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갱 Oct 09. 2016

(방콕 1일 차) 떠나는 기분은 언제나 옳다

남자 혼자 방콕 여행 시작


여행의 동기


6개월 전으로 내가 왜 방콕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나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회사에서 목표 매출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이 심해 결제했다. 그 날 그냥 먼 미래의 어느 날로,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나이 많은 할머니가 그때도 건강하실까 생각 드는 그 아득한 미래의 날짜에 비행기를 티켓팅 했다. 무려 6개월 후에 비행기표를 티켓팅한 것이다.


내가 예상한 효과는 두 가지 정도였다.


1. 비행기표를 싸게 구할 수 있다.

2. 그 날을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다.


돌이켜보면 이 두 가지는 철저히 망했다. 떠나기 일주일 정도까지 비행기 표는 6개월 전 내가 샀을 때랑 별 차이 안 났고 나는 그 날을 너무 오래 기다려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회사는 연차에 관대했지만 (6개월 전까지) 내가 여행을 앞둔 이 일주일을 대표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렇게 될 줄 낸들 알았나. 나는 이미 Airbnb까지 예약 결제했는데 알게 뭐람. 앞으로는 떠나고 싶을 때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떠나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분 최소 운동선수

짐을 싸는데 이건 거의 운동선수의 전지훈련 수준이다. 맘 놓고 자고 먹고 운동하고 가 내가 꿈꿔온 방콕에서의 일주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 몸이 막 좋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요즘 좀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 그렇게 됐다. 친구에게는 방콕에서 돌아올 때 몸짱으로 돌아오겠다 선언을 하고 왔다.


해외 여행자 필수 샷

비행하면서 한 생각들


비행기처럼 나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신치림의 노래따라 '벨트에 날 끼우면 바퀴가 타도록' 출발한다. 자기 바퀴 타는 줄도 모르고 내가 낸 몇 십만 원의 돈 때문에 활주로를 달린다. 폭발할 듯 팔딱 거리는 엔진음 후에 기체는 하늘 위를 난다. 그리고 나면 우아하게 활주로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정든 도시와 인사시켜준다.


지루한 비행이었다. 저가항공이라 먹을 것도 안 주고 의자에 달려있는 스크린도 없었다. 그저 가지고 온 '사피엔스'라는 책만 주야장천 읽었다. 발아래 보이는 불빛들을 보며 저곳의 삶을 어떤 것일까 상상했다. 또 위에 떠 있는 별들을 보며 이 별들은 서울에서는 어디에 숨나 생각했다.


비행기는 하늘에 있을 때 너무 우아한 나머지 게으른 속도로 날고 있는 게 아닌가 싶지만 착륙할 때 되면 그 생각이 바뀐다. 정말 빠르다. 괜히 옛 선조들이 빠르면 비행기를 외친 게 아니다. 비행기는 외형에 비해 너무 연약한 바퀴를 가지고 있어 착륙할 때 항상 불안하다. 툭 하고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바퀴는 또 견뎠고 나는 무사히 방콕에 착륙한다.

불신의 방콕 택시

죄도 안 졌는데 긴장되는 수속을 끝내고 컨베이너 벨트에 트렁크가 나올 때 트렁크를 얼싸 앉을 뻔했다. 공항에서 내 가방을 다시 만나는 건 반가운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다.

방콕 통신사의 유심을 끼고 1층으로 내려가 택시를 탄다. 방콕 택시기사가 수건으로 미터기를 잘도 가려놨다. 550밧으로 결판 보려고 해서 '미터 온 플리즈' 하니 '2시간이나 기다렸는데'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토로한다.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올라가는 미터를 보며 구글 맵으로 이 녀석이 우회하지 않고 목적지로 잘 가는지 확인했다.

결국 목적지까지는 450밧이 나왔고, 팁으로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그리고 얼마를 팁으로 줘야 할지 몰라 100밧을 줬다. = 550밧 똑같네. 이런 멍청이.

내겐 너무 과분한 숙소

AIRBNB 호스트와 만나 하우스 투어를 하고 간단히 주변 갈 곳과 주의사항에 대해 들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미안했다. 내겐 너무 과분한 숙소다. 이 숙소라면 애인과, 친구와 왔어도 넉넉히 쓸 수 있을 크기다. 짐을 풀고 나니 안도감과 동시에 묘한 설렘이 느껴진다.


일단, 오늘은 푹 자고 내일부터 방콕에서의 일주일을 시작한다.

남자 혼자 과묵하고 고독한 방콕 여행을 시작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