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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Mar 07. 2017

기대하지 않는 코타 키나발루 여행

코타키나발루 1일 차

치열하게 살다 훌쩍 떠나는 여행은 큰 기쁨이지만 백수주제에, 이제 막 자영업 인생을 시작하려는 나에게 코타키나발루 여행은 찝찝함이었다.


퇴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술을 좀 마신 날 코타키나발루 제주항공 저가 항공권을 예약했다. 왜 코타 키나발루라고 하면 비행기표가 싸고 물가가 만만할 것 같아서.


퇴사 후 바로 여행을 가는게 좋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지만 지금 준비하고 있는 가게를 마무리하고 쉬다 오면 좋을 것 같다는 멍청한 생각으로 예약을 했다.


가게는 준비가 되었고 이제 마케팅을 하고 손님을 받아야 하는 타이밍, 그리고 예약 전화가 한, 두 통씩 오고 있는 이 타이밍에 나는 예정대로 여행을 하니 참으로 멍청한 놈이다.


그래나 어쩌겠나 나는 인천 공항에 있고 코타키나발루 행 비행기가 날 기다리는 것을.

이번 여행 준비는 정말 아무 것도 안했다. 비행기를 예약한 날, 호텔을 예약한 것이 전부다.

그냥 가면 어떻게 되겠지.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공항 가는 길이다.

공항 리무진에서 아름다운 인천의 바다를 보니 조금씩 설레이기 시작했다.

돌아올 때 보는 인천 바다는 나에게 같이 죽자고 손짓하겠지.


5시간의 비행은 어찌나 지겨운지.

가지고 간 사피엔스 책을 거의 다 읽어버려서 마지막 부분을 아끼면서 읽어야 한다.

캔디 크러시 소다도 엄청 많이 깼다.

비행기에서 캔디 크러시 소다 독서법을 개발했는데 이게 엄청 효과적이다.

다음에 한 번 알려드릴게요.


유심칩을 사서 끼우니 코타 키나발루 전화번호가 생겼다.

'신난다'

우버로 택시를 불러 호텔에 도착하니 배가 너무 고프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였는데 피곤함과 배고픔이 머리끄뎅이 잡고 싸우다가 배고픔이 이겼다.

근처 KFC로 갔다.

한국에는 없는 참치마요 같은 치킨 밥이랑 치킨 머쉬룸 스프를 먹었는데 맛이 별로였다.


코타 키나발루가서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는 나의 원대한 계획에 몇몇의 친구들은


'그럴 바에 한국에서 쉬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한국에는 외국어로 가득한 TV가 없다.

말레이시아 사람이 말레이시아어로 부르는 노래가 없고

향신료가 가득해 입에 맞지 않는 음식도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어떤 특별한 장소가 아닌 여기가 아닌 아무 곳이다.


내일부터 뭘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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