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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Nov 02. 2018

꿀잼 모임을 만드는 4가지 역할

당신의 모임은 얼마나 재밌나요?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모임을 계획하고 참여하며 과연 어떤 모임은 재미있고 어떤 모임은 재미없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왔다. 재미없는 모임에 가면 하품이 너무 나왔지만 그런 모임도 거르지 않고 참여해 왜 이 모임이 노잼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그날 밤은 밤을 꼬박 새운적도 있었다. 이런 엄청난 노력 끝에 나는 비로소 재밌는 모임의 4가지 요소에 대해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당신은 노잼 모임을 피할 수 있으며 꿀잼 모임을 계획할 수도 있다.


 재밌는 모임에는 참여자가 항상 4가지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것은 바로 스트라이커, 소재 제공형, 확성기형, 중재형이다.


1. 스트라이커


 스트라이커는 모임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바로 직접적으로 웃기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의 자질에 따라서 모임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이커는 신중하게 계산하여 큣대를 놀리는 프로 당구선수처럼 적재적소에 유머를 때려 넣어야 한다. 스트라이커의 자질은 다음과 같다.


젠틀해야 한다. 성적인 유머, 욕설 등이 더해지는 순간 모임의 수준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밈(MEME)을 잘 만들어야 한다. 모임에만 통하는 코드, 유행어 등을 만들어 모임이 특별하게 존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의 감정에 민감해야 한다. 적절한 소재로 누군가를 웃기는 과정에서 상대의 감정을 끊임없이 캐치하여 유머의 강도나 민감도를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웃겨야 한다. 스트라이커는 무조건 웃겨야 한다. 그것이 스트라이커의 존재의 이유이다.


스트라이커는 모임의 한 명이 적당하다, 한 모임의 두 명이상의 스트라이커가 있게 될 경우는 모임이 7명 이상 될 경우만 균형이 맞게 된다. 6명 이하의 소규모 모임에는 한 명의 스트라이커만 배치하여 과도한 유머 경쟁에 그들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2. 소재 제공형


 소재 제공형은 붕어 밥 같은 역할을 한다. 연못에 뿌려진 붕어 밥 주변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모여들 듯이 끊임없이 이야깃거리와 소재를 제공하여 대화를 끊이지 않게 하고 스트라이커에게 웃길 수 있는 찬스를 준다. 어떤 모임에서라도 소재 제공형이 제대로 역할을 해주면 개꿀잼 모임이 될 수 있다. 소재 제공형에게도 그에 맞는 자질이 몇 가지 있다.


 마음이 넓어야 한다. 자신이 소재가 되어 많은 다수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 간혹 가다 소재는 많이 제공하나 마음이 편협한 사람들을 간혹 보는데 그런 사람들은 몇 번 놀리면 빡치나 횟수를 센 다음, 다음 모임에서는 딱 그만큼만 놀리는 것을 추천한다.

빈틈이 많아야 한다. 평소에 푼수끼가 있거나 덜렁대는 사람들이 좋다. 이런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다양한 소재를 제공하기 때문에 좋은 놀림감이 된다.

진지충 사절. 진지충은 사절해야 한다. 천성이 진지한 사람에게서는 좋은 소재가 나오지 않는다.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별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언제나 좋은 소재를 제공한다.


 소재 제공형은 단순히 놀림감이 아니다. 이 부류는 모임을 위해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촛불과 같은 존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들은 소재 제공형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항상 치켜세워줘야 한다. 그래야 항상 높은 자존감이 유지되어 좋은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 놀림과 칭찬은 대략 5:1 정도가 적당하다.


3. 확성기형


 확성기형는 모임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스트라이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크게 반응하는 이들은 소재제공형에게는 보람이 되고 스트라이커에게는 응원이 되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단순히 크게 웃으면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이들의 역할에 따라 모임의 질은 달라진다.


크게 웃는다. 그렇기 때문에 확성기형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작은 웃을거리에도 크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것은 스트라이커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치며 주변 사람들은 '이게 그렇게 재밌는 거였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눈치가 있어야 한다. 웃어야 하지 않을 타이밍에 웃거나 민감한 소재를 건드려 스트라이커가 아차 하고 있을 때 꼭 한 번 그 부분을 건드리는 애들이 있는데, 그건 좋은 확성기형의 자질이 아니다. 확성기형은 유쾌하게 분위기를 즐기되 스트라이커와 소재제공형 사이의 분위기를 유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빈 역할을 찾아 들어간다. 스트라이커가 지쳐있을 때, 소재제공형의 소재가 떨어졌을 때는 과감하게 해당 포지션을 백업해줘야 한다.


 확성기형은 마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뒷배경 소리처럼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공허한 사운드를  채워야 한다. 이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자질이기도 하겠지만 적절한 타이밍과 적재적소의 포지션을 백업해주는 것은 각고의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중재자형


 웃기지도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면 모임의 쓸모가 없을까? 아니다. 중재자형은 모임의 무게추 역할을 한다. 모임이 산으로 갈 때 적절한 선을 그어주어 이 모임이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할게끔 해주는 역할을 한다. 


빕(Beep) 사운드를 낸다. 적절 속도를 넘어갔다면 적절하게 이를 알려 되돌아오게 한다. 주로 스트라이커의 폭주, 소재제공형의 상처 등이 보일 때 이를 알려준다.

모임에 진지한 주제가 나왔을 때 심도 깊은 대화가 가능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는 중재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주제이다.

민감한 주제 (정치, 종교, 축구팀 등)가 나왔을 때 주제를 적절히 환기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주제를 전환하여 참여자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각자의 약점, 아픈 사연 등을 파악하여 마찬가지로 주제를 환기한다. 중재자는 그래서 각 개인의 대소사를 상세히 알 필요가 있다.


 열기구에 모래주머니가 없다면 열기구는 끝없이 하늘로만 오를 것이다. 하지만 모래주머니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중재자는 바로 모임의 모래주머니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중재형은 6명 기준 1명이 적당하다.


 이상 재밌는 모임의 필수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지막 당부 3가지.

 1. 역할은 유동적이다, 스트라이커가 없는 모임이라면 누군가가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 다른 역할도 마찬가지다. 만약 어떤 모임이 재미없다면 어느 역할이 부재한 것인가 재빨리 파악하여 해당 포지션을 메우도록 하자.

 2. 모임을 계획한다면 머릿속으로 참여자의 특성을 파악하여 모임을 계획하자. 해당 포지션으로 채워진 모임은 꿀잼일 수밖에 없다.

 3. 적절한 자리 배치는 다음과 같다.

 스트라이커 맞은편 소재 제공형을 배치해 소재를 잘 캐치할 수 있도록 한다.

 스트라이커 양 옆에 확성기형을 배치해 흥을 돋운다.

 중재자형을 소재 제공형 옆에 배치해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게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진짜 내가 다 알려줬다.

여러분들 이제 인생에서 개꿀잼 모임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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