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다 잠을 조금밖에 못 잤지만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이 눈꺼풀은 회사갈때는 그렇게 무겁더니 방콕에서는 이리 가벼울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내가 방콕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한 후 옷을 주섬주섬 입고 길 밖으로 나가본다. 첫날 아침의 묘한 긴장감과 설렘. 여행의 묘미다.
집 앞에 있는 (Not just) Another Cup이라는 매장으로 갔다. 이 곳에서 브런치를 먹기 위해서다. 외국인들이 많았다. 그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는데 뭐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이었다. 샌드위치가 7,000원쯤 했던 집이었다.
생강과 당근을 넣은 착즙주스를 먹고 이렇게 생긴 브런치를 먹었습니다. 맛있겠죠?
햄과 치즈가 정직하게 들어갔고 빵의 겉면은 바삭하게 잘 구운 토스트였다. 이제 밥을 먹었으니 그토록 기다린 Bangkok Daily Work Out 시작이다.
루프탑에 헬스장과 수영장이 있었는데 헬스장은 생각보다 작고 조용했다. 나 혼자 쓰니 좋았다. 매일 지하에서 운동하다 이렇게 좋은 배경을 보고 운동하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컨디션도 좋아 있는 힘껏 운동했다. 운동이 끝나고 기진맥진 집으로 돌아와서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일요일은 짜뚜짝 시장이 열리는 날이라고 집주인이 놓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샤워하고 집 밖으로 나간다.
방콕은 생각보다 덥진 않았다. 집주인의 말로는 방콕에 겨울이 오고 있어서 시원하다고 했는데 문화의 다양성 인정 못하고 살짝 실소가 나왔다. 우리는 각기 다른 겨울을 지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방콕의 늦가을쯤 될까? 적당히 더운 날씨와 습기를 해 집고 짜뚜짝 시장으로 가본다.
가는 길에 코코넛 워터가 매우 맛있었는데 1,000원도 안 하는 가격인데 매우 맛있었다. 안에는 코코넛 속살도 한가득 있어 만족스러웠다.
주말에만 열리는 짜뚜짝 시장이라 방콕의 모든 관광객들도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 자리에 다 모였다. 시장도 많았지만 상점도 많았다. 재밌는 볼거리가 많아 이 곳, 저곳 구경하니 시간이 금세 갔다. 시장을 구경하면 현지를 가장 가깝게 체험한다고들 하는데 이 시장은 관광에 특화된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고 찰밥도 먹고 과일도 먹으면서 구경을 하다가 보니 하늘이 심상치 않다.
말로만 듣던 스콜을 드디어 경험하는가 싶다.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며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소나기여도 비가 정말 많이 오면 이 비가 평생 안 그칠 것만 같다. 상점 주인들은 이 상황이 몹시도 익숙한지 비가 올 때의 매뉴얼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둥이 치자 '와~'하는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비닐로 덮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것이 방콕 스콜 매뉴얼이다. 나도 의자에 앉아 한참 비 구경을 했다.
절대 그치지 않을 것 같았던 비가 30분 만에 그치고 나는 일본식 온천과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유노 모리 온센으로 갔다.
유노모리 온센, 이 곳은 태국이자 일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택시에 올랐다. 유노모리 온센은 일본식 온천과 마사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먼저 마사지 예약시간 전보다 일찍 도착해 알차게 구성된 온천을 이용한다. 이후 몸이 노곤해지고 나서 선택한 마사지를 받게 된다.
나는 2시간 전에 도착해 규동과 맥주를 마시고 1시간 온천을 즐기고 3시간 30분짜리 코스를 선택했다.
온천과 마사지를 같이할 생각은 도대체 누가 생각한 것일까? 아주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가격과 기대에 비해서 마사지사의 실력은 별로였다.
스크럽: 시원하게 잘 받았습니다.
아로마 마사지: 압은 적당했으나 간지러웠습니다.
허브볼 컴프레스 마사지: 좋은 한방 냄새가 좋았으나 너무 뜨거웠습니다, 뜨겁다고 말해도 덜 뜨겁게 몸을 눌러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마사지사는 원래 랜덤이라 내가 운이 약간 안 좋았나 싶었다. 온천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간다.
한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은 쏜통포차나에서 저녁을 먹었다. 얼마나 유명하냐면 소주도 팔고 입구에 한국말로 대문짝만 하게 '쏜통포차나'라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명해서 간 것은 아니고 신선한 생굴이 있다고 해서였다. 생굴은 한 알에 얼마씩 팔았다. 나는 굴을 좋아해 무려 4알을 시켰으나 (약, 10,000원 정도) 굴이 2개밖에 없다고 해서 2개만 먹었다. 정말 신선해서 방콕에 있는 동안 굴을 많이 먹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볶음밥은 굉장히 알차고 실했으며 해산물 똠얌 수프는 힘들었다. 수프에 나뭇잎도 들어있고 엄청 큰 생강 같은 걸 넣으니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해산물만 겨우 건져먹었다.
왁자지껄 행복한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으니 문득 외로움이 느껴졌다. 최대한 괜찮은 척 EPL을 중계해주는 TV에 집중했지만 옆 테이블 친구들이 부럽다. 같이 오니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들도 맛보고 술도 양껏 먹는다. 저렇게 먹고 택시 타고 집에 가면 참 좋겠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유롭고 마음도 편안하지만 가끔 이렇게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특히 밥 먹을 때, 먹고 싶은 메뉴가 많지만 딱 한 가지를 선택해서 맛봐야 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이틀 날의 여정이 끝났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하루를 일주일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 기뻤다. 하지만 감기가 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