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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Oct 15. 2016

(방콕 7일 차) 방콕, 슬픔으로 검게 물들다

존경받는 왕이 돌아가신 날

존경하는 왕 '푸미폰'이 서거한 날


 어제 카오산 로드에 사람들이 TV를 향해 침울해했다,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왜 사람들이 모두 TV에서 시선을 못 떼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푸미폰 국왕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분쟁이 있을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하며 살아있는 보살이라고 불리던 분이다. 돌아가신 건 어제고 오늘부터 한 달 정도를 추모한다고 들었다.


 방콕의 시민들은 검은 옷을 입고 왕의 죽음을 슬퍼했다. 지하철 플랫폼이 검게 물들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핑크색 피케셔츠를 입었으니 참 무식한 관광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일은 검은 옷을 입어야겠다. 사람들은 침착하고 관광지들도 여전히 분주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기분이 들었다. 존경하는 왕이 돌아가시고 백성들은 슬퍼한다, 왕자는 행동이 경거망동하다고 하니 방콕 시민들이 얼마나 심란할꼬.


  오늘부터는 음식점에서 술을 팔지 않으며 클럽도 당분간 문을 닫는다고 한다.


나는 뜁니다, 룸피니 공원



 이 날도 아침은 집 앞 카페인 Feel so Good에서 샌드위치와 라테로 시작, 서둘러야 한다. 방콕 여행의 버킷 리스트인 룸피니 공원 조깅하기를 실행한 날이기 때문에. 해가 더 높이 뜨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룸피니 공원으로 향한다. 방콕에서의 조깅이라 너무 설렌다.

 결론적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힘든 그런 조깅이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습하고 더운 방콕 오전 10시의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10km 뛸 기세로 달렸지만 5km 마무리, 방콕이라는 콘크리트 덩어리 도시에 이런 녹음이 있음이 행복하다. 땀이 정말 많이 났다. 당황하지 않고 코코넛 주스를 벌컥벌컥 마신다. 한 번은 생 코코넛으로 마시고 한 번은 코코넛 병 음료로 마셨다. 이것이 바로 방콕 조깅의 맛입니다.


유유자적 보내는 방콕의 시간들


 집 근처에 현지인들도 많이 가는 고기 국숫집이 있어 들렀는데 정말 맛있었다. 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이 났고 고기는 면을 들출 때마다 계속 나와서 행복했다. 내일 또 가고 싶지만 더 맛있는 음식이 많을 것 같아 이 맛있는 국수를 앞두고 모험을 떠나야 한다. 그나저나 설사가 너무 심한데 아마 태국 음식에 들어가는 작은 고춧가루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그렇게 생긴 고춧가루를 먹으면 배가 아팠었는데 깜빡하고 팟타이 등의 음식을 먹을 때 확인하지 않고 마구 먹어 배가 아프다.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풋 스크럽 + 풋 마사지 + 헤드 마사지 세트를 600밧 (2만 원) 내고받았다. 몸이 노곤 노곤해져 딥 슬립 해버렸다. 방콕에서 6개월만 살면 몸짱 될 수 있을 것 같다.

 


터미널 21, 찬찬히 살펴보기


여행지에는 항상 가야 할 곳은 많으나 나는 항상 귀찮다. 무언가를 봐야 하고 먹어야 하고 경험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들이 나를 피곤하게 한다. 나는 방콕까지 왔지만 왓포도 왕 아룬도 보지 않은 수상시장도 가지 않은 게으른 여행자다. 또 뭔가 묘한 심리가 있어서 저런 것들으 보지 않아 불안하기도 하다. 아무튼 오늘은 그냥 터미널 21을 구경했다. 신기한 콘셉트이라 좀 더 살펴보고 싶었다.

 각 층의 에스컬레이터가 공항 역할을 한다, 얼마 전 일어난 방콕 테러로 몰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간단한 검문을 하는데 이것 때문에 더욱 공항 같은 느낌이 든다. 돈이 없어 쇼핑을 많이 하진 못했지만 사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방콕에는 한국의 닭갈비가 유행인가 보다, 나는 무슨 춘천에 온 줄 알았다. 유가네 닭갈비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한국식 닭갈비가 영업하고 있었다. 본촌, 교촌 같은 치킨집도 인기가 많은 걸 보면 한국의 치느님이 방콕에도 재림하고 계신가 보다.

 저녁으로 MK라는 샤부샤부 집에 가 정말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제 입맛에 잘 맞았고 그 말인 즉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 소리겠죠, 한국어가 돌비 서라운드 5.1로 들려서 눈감고 먹으면 딱 한국이었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은 MK 수끼


수영과 모히또로 깊어가는 마지막 밤


 밥을 먹고 할 게 없어 또 아로마 마사지를 받았다, 1일 2 마사지를 한다는 분들이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사지 부위를 다르게 하면 할 수도 있구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으로 가기 전 뿌빳퐁 커리가 유명하다는 쏨분씨푸드에 들러 가볍게 게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먹어보고는 싶었는데 혼자서는 먹기 힘든 메뉴라 못 먹고 있었는데 마침 쏨분씨푸드에는 스몰 사이즈를 팔고 있어서 도전해보았다. 맛있었으나 역시 좀 짰다.

 

 집으로 돌아가 마지막 수영을 30분간 즐겼다.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속에 담으려 노력했다. 달이 떠있는 (별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밤하늘을 보며 배영을 하니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도 들었다. 나는 다음에 방콕에 오더라도 꼭 루프탑 수영장이 있는 숙소를 잡고 싶다.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집 옆에 있는 칵테일 바에 들러 모히또 한 잔 했다. 조용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안에는 너무 시끄러웠다. 나는 노트북을 들고 가 전날 일정을 브런치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그다지 외향적이지 않고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인해 혼자 찐따 느낌으로 노트북으로 타이핑만 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약간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왜냐면 나의 노트북은 맥북이니까 말이다.


 마지막 저녁이 되니 아쉬운 마음에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참아야겠죠? 나를 기다리는 너저분한 일상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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