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속 감추고 싶은 빛나는 보석 _ ITALIA
10년 전 꼭 이루고자 다짐하고 바라던 꿈이 있었다. 세계배낭여행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청년들이 바라는 꿈이기도 하였고, 나 또한 간절히 바랐다. 그 당시 나는 온갖 여행 관련 서적을 수집하여 읽고 여행을 하는 간접경험을 통해 언젠가는 나 또한 반드시 그 장소에서 그와 같은 기분을 느끼리라 다짐하였다. 그중 단연 유럽과 인도는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장소였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사실 인도는 몇 해전에 다녀온 일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내가 생각하던 인도 여행이 아니었다. 내가 보고 체험하고자 하던 것은 관광으로써의 여행이 아니었다. 그저 어린 시절 꿈꾸던 낭만이라고 해도 좋고, 헛된 망상이라고 해도 좋다. 신의 나라 인도에서 나는 신을 만나보고 싶었다. 거리의 부랑자의 철학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관광여행을 하는 나에게 신은 다가오지 못했다. 함께 있던 한국인들은 늘 궁금한 것이 많고 타지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인도 사람들을 경계하였다. 내가 인도 사람들과 가까이 있게 되면 혹시라도 나쁜 일이 생길까 염려하며 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나는 신의 나라에서 신을 보지도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몇 해가 다시 흘렀다. 하루도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던 나에게 어느 순간 모든 일상이 멈춰버렸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앞만 보며 질주하던 나에게 눈 앞에 ‘STOP’이라는 표지판이 보인 것이다. 그런 혼란스러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요즘 청년들의 트렌드라고 하는 여행이라는 돌파구를 찾았다.
그 당시 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행을 준비할 여유조차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동남아 여행을 생각하고 있던 중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권유로 ‘이탈리아’를 나의 도피처로 삼기로 하였다. 이상하리만큼 서로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모두 이탈리아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나 또한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더불어 오랫동안 내 마음의 로망으로 삼고 있던 나라였다. 찬란한 태양의 나라, 수많은 문화유산이 함께 하는 전통과 역사로 빛나는 나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 목록 1,2위를 다투던 아름다운 나라. 그것이 내가 갖고 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이었다. 그런데 그중 이탈리아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부름에 나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탈리아 로마 행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출국하기 바로 일주일 전에.
준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출국하기 바로 전날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었다. 로마에서의 첫날 묶을 숙소도 간신히 예약하고, 짐은 출국하는 날 아침에 싸느라 케리어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있다 근처 마트에서 급하게 구입하였다. 공항으로 가기 전에 은행에 들러 환전하느라 비행기 이륙시간 1시간 전에 겨우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티켓팅을 하는 직원은 친절한 미소 속에 ‘마지막 승객’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다음부터 일찍 오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서두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이유는 출국심사를 거치면서 이해할 수 있었는데, 연말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다 정말 비행기 놓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될 정도였다. 간신히 비행기의 좌석에 몸을 앉히자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창 밖으로 사람들을 싣고 어딘가로 향하거나 이제 막 도착한 비행기들의 모습들이 보였다. 줄 곧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쁜 상황 속에서 여행에 대한 설렘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문득 ‘아, 내가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에 온 몸이 긴장감으로 휩싸였다. 내가 믿을 것이라고는 한 달 전 가족들과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며 빌려 준 지인의 이탈리아 여행 책 두 권뿐이었다. 혼자서 떠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부모님과의 전화를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꺼 두었다. 중력을 이겨내면서 이륙하려는 비행기와 중력의 힘으로 좌석에 더 파묻힌 내 몸 사이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과 여행에 대한 긴장으로 뒤범벅이 된 나의 감정을 추슬러 나갔다. 창 밖으로 점점 작아지는 한국의 낯익은 풍경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웃고 울었을 나의 일상과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힘차게 날아오르던 비행기는 구름 위에 안착하자 평온한 비행을 이어나갔고 어느새 나의 감정은 설렘과 기대로 벅차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