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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Jan 21. 2019

86과 96 여행의 온도

10년의 차이는 여행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내가 최근에 두 번의 여행을 했는데 말이야

 96년생 3명과 제주도, 86년생 4명과 화천에 다녀왔다.


무려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의 여행을 허락해준 와이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영광을 소이님에게 돌립니다. 아무튼 십년차이의 여행을 하면서 이 두 그룹 사이에서 10년의 간극을 느끼게 되었다.


1. 텐션


 96은 기본적으로 텐션이 계속 업되있는 상태다.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내내 좋은 텐션을 유지한다.

 86은 차에 타고 출발하는 5분동안 텐션이 최고조에 달하고 이 후 쇠락의 길을 걷는다.

 심지어 이 순간이 제일 재밌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곧 체념하게 된다.


2. 음악

 

 96은 음악의 볼륨 자체가 크고 신청곡이 쏟아진다. 주로 걸그룹이나 힙합 등의 노래가 나오며 흥겨운 노래에 떼창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86은 음악의 볼륨이 작아 잠이나 대화를 방해하지 않아야 하며 플레이 리스트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주로 마빈 게이나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플레이 해놓았다.


 3. 이야기의 시점


 96은 현재를 산다. 지금이 너무 재밌다는 말을 많이 한다. 현재를 사는 그들이야 말로 '카르페 디엠'의 표본이었다.

 86은 과거에 산다. 주로 옛날에 재밌었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래된 친구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예전 에피소드를 꺼내어 즐겁게 노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4. 잠


 두 그룹 모두 술을 먹고 1~2시 사이에 잠을 자는 건 똑같다. 그러나  96은 내일의 여행을 위하여 넘치는 에너지를 누르고 억지로 자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쌩쌩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86은 술 먹고 더 놀고 싶어 죽겠는데 도저히 못참고 11시에 2명, 12시에 포커치다 1명, 나머지 2명도 소리소문없이 꿈나라로 갔다. 일어나서 '다음 날 일어나 자면 안됐었는데 더 놀아야 하는데' 하고 땅을 친다.


5. 음식

  

 96은 굉장히 많이 먹는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맛집을 찾아가길 좋아하며 양껏 먹는 경향을 보인다.

 86은 대충 먹는다. 떡볶이 이야기가 나와 떡볶이집을 찾아 해맬 때 한 명이 '근데 화천이 떡볶이가 유명해?' 라고 말했다. 그런게 아니고 그냥 먹고 싶어서 떡볶이를 먹었다. 대충 먹고 조금 먹는다.


6. 감수성


 96의 감수성은 쿨하다. 좋은 여행이었다라고 말하며 헤어질 때 전혀 아쉬움이 없다. 내일 다시 만날 것 처럼 가볍게 헤어진다.

 86은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안달이 난다. '이 여행을 끝나가는게 너무 아쉬우니 커피 한 잔만 하고 가자', '우리 왜 이런 여행을 잊고 살았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마 나이 호르몬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다.


 7. 술


 96은 술을 조금 마시자고 하면서 많이 먹는다. 다음 날도 전 날 많이 먹었으니 조금만 먹자 하고 많이 먹는다.

 86은 술을 많이 마시자고 하고 조금 먹는다. 최선을 다하는데 저절로 절제하게 된다. 남은 술은 다음 날 아침 라면을 먹으면서 꾸역꾸역 처리한다.


96년생들은 과거의 나, 86년생은 현재의 나.

이제 미래를 나를 만나야 된다.

76년생 여행 팟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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