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온지도 벌써 2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1주차는 쏟아지는 낯설음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지리를 익혔고, 2주차는 지명을 익히고 나니 환경이 조금 편해져서 시간이 금방 갔습니다. 오랜만의 안온한 금요일입니다.
저는 군산에서 자발적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 며칠간, 서울에는 신랑을 두고 일하고 살러 왔다고 소개하면 돌아오는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아유...(새댁이 어쩌다가)" "연고가 있나요...?" "사택이 나오나요...?" "남자가 일하러 내려오는 경우는 있는데..." "(그냥 이해불가)"
별 뜻 없이 나오는 순간적인 반응과 관습적인 표현들 속에서 지역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인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자발적으로 야근하고 고시촌 산다고 하면 쉽게 납득하지만요...)
예로부터 사람은 서울로 가야한다 했으니 이러한 반응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고향인 전주에서 쭉 살았다면 그랬을 것이고,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었던 서울에서의 20대였다면 똑같은 반응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응은이해합니다. 다만적어도 누군가가 지역에 살러 간다고 하면,서울을 중심으로 지역의 고유성을 뭉개는 차별이 내포된 태도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할 뿐 입니다.
그러나 환경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본성을 생각하면 저 역시 시간이 지나면 서울 또는 군산 어딘가에 스며들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디에 소속되게 될까요? 서울사람도 전주사람도 군산사람도 아닌 이방인으로서의 시선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ㅎ 일년 후에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