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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곰 Jul 10. 2023

2023 상반기 결산

꿀곰의 2023년 상반기 생활과 생각 

한달에 한번 꾸준히 월기라도 쓰자고 생각했는데,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지난해 엄마의 암 소식과 함께 월기도 멈췄다. 그로부터 몇달간, 엄마와 병원에 다니느라 정신없긴 했는데.. 그게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시간은 정말 덧없이 빠르다. 그런데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정말 글쓰기가 힘들다. 글 쓰는 걸 좋아했고 거기에 기꺼이 시간을 내서 썼었는데.. 하도 안 써서 그런지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지고 쓰면서도 너무 못 쓰는 것 같고.. 오랜만에 써서 그런건지. 너무 안 썼으니까 작문 능력이 퇴화되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이래가지고서야 무슨 창작을 하겠나!


소비 생활

여전히 마이너스 통장 신세인데 소비하는 것보다는 빚 청산하는 게 먼저겠지만.. 월급도 살짝 올랐는데 왜 허덕이는 건 매달 마찬가지일까.  써놓고 보니 문제는 명백한 거 같은데 산 거 자랑할 게 아니라 돈을 좀 더 아껴써야한다. 그..그렇더라도 침실에 둘 올레드 77인치는 마지막으로 갖고 싶은데..

마지막으로 아스날이 잘했던 시즌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할만큼 암흑기에 빠져있던 아스날이 22-23 시즌 너무 잘해주었고, 비록 우승을 못했지만 너무나 큰 즐거움을 주었고 나는 풋살을 하고 있기 떄문에 모처럼 아스날 레플을 잔뜩 샀다. 홈 유니폼 하나, 어웨이 유니폼 두 장.

상반기 최대의 소비는 올레드 42인치(OLED42C2KNA). PC에 물려서  게이밍 모니터로 전부터 쓰고 싶었는데 좋은 가격에 나와서 질러버렸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할부를 잘 내야겠지만.. ㅎㅎ 이를 위해서 책상까지 바꾼 것은 덤. 

데스커 제품.

27인치로 듀얼 모니터를 썼던 before
42인치 올레드로 4K 게이밍 환경을 구축했다!



운동 생활

등산을 끔찍하게도 싫어했던 내가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하여 한달에 한번 등산을 한지 이제 1년이 좀 넘었다. 혼자서는 너무 힘들 것 같아 친구들과 함께 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10년에 한번 볼까 말까 했던 친구들도 꼬박꼬박 만나는 재미가 생겼다. 

헬스는 그럭저럭 주 2회를 지키면서 하고 있다. 근력 운동에는 도무지 재미가 붙지 않는다. 헬스를 좋아하게 될 일은 앞으로도 평생 없을 것 같지만..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쩔 수 없이 꾸준히 해야겠지.

풋살도 1년 넘게 하고 있다. 나이 서른에 넘어서 축구를 하기 시작해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생 최고의 축구 실력을 찍었다는 점은 약간 스스로에게 흐뭇한 포인트. 아직 뭔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은 즐거운 일이다. 다만 작년에 비해 그새 한살 또 먹어서인지.. 이제는 정말 스프린트도 안되고 많이 뛰어다니기에는 정말 힘이 부친다. 언제까지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대로 즐겁게 하고 싶다.

이 모든 ‘체육인의 삶’ (진짜 체육인들의 만분의 일도 안되지만) 에도 불구하고 체지방 감량은 꽤 오랜 정체기에 부딪쳐있다. 역시 먹는 것을 더 파격적으로 조정하지 않아서겠지. 주말 이틀 동안 집에서 뒹굴면 1킬로 불어나는 건 금방인데 빼는 건 정말 왜 이리 어렵담.. 남은 하반기에는 꼭 6키로를 더 감량해야 한다. 한달에 1~2키로씩만 빼면 되잖아? -라고 다짐을 다잡아본다. (라고 쓰면서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게임 생활

상반기에 시간을 많이 들여 재밌게 한 게임을 나열하자면 지난 연말부터 이어서 했던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데이즈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그리고 최근 한달반 동안 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한 위쳐3까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내 플스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업적을 클리어한 플래티넘을 달성한 게임이 되었다. 고대 이집트를 정말 너무 아름답게 재현을 했고, 덕분에 기자 피라미드 안을 탐험할 때 약간은 신비로운 기분마저 들 정도로 재밌게 했다. 덕분에 이즈음에 이집트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애굽민수” 곽민수님의 침착맨 영상 찾아보면서 재미를 더 했다.


데이즈곤은 좀비물인데, 나는 긴장감이 너무 심한 게임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게임이지만 나는 내가 조정하는 게임 속 주인공이 죽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나마 일반적인 형태의 게임 오버면 나은데.. 물 속에서 익사하는 등의 실제로 상상가능한 죽음이면 뭔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야하나. 좀비떼에게 물어뜯기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죽음이지만 너무 끔찍한 느낌이기 때문에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 역시 그런 면이 있어서 2회차 다시 할 엄두까지는 안 나지만 올초에 충분히 재밌게 한 게임. 미드 한편 보는 기분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재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에 감정이입하며 재밌게 했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는 RPG  요소를 도입한 고대 3부작 시리즈 중 가장 호평을 받은 게임답게 오리진에서 좋았던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캐릭터 스킬과 아이템, 전투를 굉장히 잘 디자인했다. 완성에 가까운 느낌. 오리진이나 오디세이나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오픈월드와 볼륨을 자랑해서 꽤 많은 플레이타임을 넣어서 재밌게 했는데- 2010년대 최고의 게임으로 꼽힐 위쳐3를 하고 나니까 ‘유비식 오픈월드’가 주는 단순반복 퀘스트가 왜 지겨운지 알겠더라.


거금을 들여 산 디아블로4는 초반엔 재미있게 했지만..

하면 할수록 아쉬움이 남고 계속해서 더 플레이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없다. 더 좋은 아이템을 얻거나 스킬 포인트를 올리면 스킬 이펙트가 변경된다든지, 좀 더 직관적으로 성능 향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냥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시간과 공을 들여 키운 캐릭터를 놔두고 시즌 캐릭터를 따로 시작해야 한다고? 그럼 영구 캐릭터에 들인 시간과 애정은 무엇이 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운영.

그리고 특정 빌드만 사용하게 되는 것에 대해, 사용하지 않는 빌드를 버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력인 빌드를 너프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아주 오래된 블리자드식 패치를 디아블로4에서도 당당하게 고수하면서 그게 가장 쉬운 방식이며 다른 걸 버프시키는 것은 어떤 문제를 만들지 모른다고 하는 것은 그냥 게으른 핑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동안의 개발기간과 비싼 게임 가격을 고려하면 더더욱.

캐릭터 커마가 너무 제한적이고 욕 나올 정도로 못 생긴 드루이드 외형에 똥고집을 부리는 것도 맘에 안 든다.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만들었지만 넓고 얇게 펴발라서 밀도는 떨어지고 콘텐츠도 없는데 이동거리와 플레이시간을 억지로 잡아늘렸다. 오픈월드에서 이동중 발생하는 인카운터와 서브 퀘스트들이 아무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뭐, 디아블로가 스토리 보거나 생각하려고 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걸 오픈월드에 뿌려놓았는데 오픈월드에 기대되는 탐험과 발견, 클리어의 재미는 전혀 느낄 수 없고 무의미한 노가다만 남았다. 새 시즌을 시작하면 다시 손을 대보긴 하겠지만.. 하면 할수록 아쉽다.


위쳐3


그런 반면 위쳐를 무척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위쳐를 즐기기까지 8년 동안 수차례의 시도가 필요했다. 위쳐3가 처음 나와서 호평을 받았던 2015년에 바로 구매를 했지만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았다. 표식, 연금술 등은 너무 복잡해 보였고, 조작감도 구리고, 이동과 전투는 뭔가 흐느적 흐느적하는 느낌이고 그렇다고 편의성이 좋거나 친절한 게임도 아니었다. 위쳐3의 명성이 쌓일 때마다 몇년마다 한번씩 재도전을 해봤지만.. 뭔가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을 보다보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라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월 차세대 업데이트가 되고 조작 감도도 최저로 낮추고 마음 먹고 초반 고비를 꾹 참고 했더니.. 드디어 위쳐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위쳐3의 DLC '하트 오브 스톤'을 플레이하면 유령이 주인공 게롤트 몸에 빙의해 하고 싶은대로 노는 퀘스트가 있다. 이 퀘스트는 마치 게롤트를 통해 위쳐의 세계에 푹 빠져서 즐기는 나의 모습에 대한 메타 퀘스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진입장벽을 마침내 한번 넘고 나자 왜 이 게임이 전설이 되었고, RPG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서도 끊임없이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 회자되고 소환되는지 알 수 있었다.


위쳐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다. 물론 악인도 있지만,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선하다거나 악하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다양한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선형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는데, 위쳐3의 메인 스토리와 부가 퀘스트들은 날줄과 씨줄로 정말 잘 엮여있다. 내가 선한 의도로 내린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도 않는다. 가령 주민들이 괴물에 의해 잡아먹히도록 포박해서 내버려둔 탈영병에 대해, 너무 가혹한 처우라고 생각해서 그를 풀어주었지만 훗날 그를 다시 만나면 그는 갱생하기는 커녕 주민들을 상대로 강도짓과 살인을 벌이는 도적이 되어있다. 아, 역시 아무래도 위쳐도 뭔가 위쳐만을 다룬 글을 따로 써야겠다.


이 모든 장대한 서사시를 마치고 나니, 한편으로는 위쳐에서 영감을 받아 뭔가를 창작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끄적이다 말았던 픽션을 정말 제대로 써볼까 하는 생각. 음. 가능할까?


문화 생활

<만달로리안> 시즌3<라스트 오브 어스>를 재밌게 봤다.

특히 만달로리안의 그로구가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을 정도로. 이 두 작품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만한 가치가 있다.

스포츠 

아스날

지난 몇 년간 축구를 보지 않았다. 벵거 감독님 말년이었던 17-18 시즌부터 거의 탈덕에 가까운 상태로 관심을 끊었었다. 에메리가 팀을 말아먹고 내가 좋아하는 외질도 아스날에서의 커리어가 나쁘게 끝나면서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억지로 볼 이유가 없었다. 가끔 소식이나 찾아보는 정도였지만 암흑기에 들어간 팀의 퍼포먼스와 성적은 암울하기만 했다. 현생 살기에 바빠서 자연히 더욱 관심에서 멀어졌고 이제 스쿼드에 있는 선수들도 낯설 지경이었다.


22-23 새 시즌을 앞두고 완전 영입되어 주장까지 맡은 외데고르는 내가 좋아할만한, 창조적으로 게임메이킹을 할 수 있는 미드필더여서 모처럼 첫 경기부터 챙겨보았다. 그런데 어라라? 성적까지 심상치 않네? 하지만 진짜 구너는 설레발을 치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에 팀이 늘 고꾸라지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맨시티와 경쟁하기 힘든 스쿼드 뎁스라는 것을 구너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꼴찌 사우스햄튼에 홈에서 겨우 비기고, 안필드에서 2:0으로 앞서가다가 추격을 허용하고, 브렌트포트에서 오심으로 승점 3점이 1점으로 둔갑하고, 살리바가 이탈한 이후로 수비진이 무너지며 막판에 와르르 무너지는 그런 장면들은 너무나 아쉬움을 더 했다.


그렇더라도, 모처럼 몇 년만에 축구보는 즐거움을 선사해준 클럽의 모두에게 감사. 덕분에 벵거 자서전과 아마존 아스날 다큐멘터리도 봤는데 한 분야에 모든 걸 헌신하는 프로페션의 모습은 언제나 경이롭다.

새 시즌은 트레블을 달성한 펩시티는 물론이고 부활을 노리는 리버풀과 첼시, 오일머니를 쏟아붓는 뉴캐슬까지 더해서 더욱 더 험난한 시즌이 될 것만 같다. 23-24는 "The Invincible" 무패우승을 달성한 03-04 시즌으로부터 정확히 20년이 되는데, 20년만에 다시 한번 영광을 재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산 베어스

지난 시즌 두산 베어스의 9위 추락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하던 팀의 급격한 추락 때문에 나쁜 방향으로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 지난 시즌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베어스는 1선발 미란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4~5위권을 수성하고 있었다. 결정타는 연장전 끝내기가 기묘한 병살로 둔갑하여 충격의 패배를 당했던 랜더스전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PTSD가 생겼는지 올 시즌까지 랜더스한테 호구 잡혔다..) 외국인 투수도 없고, 제 몫을 해줘야할 고액의 FA계약 고참급 선수인 정수빈 김재환 등까지 죽을 쓰면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정철원 양찬열 등 신인선수들이 당차게 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있었는데, 비록 KBO 최고의 명장이라 소리를 들을만한 김태형 감독을 그렇게 보낸 것은 아쉽더라도 이승엽 감독으로 새롭게 시작하며 그 신인 선수들이 새로운 두산 베어스의 막을 열어줄거라는 기대로 이번 시즌을 보기 시작했다. 아, 물론 양의지가 돌아와서 너무 기뻤던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렇지만 김유성 계약은 하아..) 이번 시즌도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불운한 부상으로 부재했고, 이젠 먹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김재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5할 승률 언저리를 지켜내고 있다.

시즌 초 두산 베어스가 5강에 들거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오로지 이순철 뿐이었는데.. 보란듯이 5강에 들어주길 바라고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두산 베어스를 좋아하기 이전에 나의 첫 좋아하는 야구팀은 삼성 라이온즈였고, 그 중심에는 이승엽이 있었는데 모쪼록 이승엽 감독이 베어스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내어 베어스의 레전드 감독이 되면 좋겠다.


지겨운 것

'MZ 타령'과 MBTI 과몰입은 지겹지도 않나? 

먼저 MBTI. 1944년에, 그러니까 무려 80년쯤 전에 심리학자도 아닌 사람들에 의해 개발된 진단 유형 구분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렇게까지 장기간 유행하고 

이제 잇티제가 어쩌고 엔프피가 어쩌고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려면 

(은 아직 쓰는 중)

 

사회 정치

비록 선거에서 내가 뽑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앞으로도 절대 뽑지 않을 정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없다. 못하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그 영향을 받는데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치 세력이 집권했다하여 못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민주화 이후 이제 몇 번의 정권교체를 거대 양당이 주고 받으며 나는 어떤 당이 정권을 잡든 '최소한'은 해줄 거라는 기대는 갖고 있었다. 그래서 윤석열&국민의힘 정권도,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든 우리나라를 최소한 '망치지는 않겠지'라고 내심 생각했다. 


하지만 집권 1년여가 지난 지금.. 잘한 것을 꼽자면 그나마 '만 나이'를 도입한 것 정도뿐? 현 정권에 의한 모든 정치 행위는 박근혜 정부 때만큼이나 퇴행의 연속뿐이다. 이태원 참사라는 충격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총리, 경찰청장 아무도 책임도 지지 않았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역겨운 여론만 남아 세월호 때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도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정부의 일본 외교는 정말 이쪽 정치세력이 정신적으로 일본을 섬기는, '친일'을 넘어선 그냥 내선일체 수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수준이 아닌가 한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문제와 징용 피해자 문제를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받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것도, 방사능 오염수를 일본 정부도 아닌 우리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안전하다고 온갖 난리를 떨어대는 것도 이성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외교부 장관도, 또 어떤 기관장 청문회에서도 역사관을 의심케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던 걸 보면 정말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배 '덕분에' 한국이 발전했고 일본에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다. 일본에 이렇게 퍼주기만 해서 얻는 게 뭐가 있는지 도통 모르겠고, 그 물 마시라면 마실 수 있다고 대답하는 총리나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조 물 퍼마시는 의원 수준을 보고 있으면 이게 현실인지 블랙코미디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여기에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김건희 일가 땅이라는 게 밝혀지자 민주당의 선동 때문에 사업을 백지화한다, 사과하면 재개하겠다는 것까지 보고 있으면.. 아니, 만약에 그 땅이 문재인 일가 땅이었고 정권이 바뀐 다음에 변경되었다면 조중동과 국민의힘이 무슨 난리를 쳤겠냐고.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비판,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은 모두 선동, 날조, 가짜뉴스라고 우기는 걸 봐주기가 정말 역겹다. ('바이든 날리면'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면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당시 반대했던 시민들이 정치적 선동에 놀아났던 한심한 사건-이른바 '광우뻥'-으로 소환하고 있는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이게 민주적인 프로세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얼마나 많은 광우병 소가 있는지, 그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핵발전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었을 때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고 반감기는 얼마나 걸리고 이런 걸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제대로 알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그걸 알아야 할 의무도 필요도 없다. 시민 사회의 공익을 위해 대신 잘 판단하고 결정하라고 선출한 권력에 위임한 것인데, 그것이 왜 우리에게 이득이고 안전한지 충분히 설득하고 설명하지 않고 밀어부치는 게 너무나 반민주적이다. (이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문제엔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한다. 사회적 합의는 지들 필요할 때만 있어야되네?) 하물며 미국산 소고기는 온전히 우리의 문제였지만, 오염수 방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우리 정부가 대변해서 우리나라가 얻는 이득이 도대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 채 그저 "난 마실 수 있다"고 드링킹 쇼만 하는 삼류 정치인만 남아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IAEA의 이론만 있을 뿐, 오염수 방류가 해양 생태계와 인류에게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가 전혀 없는데(일어나기 전에는 정말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그걸 무해할 거라고 확신하는 게 오히려 비과학적 아닌가? 일본 자국 내 발전 시설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전 인류의 안전과 지구 환경을 담보로 싼 비용에 폐기처리하려는 것이 본질인데 왜 그걸 우리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이상 없을 거라고 해주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는게 뭐가 있는데?


이러고도 임기가 4년이 남았는데 무슨 일이 더 일어날까. 아, 나는 정말 이 정부가 우리 사회를 위해 제대로 잘하길 바라지만, 차라리 개가 말을 하기를 바라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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