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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Nov 02. 2016

(방콕 8일 차) 방콕의 마지막 날

여행의 끝, 일상의 시작

여행의 끝


 일주일이라는 여행 일정은 나 같은 직장인에겐 거의 영원에 가까운 휴가였다. 떠날 때는 다신 돌아오지 않을 사람의 홀가분한 마음이었기에 마지막 날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 길고 긴 일주일이 이떻게 갔는지 벌써 아득해진다.

 숙소에서 짐을 싸며 일주일간의 삶의 흔적을 지웠다. 탁자 위에 널브러진 잔돈을 챙기고 베란다에 널어놓은 수영복을 챙기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1. 코코넛 음료를 많이도 마셨다.. 담백하게 달고 몸에도 좋은 코코넛 음료.

2. 일주일간 뒹굴던 침대도 이젠 안녕이다, 저 위에서 병마와 싸웠고 약간 외로운 듯 잠이 들었고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던 침대다.

3. 트렁크를 들고 집을 나선다, 이젠 집에 갈 시간.


시암 파라곤에 짐 맡기기

보통 저가항공은 저녁 늦게 출발한다. 그럼 우리의 트렁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바퀴도 있겠다 잘 교육시켜서 알아서 공항으로 가면 칭찬을 듬뿍 해주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시암 역에 있는 시암 파라곤에서 짐을 맡아준다, 무려 공짜로.


고메 마켓 옆에 있으며 위에 사진 같은 증명 플라스틱을 주면 오케이다. 끝나기 전까지만 찾아서 공항으로 갑시다. 시암 파라곤 아래에는 여러 가지 음식점이 있으니 맛있는 식사도 가능합니다.

나는 모닝글로리와 비싼 쌀국수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무엇이 적당할까 생각하다 처음에 방문한 유노모리 온센에 다시 방문했다. 처음 방문했을 땐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100% 즐기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암 파라곤 앞에 있었던 괴랄한 조각상

유노모리 온센에 도착하여 100% 컨디션으로 온천과 마사지를 즐겼습니다.

이번에는 아로마 마사지만 깔끔하게 받았는데 아주 시원했습니다. 얼마나 시원했는지 오일을 등에 묻힌 순간에 잠이 들어, 뒤집으라고 하는 마사지사의 말에 뒤집고 다시 잤습니다. 마사지받다 자는 마사지가 진짜 잘하는 마사지라고 하던데 저와 궁합이 잘 맞는 마사지사였나 봅니다.

유노모리 온센은 방콕의 자랑이자 인류의 희망입니다.


쏜통 포차나에 다시 도착해서 이번엔 맥주와 신선한 생굴 그리고 게살 볶음밥을 먹었습니다. 점원이 맥주잔이 비었을 때마다 맥주를 따라주는 게 신선했어요, 혼자 밥 먹는 찐따라 불쌍해서 동정하신건 아니겠지.

게살볶음밥은 게살이 많이 있었고 꼬들꼬들하고 또 맛있었습니다. 알딸딸해진 기분으로 오토바이 택시를 잡아타고 시암 파라곤으로 향했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마음속으로.


시암 파라곤에서 짐을 찾고 공항으로 가려고 택시를 타는데 다들 공항까지는 미터기를 안 키고 가고 싶어 했습니다. 비루한 여행객을 통해 한몫 잡아보려는 것인가. 사실 큰돈은 아니지만 괜스레 기분이 나빠져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도 좋았어요. 그렇게 남은 돈으로 공항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망고주스, 목베개 등을 샀습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씹으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불안해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잊었던 궁상맞은 나의 하루로 돌아갑니다.


나의 영원할 것 같은 여행은 끝나고 일상은 시작되고 나는 이국적인 어딘가의 삶을 영원히 동경하며 살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펼쳐지는 일상의 여행을 즐기겠다는 낭만적인 소리도 해보고 싶지만, 아침마다 쫓기듯 지하철을 타고 미간을 찌푸리고 모니터를 보고 있을 생각에 입 밖으로 거친 언어가 튀어나오지만 그래도 그 속에 있는 소소한 기쁨들을 위해, 날 기다리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꾸역꾸역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방콕 여행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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