 가며 좋은 송이들로만 뽑아 고르고, 욕심만큼 챙기다 보니,
무거워졌습니다.
다발이 어찌 무거운지 팔과 다리가 고단했습니다.
시작한 꽃꽂이는 왜 그리 유난스레 뜻대로 되지 않는지요? 고심하고 애써 마무리했었죠.
시간마저 촉박해져 버려서 택시도 탔습니다.
순탄하지 않은 전달 과정의 굴곡 따라 감정도 오르락내리락하더군요.
심연에서 건져 올린 좋은 마음, 감사와 경외만 바구니에 심고 싶었는데요.
잡초도 없는 꽃들을 다듬으면서도, 쓰지 못할 감정들이 나타났습니다.
거르고 고른 마음만 꽂이로 만드는데 성의를 다했습니다.
<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 연재글 쓰는 시간도 비슷하게 채워집니다.
속이 탑니다. 원대로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글 앞에 돌덩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앉습니다.
마감일과 진실한 여러분의 격려와 신뢰 덕분에 '분량이라도 채우자'며 제 자신을 다독입니다.
마쳐내긴 하지만,
부족한 글이라 부끄럽습니다.
절망의 깊은 골까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아침 햇살 좋은 카페에서
지금 마시는 커피 덕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행복한 돌림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찍은 마침표까지를
잘 마무리했든, 부족했든,
쓰디썼던, 고소해서 흡족하던,
아직 쓰지 않은 <글쓰기>의 분량은
설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결핍을 체감하는 것이 답답하지만,
소원이 풍성하게 생깁니다.
다가올 <글쓰기> 시간은 아름다운 마음이 리듬 맞춰 흐르는 서정 넘치는 글로 채우고 싶습니다.
쓰는 동안 안식과 단 꿈을 누리길 소망합니다.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픈 공간 같은 글이 설계되길 바랍니다. 편안한 숲 곁에 좋은 향이 흐르는 것처럼 향기 나는 글이 되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earth-lo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