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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 Sep 03. 2024

긴 여행, 환골탈태일지도...

브런치북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연재 뒷 이야기_7-8화

브런치북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연재 뒷 이야기_6화

연재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7,8화 스토리 배경에 '긴 배낭여행'이 있었습니다.

여행에 관해서도 쓸 소제와 주제들이 생각나서 즐거웠습니다.

그중 일부 남깁니다.




긴 여행은 어떨까요?


'여행의 시작은, 준비하는 시간부터'라고 하죠.

준비 시간에만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있잖아요.

드러나는 행동은 없지만 가장 역동적일 수 있죠.

'조용한 움직임'이 있는데요. 바로 '상상'입니다.

어떤 육체의 움직임보다 자유롭고 속도감도 빠르죠.


여행지로 '아프리카의 사파리'를 선택했든, 제주 해변에서 바닷바람 마셔야겠다 계획했든,

누구나 이 시간에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합니다.

연애로 치자면 '썸 타는 시간' 혹은 '플러팅의 시간'이겠죠.

한 껏 설렘과 기대감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이죠.


짧은 여행이라면 설렘으로만 꽉꽉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을 거예요.

제 여행은 조금 달랐습니다. 배낭여행 기간이 몇 개월이 걸릴지 예상하기 어려웠어요.

3개 월지, 1년이 걸릴지 출발 시간에는 정할 수 없었어요. 다만, 짧지는 않을 거라 확신했죠.

들고 가는 여행 경비를 완전히 다 쓰기 전에는 결코 들어오지 않을 거라 다짐했어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인사이트주는 대사 1


하긴, 럭셔리 여행으로 5성급 호텔만 찾아다니거나 여행 중 사치를 마음껏 부린다면,

하루 이틀 만에도 경비는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겠지만요.

그렇게 소비한다면 금방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할 테죠.

그건 저의 여행 방식은 아니어서요. 저는 할 수 있는 한 '길게' 여행해 보기로 했어요.

긴 혼자만의 배낭여행! 낭만적인 가요?

저의 첫 감정은 두려움이었어요.


여자 혼자 여행한다는 게 위험 요소도 있고요.

설렘만 채우기에는 준비하고 처리해야 할 작업들이 더 중요하게 보였어요.

여행에 관한 책이나 강의를 통해 공부도 하고, 처리 과제들에 대해 시간을 들였습니다.


편도 티켓 하나 끊고 떠나는 여행이었어요.

서울 그리고 가족을 떠나는 '출발시간'은 있었지만, 언제 돌아올 지에 대한 '시간계획'은 없었습니다.

만약 돌아오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길 오히려 바랐어요.

한국으로부터 멀고 먼 곳에서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면, 타인을 인식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아무도 모르는 지역이라면 아예 바닥부터 시작한다 해도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여건이 닿는다면요. 여행 비자로는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





짐 정리? 삶 정리합니다.


길어질 여행 준비라 삶의 부분을 정리하게 되더군요.

살고 있던 집이 자가가 아니었거든요. 일단 집 계약을 정리했습니다.

얼마 타지 않았지만 빨간 스포츠카를 처리했어요.

집은 과천, 직장은 강남이었던 지라, 초보 운전자로서, 저는 운전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운전 한 시간 하고 나면 땀을 뻘뻘 흘렸어요.

운전대 앞에서 항상 초긴장 상태였어요.

주차는 또 얼마나 어려웠던지요.

차를 처분할 때 오히려 시원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시 운전해야 할 텐데, 이때 너무 바들바들 떨면서 운전을 한 탓에 여전히 운전대를 안 잡고 있습니다. ㅜ.ㅜ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검소하게 신혼을 시작하겠다는 지인이 원했습니다. 

그 커플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부분은 무척 감사했습니다. 

곧 아내 되실 신부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현실적인 계산을 너무 하다 보니 사랑도 결혼도 계속 미적거리는 저에 비해 그 젊은 신부님의 강단이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로운 삶이라면 검소한 신혼살림도 좋다는 그녀의 해맑고 밝은 용기가 한 편으로 부러웠습니다. 당차고 다부진 자신감이 느껴지는 신혼 커플이었습니다. 

(혼수 걱정 없이 사랑한다면 모두 결혼합시다!! ㅎ 그런 한국 만드세!! 아자! )


다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플리마켓을 열었습니다. 뭔가를 직접 팔아보는 경험을 위해서 몇 번 입지 않은 옷은 팔았습니다. 과천에는 정기적으로 이런 류의 마켓이 시골 5일장처럼 열리거든요. 수익에 상관없이 저의 노동력이 들어가는 경험을 갖는 게 좋게 생각됐습니다. 노동을 통해 '사무직'에서 얻을 수 없는 신성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지식생산자들이 '업'으로는 노동을 삼지 않을지언정 가끔 경험하는 것은 유익이 크다 확신합니다.


책도 꽤 정리했습니다. 중고 서적 거래를 위해 알라딘서점을 여러 번 걸어서 다니면서 생각했습니다. ‘지식’에 대한 집착도 일정 부분 ‘허세’와 ‘허영’은 아니었을까?라는 반성을 했습니다. 사실 삶은 지식자체만으로 풍성해지고 고급져지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지식 올바른 가치관을 용기 있게 실천하면서 살아내야 하는 것이죠. 저의 책은 ‘소유에 대한 집착’ 혹은 똑똑해 보이고 싶은 ’지식욕구‘를 위한 악세사리이지는 않았을까?라는 반성을 했습니다.


중년의 문턱에 들어서기 전 긴 여행 준비할 때 생각나는 동물이 있었습니다.

독수리였는데요. 독수리는 40년 살고 나서, 생명을 연장해 70년까지 살기 위해

'환골탈태'를 합니다.

스스로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비우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독수리만큼 강인하고 지헤롭게 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나름의 비우는 작업을 통해 저만의 통찰을 얻었습니다.

짐 즉 지나온 삶을 정리하면서 깨달은 것들입니다.


1. 소유에 열정적이거나 집착하는 것은 정신이 빈곤해서였다. 

여행 이후 삶은, 정신과 마음을 부요롭게 하는 삶으로 방향을 바꿔 가자.


2. 안 쓰는 물건 누굴 주지도 못하는 이유는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 생각 때문이었다.

알고 보면 욕심이자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필요한 이들에게 흘려보내자.

욕심이자 불안은 쓸만한 것들이 아니다. 쓸만한데 내가 안 쓰는 물건이라면, 좋은 주인 만나도록 돕자.

흐르는 골짜기의 물은 썩지 않는다.


3. 이사할 시간에는 책도 짐이다. 고급지고 좋은 나라, 한국에는 공공 도서관도 많다.

꼭 필요한 책은 사서 보더라도, 다 본 책 또한 잘 공유하자.

책 쓰기 위한 참고 서적으로 보지 않는 한 여러 번 들여다보는 책 그리 많지 않다.

책도 흐르게 하자.


4. 성철 스님처럼 무소유로 살 수는 없지만, 소유와 함께 쌓이는 인생 ‘짐’도 있다.

나 또한 이 세상에 영원히 살 존재가 아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잘 누리되, 사용했다면 흐르게 하자.

가두지 말자.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 인사이트를 주는 대사 3


< 독수리의 환골탈태 >

독수리는 새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새로 우리 인간과 같이 70년까지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독수리가 70년을 살기 위해서는 40살 정도에 환골탈태의 결정을 하는 것이 필수다.

독수리가 40살이 되면 그의 긴 부리는 가슴 쪽으로 휘어져서 독수리 목을 파고 들어가며, 날카로웠던 독수리의 발톱은 발안으로 구부러져 굳어지기에 아무런 먹이를 잡기조차 불가능해진다.  또한 높은 하늘과 험산준령을 가볍게 바유자재로 비상했던 날개는 두꺼워짐으로 무거워져서, 독수리의 날개 근육이 무거워진 깃털을 감당하지 못해 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바로 이때 독수리는 그대로 죽음을 기다리다 1년 안에 죽든지, 아니면 환골탈태로 30년을 더 살든지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기로에 서게 된다.  

40세가 된 독수리가 30년을 더 살기 위해서는 150일 동안 높은 산꼭대기의 벼랑 끝에 둥지를 틀고서 전혀 날지 않고 먹지도 않으면서 둥지 안에 머물며 환골탈태의 과정을 극복해야만 한다.

제일 먼저 독수리가 할 일은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굽어진 부리가 다 부서지고 닳아져 부리가 다 없어질 때까지 바위에 대고 계속 내리 치는 일이다.  물론 부리가 갈라지고 피가 나며 고통스러워도 감내하며 쉬지 않고 밤낮으로 부리를 절벽 바위에 대고 계속 내리쳐서 이전 부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난 후 부리가 다 없어지면 새로운 부리가 날 때까지 오랜 날을 둥지에서 꼼짝 않고 기다려야 한다.  

새로운 부리가 날카롭고 곧바르게 나면, 그 새롭게 난 부리로 발안으로 구부러져 파고 들어가는 발톱을 하나씩 하나씩 뽑아내야 한다.  독수리의 신경중 가장 신경의 완충장치를 해주는 것이 발톱이기에, 독수리의 발톱을 뽑는다는 것은 거의 죽음에 가까운 고통이고 아픔이다.  물론 자기 발톱을 자기 부리로 뽑아낼 때 피가 나고 갈라져도 마지막 발톱을 다 뽑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 먹고 뽑아내야 한다.  발톱을 다 뽑아낸 후에는, 새로운 발톱이 다 자라날 때까지 둥지 안에서 머물며 기다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수리는 새롭게 난 부리와 발톱으로 낡고 무거운 깃털을 하나하나 모조리 뽑아내야 한다.  깃털을 다 뽑아낸 후에 다시 가볍고 힘찬 새로운 깃털이 날 때까지 둥지에서 꼼짝 않고 기다린다.  절벽에서 외롭게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며 극복한 고통과 인내의 5개월이 지나면, 따뜻한 기류가 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너무 오랜동안 날지 않아서 약해진 날개 근육이 초기 힘을 받고 절벽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하늘로 따뜻한 기류를 따라 서서히 치솟으며 날개근육에 힘을 키우고 나서야, 이렇게 환골탈태된 독수리는 천하를 자신의 날개아래 품고 태양을 향해 고공 질주를 하는 새로운 비행이 시작되며, 생명을 더 30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earth-loves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인사이트 주는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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