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침, 눈을 뜨니 배가고파 머리만 감고 아침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전날 똠얌 수프에 된통 당한 지라 오늘은 뭔가 익숙한 국물이나 그런 것이 먹고 싶었다. 그래도 현지의 맛을 벌써부터 포기해 버릴 순 없다고 생각했다. 지도에 보니 현지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가 있어 그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방콕의 월요일도 우리네 지긋지긋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했고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매연을 뿜으며 달렸다. 전 세계 모든 월요일은 이렇게 지긋지긋하게 흘러가나 보다.
현지 주민들이 가는 시장을 지나니 지도에서 봤던 푸드코트가 나왔는데, 저런, 향신료 향이 너무 강해 주문하기가 쉽지 않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다. 태국 음식은 쉽지 않다.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가보니 꽤 괜찮은 집이 나타나 그곳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가이드북을 보지 않는 여행의 맛!
안에는 외국인이 많았고 아침 뷔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뷔페는 나중에 봐서 이용을 못했고 메뉴판 중에 크랩 카레 국수를 시켰다. 그래, 태국은 국수가 유명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마저도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국물이 짜고 짜고 또 짰다.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으려고 하니 국수에 국물을 뿌려 비벼 먹으라고 종업원이 보다 못해 말했다. 원래 이렇게 짠 거였고 원래 이렇게 먹는 거였군요. 많이 짰지만 크랩 커리는 정말 실했습니다.
배를 채우고 시장을 살핀다. 짜뚜짝 시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신선한 과일을 봉지 안에 팔았는데 우리 돈으로 500원 정도였다. 초록생 망고였는데 신선하고 맛있었다.
집에 오니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운동은 스킵, 아무래도 감기 기운이 가시지가 않은 채로 어제 힘들게 운동하고 사우나하고 추운 방에서 마사지를 받아서 감기가 도졌나 보다. 그래도 벼르고 있던 스테이크 집이 있어 시암 파라곤으로 향했다.
시암 파라곤 고메 마켓에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던 스테이크 집이 있는데 이름은 You hunt We cook이란 집이다. 마트 안 정육점 옆에 있으며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그 자리에서 고기를 구워준다. 주말에 가면 사람이 많다고 들어 월요일 점심에 갔더니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는 티본스테이크를 정육점에서 샀다.
생각보다 비싸 정육점 아저씨가 바가지를 씌운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분명 1인분이라고 했는데 고기가 너무 많은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게르만족 바이킹처럼 게걸스럽게 고기를 먹어치웠다. 정육점 아저씨는 정직했다. 정말 신선한 시스템의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했으나 티본스테이크는 조금 질겼다.
그리고 시암 파라곤을 구경했다. 각 국 서민들의 생활들은 제 각기지만 상류층의 생황 방식과 취향을 하나로 통일되고 있나 보다. 시암 파라곤을 화성에 던져놓으면 이 건물이 태국에서 왔는지, 한국에서 왔는지, 미국에서 왔는지 모를 것 같다. 난 부자가 되어도 유행과 향락을 따르지 않겠습니다. 도와주세요.
그리고 저녁에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반얀트리 스파가 예약되어 있다. 무리했다.
10만 원 내고 스웨디시 마사지를 한국에서 예약했다. 할인을 받으니 그래도 받아볼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되었다. 반얀트리 스파에서 10만 원에 90분 마사지면 꽤 훌륭한 딜이다. 기대된다.
이런 호사를 언제 또 누릴지 몰라 사진을 마사지받는 방 사진을 찍었으나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사지사는 모든 면에서 신중했고 또한 어떤 일에도 자부심이 있어 보였다. 한국에서 마사지를 종종 받을 때 발을 닦여주는 순간 약간의 미안함이 느껴졌지만 반얀트리의 마사지사는 자부심이 가득해 나는 발 닦을 때도 미안하지 않고 편안했다. 그리고 마사지사는 주의 깊고 사려 깊었다.
완전한 평화안으로 들어오니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 순간만큼은 밖에서 지진이 나고 전쟁이 나고 힐러리와 트럼프가 열심히 설전을 벌여도 나와는 별게의 일이다. 누군가는 이런 평화를 돈으로 사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반얀트리 스파는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다른데서 두 번 받으실 마사지 가격으로 이 곳에서 한 번, 최고의 경험을 해보세요.
반얀트리 리셉션에서 잡아주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니 감기가 심상치 않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싶었는데, 첫날 사진 보면 알겠지만 운동 용품을 한 가득 챙겨 왔습니다, 술도 많이 먹고 관광도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며칠 간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인생사 원래 이런 것인가요? 눈물이 납니다. 내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내일은 푹 쉬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