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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언니 Mar 12. 2023

로컬에서 일한다! 뭐부터 알아야 할까?

북 리뷰: 로컬 브랜드 리뷰 2023


“‘로컬’에서 일하게 됐다! 뭐부터 알아야 할까?”


속도와 집세와 교통 체증…야심차게 서울에 온지 17년, 나는 나가떨어졌다. 서울살이의 피로감은 지역에서 살아보는 여행으로 풀었다. 어느 날은 춘천에서 먹게 된 감자빵이 너무 맛있었다. 알고 보니 춘천에 이주해 온 청년들의 아이디어란다. 충격적이었다. ‘나는 지방이 지루하고 답답해 서울에 왔는데 누군가는 기회를 발견한다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로컬병'에 걸린 게. 지역에서 기회를 발견한다면, 경쟁과 비교가 덜한 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또,  서울만이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획일화되지 않은 행복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서울 살면서도 종종 시골에서 왔냐는 얘기를 들을 만큼 서울스타일에 딱히 최적화되지 않았던 나에게는 로컬만이 미래였다. 이것이 로컬병의 증상이다.


로컬병에 걸리니 곧바로 알고리즘이 나에게 ‘시골 살아보기’, ’로컬 크리에이터‘ ‘도시재생’ ‘로컬 브랜딩’ 등 관련 콘텐츠를 마구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로컬에서 로컬 브랜딩 일을 하는 회사에 출근하게 됐다! 문제는 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부랴부랴 핫하다는 로컬 브랜드 계정을 팔로우하고 강연을 듣고 책도 읽으며 로컬의 모든 것을 눈에 보이는대로 모조리 찾아보기 시작했다.


근데 ‘로컬’이 뭔데?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지역적)이니까" - 2019년 벌처, 봉준호 감독


문제는 찾으면 찾을수록 ‘로컬’이 뭔지 혼란해졌다는 거다. 분명히 요즘은 로컬 전성시대라 부를만큼 정부부터 소상공인까지 광범위하게 ‘로컬’을  강조하고 있는데… 개별 브랜드로 접근할수록 정리되긴 커녕 오히려 애매하고 모호했다.


처음엔 단순히 도시와 시골을 구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강남’도, ‘연남동’도 로컬이란다. 그리고 미국도 ‘로컬’이란다. 지리적이나 행정구역으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말에서 쓰는 '로컬'은 지역이나 지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문화적으로 재해석된 의미도 담고 있다.


월급 반납해야 할 뻔했다. 평소 ‘로컬 브랜드’를 향유하고 있어서 안다고 착각했나 보다. 이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다시 겸손한 로린이(로컬 어린이, 로컬 초년생)로 돌아가기로 한다. 로컬 큐레이션 매거진 '비로컬' 김주혁 님은 “로컬이 태동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명징하게 정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만나게 된 <로컬 브랜드 리뷰 2023>에서 짧지만 가장 종합적인 정의를 내렸다.

로컬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기 전에 먼저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로컬은 일상적으로 더 큰 공동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글로벌 관점에선 한국도 로컬이다.  기준이 내셔널이라면 국가보다 낮은 단위인 지역, 지방, 동네가 로컬이다.

로컬을 어떻게 정의하든 문화경제 시대에 중요한 것은, 로컬의 문화적 가치다. 지역이 독립적인 문화를 창출할 수 있어야 로컬로서 의미가 있다. 로컬의 정의도 독립적인 문화를 창출하는 최소 생활권 단위로 정의하는 것이 맞다.

- <로컬 브랜드 리뷰 2023> 중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님에 의하면 로컬의 본질은 복제불가능한 콘텐츠 보유 여부라고. 즉 “동네, 도시, 지역에서 독립적인 문화를 창출하는 생활권“이라고 한다. 조금 더 명징해진 기분이다! 자 이제 로컬 브랜딩을 홍보하는 사람으로서 어디 가서 얼굴 붉히지 않게 됐다.  


제일 잘하는 플레이어가 누군데?


로컬이 뭔지 알았으니 이제 케이스스터디를 할 차례다. 이 책은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발전할 잠재력이 가장 큰 전국 13곳의 로컬이 강한 도시와 동네를 소개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과 연남동, 서대문구 연희동을 비롯해 부산 영도구 봉래동, 광주 남구 양림동, 충남 홍성군 홍동면 등이다. 군산의 로컬 생태계를 관찰하고, 실험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외부에 알리는 일을 해야 하는 내게 딱 필요한 책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맥락에 맞춰 스터디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책에서는 골목길의 개성 있는 로컬 브랜드들이 형성하는 ’상권‘과 이를 지탱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해당 동네가 어떻게 변화를 겪었는지의 히스토리, 민간 측면  아니라 도시 계획과 정책 역할을 통해 설명한다. 지역이라는 규정하기 어려운 히스토리가 쉽게 읽히는데, 행간에서 연구진들의 피땀눈물을 슬쩍 본 것도 같았다.


스터디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빠르게 이식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해당 동네의 맥락에 맞게 도입해 보기 위해서다.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사업지인 ‘군산’에서 로컬 브랜딩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군산의 히스토리만 더 알아내면 되겠다!


… 마포구는 수상 교통뿐 아니라 사통발달의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인천, 시흥, 일산, 수원에서 오는 직행버스가 많고 2호선, 6호선 공항선, 경의중앙선 등 다양한 지하철노선이 지나간다.... 2010년 이후 도시 문화를 주도하는 공유 경제가 시작된 곳도 마포구다. ‘로컬스티치’가 2013년 마포구의 허름한 여관을 리모델링해 동네 호텔을 운영하다가 코리빙 스페이스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마포구가 주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사랑받는 지역은 아니었다. 서부 한강변에는 난지도 매립지가 있어 지역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됐다.
…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상암지구 택지 개발, 2002년 서울 월드컵경기장 유치, 대단위 아파트와 공원 등 녹지 조성으로 이미지를 조금씩 바꿔나갔다…

- <로컬 브랜드 리뷰 2023> ‘서울 마포구’ 중

거시적인 시야를 제공하지만, 지역 내에서 사업을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여도 지역 자원과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인 사업을 이뤄내는 만큼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에서 어떻게 기관과 커뮤니티와 협력하고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또한 마지막 파트에서는 2023년 주목해야 할 100개의 로컬브랜드도 톺아보고 있다. 개별적으로 관심 있는 브랜드를 찾아가보거나 팔로우 하면 된다.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그다음은?


종으로 최근 로컬 브랜드를 톺아보았다면, 횡으로는 사업지인 ‘군산’에 대해 공부해야 할 차례. <로컬 브랜드 리뷰 2023>은 로컬의 특성이 가장 4가지 자산을 아래와 같이 꼽는데 군산도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중심지 문화 2. 청년 인구 밀집 여부 3. 원도심 형태 건축 환경 4. 로컬 크리에어터의 존재다.


군산의 매력적인 모습들

군산 역시 신시가지조성되면서 월명동 등 중심으로 원도심 형태의 건축환경이 남아 있다. 근대에 가장 많이 개발된 도시로 신흥동 적산가옥 등 시간여행테마의 관광지로 이미 유명하다. SK E&S와 사회적 기업 언더독스가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로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하고 발굴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내에는 원도심 형태의 동네가 있으면서 읍, 면에는 넖게 옥구 평야가 펼쳐지는가 한편 서해로 갯벌과 63개의 수려한 섬이 있다. 또 군산은 공단과 항구, 공항을 갖춘 전북의 산업중심지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도시다.


여기에 하나 더 개인적으로 군산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 군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군산에 집을 구하려고 알아보다가 우연히 ‘군산을 사랑하게 된 서울 분’과 ‘태어나진 않았지만 군산에 살고있는 주민분‘의 도움을 받게 됐다. <여행기 아니고 생활기예요>를 쓴 권나은 작가님, 군산과 군산 지역 도슨트이자 대표적인 군산 동네작가로 꼽히는배지영 작가님이다. 군산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맨 처음에 숙소 구하는 팁을 구하려고 권나은 작가님께 연락드렸는데, 군산에 사는 배지영 작가님에게까지 연결이 되었고, 지역 커뮤니티에 부동산 정보를 알아봐주셨다.


두 분의 핵인싸력에 반해 나는 연고도 없는 군산에 그냥 눌러 앉을까 생각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외지인에게 내 시간을 선뜻 내어주는 일을 나는 해본 적이 있던가? 권나은 작가님은 "군산분들 외지인들이 지역에 오는 것을 정말 환영해주시거든요. 가시면 외롭지 않게 잘 지내실 수 있을거고 가시기 전에도 필요한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라 했고, 배지영 작가님은 "혹시 불편하거나 부당한 일이 생기면 말씀하세요. ㅋㅋㅋ"라고 따뜻하게 환영해주셨다.


이 분들의 독특한 성향인 것인지, 군산에 이런 분들이 더 있는지는 직접 찾아볼 생각이다. 만약 이런 분들이 많은 곳이라면, 어쩌면 군산이 다양한 문화적 생태계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며 ‘연결’되고, 다양성을 모두 품어주는 ‘포용’의 중심지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를 품어본다.


추신.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한 책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어느 날 로컬병에 걸려 지역에서 살며 로컬 브랜딩 일을 하게 된 나같은 사람. 읽을 책 참고해야할 책은 많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개념과 트렌드를 머릿속에 그리고 싶다면 추천한다. 포틀랜드스쿨과 네이버가 공동 발행했으며 작년 이어 두번째 발간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절판된 <로컬 브랜드 리뷰 2022.(pdf)​> 는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로컬브랜드리뷰2023 #포클랜드스쿨 #로컬이강한도시와동네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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