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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Aug 20. 2017

우리가 잃어버린 우산은 어디에 있을까?

우산 분실에 대한 3가지 생각

20살 때 큰 마음을 먹고 좋은 우산을 샀다. 당시 핫했던 브랜드 Dickies 노란 우산이었다. 비 오는 압구정을 딕키즈 노란 우산을 쓰고 함께 걸으면 압구정에서 제일 잘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도 예쁘다고 해줘서 더 우쭐한 기분이 들곤 했다. 모든 우산들과 같이 딕키즈 노란 우산도 얼마 안가 내 곁을 떠났다. 그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또다시 편의점 싸구려 우산을 쓰고 다녔다. 그마저도 얼마 안가 잃어버렸다.


우산은 잃어버리는 것이다. 모든 우산의 운명은 대부분은 분실로 귀결된다.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에서 우산은 마이너스이다. 우산에 미친 변태가 아닌 이상 우산은 잃어버리기만 하고 줍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서 잃어버리는 우산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서 어디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1. 국제우산협회의 만행

바쁘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알쏭달쏭 스마트 세상에서 우산만큼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몇 개나 될까 싶다. 모든 것들이 시간에 흐름보다도 빨리 유행하지만 우산은 참 진득하게 본연의 모습을 지킨다. 

[출처: http://news.chosun.com] 60년대 우산이라고 하는데 레알 지금 우산보다 더 이쁘다.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평생 쓰는 것이 우산인데 그렇다면 우산 회사에서는 수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1993년 FBI 유출 문건에 따르면 국제우산협회는 비가 오는 날 요원들을 동원해 우산을 수거했다고 한다. 국제 우산협회는 우산 제조 탑 파이브 회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비밀 조직이었으며 우산의 판매량 증가를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르게 되었다. 그들은 주로 대중교통 수단, 카페, 레스토랑 등에 바닥에 놓아진 우산을 자연스럽게 집어 폐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탑 5 우산 회사가 세계 우산시장의 80%를 장악했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이런 활동이 충분히 수지타산에 맞는 일이었다. 다만 2000년대 후반 이후에는 이 회사들의 우산 점유율이 낮아져 더 이상은 이러한 활동이 득이 되지 않아 국제우산협회의 이러한 만행은 중단되게 되었다.

뻥이다.


2. 우산의 바다


옹달샘이 흘러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흘러 모여 바다가 되듯이 우리가 잃어버린 우산도 흘러 흘러 종착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우산의 바다이다.

일례로 내가 피시방에 가서 롤을 하다가 3연패 후 화나서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우산을 놓고 온 게 생각났다. 자리로 돌아가니 우산은 없어 "여기 있는 우산 못 보셨나요?" 하니 종업원은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고 그곳에는 약 우산 50개 정도가 뒹굴고 있었다. 그렇다, 여기는 작은 우산의 바다였다.


이런 우산의 바다가 전국에 얼마나 많을까? 지하철과 버스의 종점, 영화관, 마감시간이 임박한 백화점 등에는 우산이 고인다. 지구의 어딘가에는 이렇게 버려진 우산이 흘러흘러 만들어지는 우산의 바다가 있을 것 같다. 형형색색 버림 받은 우산이 인간을 저주하며 그 곳에 있다.


3.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


이 세상의 하나님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 태초에 당신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듯이 하나님이 다 뜻이 있어서 님이 우산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잃어버리는 우산에 미련을 갖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내 생각에는 하나님이 무언가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약한 마음을 아시고 천국에 큰 선물을 준비하시고 있다. 사실 잃어버린 우산들은 다 천국으로 갔다. 천국의 현관에는 우리가 초 1 때부터 잃어버린 우산을 전시하고 계신다. 내가 중학생 때 큰 맘먹고 샀지만 사자마자 잃어버린 우산도 있고, 나를 압구정 패피로 만들어준 노란색 딕키즈 우산도, 일본에서 1000엔 주고 샀지만 한국에서 3번 쓰고 잃어버린 일본풍 우산도  천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 우산을 보면서 그때의 삶을 추억할 것이다.


"참 좋았던 삶이었다."


우린 그렇게 우산으로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마치 시네마 천국의 엔딩처럼.

그게 아닌데 하나님이 자꾸 우산을 잃어버리게 하면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 인성이 그렇게 ㄷㄷ하진 않을 것 같다.


우산은 잃어버리는 것.

이제는 잃어버려도 실망하지 말고 비싼 우산 샀다가 잃어버리고 가슴 아파하지 말고 그냥 다이소에서 싸구려 우산 쓰고 쿨하게 잃어버립시다.

그렇게 수많은 우산을 보내다 보면 유독 내 곁에 오랫동안 있어주는 소중한 우산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그 우산이 운명의 데스트니이니 그 우산만큼은 소중히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우산마저 잃어버리고 질질 짜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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