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편지(To. Viktor Lowenfeld)
2021년 9월 25일
서대문에서
친애하는 로웬펠드 님
닿을 수 없는 거리에 계신 로웬펠드 님께 첫 번째 편지를 쓰고 난 후 시작이 다소 쉬워졌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책을 읽는 것과 같은데요. 독자가 작가를 만날 순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작가가 이끄는 대로 휩쓸리기도 하고 때로는 작가의 의견을 묵살하기도 하죠.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로웬펠드 님께 쓰는 편지는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아마 그 누구도 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쓰기 때문일 것도 같고요.) 독자인 저는 로웬펠드 님의 책과 동행 중인 것이 즐겁습니다.
작업실 앞 경의선 책거리 공원을 지나가다 딱 한송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키 큰 꽃을 볼 때 왜 로웬펠드 님이 떠오른 걸까요?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이 1903년에 태어나 1947년 그러니까 당신의 나이 43살에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을 썼는데 그 책을 연구하는 2021년도의 제 나이가 43살이라는 것입니다. 비슷한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같은 나이 43살이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로웬펠드 님은 43살에 미술교육을 집대성했고, 저는 이제 드로잉 안내서 두 권 출판, 겨우 시동켜고 시속 40킬로 정도로 달려봤으니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죠. 당신은 1960년 57살에 돌아가셨으니(안타깝습니다. 너무 일찍 돌아가셨어요.) 120세 수명을 살게 될 거라는 21세기 인간은 조금 더 기회가 있을 것도 같군요.
5p <엄마와 아빠>의 4세 그림으로 시작하는 당신의 책을 보고 있으면 로웬펠드 님이 어디서 이 연구자료를 구했고 아이가 몇 명이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견해는 당신의 책이 가지고 있는 오류를 드러내려는 의문이 아닌 개인적인 호기심이기도 하고(로웰펠드님의 사생활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당신이 연구한 수 천장의 그림과 제가 내밀하게 관찰한 두 명의 어린이의 수 천장의 그림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노여워마시고요. 아무튼 서두부분의 4세부터 시작해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의 대표적 연구자료를 보면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을 왜 쓰는가에 대한 전체적 흐름을 알아볼 수 있더군요.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판형에 깨알 같은 글씨로 338p를 읽어내려면 엄두도 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로웬펠드의 초판 서문 1장 반만 읽어도 좋습니다. 338p의 모든 내용이 녹아있으니까요.
드디어 첫 번째 질문과 답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1.
흔들선 문:
드로잉 안내서 <의자와 낙서> 그리고 <흔들리는 선> 은 어린이와 학부모, 시니어가 주요 독자층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실은 모든 사람 즉, '인간을 위한 미술'을 바탕으로 발행한 책입니다. 전체를 타깃으로 삼는 저의 무모한 도전에 대해 로웬펠드 님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로웬펠드 답: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 또한 미술교육자, 즉 미술교사나 일반 교사,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의 창의적 작품을 미적 관점으로 감상하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들의 창의적 황동의 근원과 내면을 연구하려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쓰인 것입니다. 1947년부터 시작된 제가 더 무모한 도전이죠.
특히 저는 어린이의 정신적, 정서적 발달에 대하여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집중했습니다. 어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예술가라는 이상주의적인 생각은 교육의 기능과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충동을 오히려 무시하는 등의 폐단을 미술교육에 가져왔어요.
2.
흔들선 문:
이상적인 교육을 추구하는 저서들이 완성작품보다는 작업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만 하고 그 견해를 뒷받침할 이유는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저서는 단순한 미적 과정에 의해 제작된 것에 불과한 그림을 제시하여 오히려 작품의 결과를 강조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당신이 보여준 질문이 '미적 결과'로 귀결되는 해프닝을 보여주죠. "만일 어린이가 책에 쓰여 있는 대로 자유분방한 솔직함에 의한 커다란 동작으로 크게 그리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는 제가 성인 워크숍을 할 때도 참여자들에게 똑같이 받는 질문입니다. "의자와 낙서에 실린 도판들처럼 아름다운 결과물로 나오지 않으면 저는 재능이 없는 거겠죠?" 하는 말과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로웰펠드 답:
사람들이 모두 다른 것처럼 창의적인 표현도 모두 다릅니다. 여러 발달단계에 대한 창작과 제작자 사이의 심리적인 관계에 근거하여 미술교육에의 접근방법을 보여주려 시도하고 있는 책입니다. 20년 이상, 수천 점의 작품들을 연구한 결과 완성된 것으로 어린이의 욕구와 부합되고 융통성 있는 방법을 도출하려 노력했습니다. 연구 방법과 접근법은 반드시 유연해야 합니다. 미술교육에 대해 출판하는 필자들의 신념이 미술을 단지 직관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 있는 한, 미술교육은 몇몇 특권을 가진 교육자의 특별한 영역일 뿐이며 일반적인 학급 교사 및 일반인이 미술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어버림을 잊지 마세요.
흔들선 :
오늘의 문답 편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참, 아까 낮에 로웬펠드 님을 떠오르게 한 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1960년 로웬펠드 사망 후 1964년 브리테인에 의해 다시 제4판, 제8판 서문이 작성된다. 그는 로웬펠드가 사망 직전 제3판 서문을 그대로 언급한다.
"훌륭한 교사는 지식보다도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법칙보다는 미적 체험을 중시하며, 개별적인 어린이의 중요성을 잊지 않는다. 이런 교사의 직관적인 자질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며, 이 책이 사려 깊고 융통성 있게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_ 빅터 로웬펠드
존경과 진심을 담아
흔들리는 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