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하철 빈자리에 앉지 못하는 이유
1250원.
지하철 요금이다.
모두가 같은 요금을 내는데 누구는 앉아서 가고 누구는 서서 간다.
당신 앞에 앉은 그 사람은 그저 운이 좋아서 자리에 앉아서 가는 걸로 생각하나?
천만하다.
지하철 빈자리에 앉기는 빈자리라는 한정된 재화를 누가 가질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 3가지를 전수하겠다.
그냥 발 닿는 대로 지하철 출입구에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한낱 욕심에 불과하다. 치열한 자리싸움은 지하철을 타기 전부터 시작된다. 흔히들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첫 번째 칸 혹은 맨 마지막 칸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기를 바라지만 사실 맨 첫 칸과 맨 마지막 칸은 골수 지하철 유저가 많아 자리에 앉기가 힘들 때가 많다.
내가 추천하는 것은 환승 출구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많이 환승하는 3호선 고속터미널의 경우 9호선으로 갈아타려면 2-3에 위치하는 것이 출구와 가장 가깝다. 만약 이 3호선을 쭉 타고 갈 예정이라면 2-3에 있는 것이 자리에 앉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환승이 많은 고속터미널역, 선릉역, 을지로 3가역 등 환승의 요지를 지날 때는 환승 출구를 미리 파악해 놓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환승 출구 파악이 어렵다면 1번 혹은 4번 출입구에 서있는 곳이 유리하다.
이유는 뭘까?
그것인 노약자석이 1번째 출구와 4번째 출구와 가깝기 때문에 출구가 1번 혹은 4번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노약자들의 동선을 고려한 지하철 공사의 배려다.
지하철에서 서서 가고 있다면 승객들을 타겟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릉역은 회사들이 많은 지역이다. 선릉역을 지날 때는 수트를 입은, 회사원처럼 보이는 사람들 앞에 서있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압구정역, 신사역을 지날 때는 성형을 한 것 같은 사람 주변에 있는 것이 유리하겠다.
충무로, 종로 3가는 노인 인구가 많은 곳이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주변에 서있는 것이 유리하다.
서울대입구, 안암, 교대역을 지날 때는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 주변에 서있는 것이 유리하다.
이처럼 운 좋게 자리에 앉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승객 타겟팅을 통해 자리에 앉을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대부분의 승객들은 핸드폰만 쥐고 있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내리려는 낌새를 못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팁이 있다.
내릴 곳이 가까운 사람은 지하철 전광판을 자주 본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도 수시로 전광판의 현재 역을 파악한다. 핸드폰을 보다가 내릴 역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는 그런 사람의 곁을 지켜야 한다.
곧 있으면 내릴 사람들은 본인의 소지품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지갑을 확인하고 가방을 꼭 쥔다. 이 때는 손의 악력을 확인해야 한다. 이제 곧 내릴 사람의 악력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2배 정도 세다. 손등의 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면 곧 내린다는 표시다.
또는 같은 시간, 같은 역에 내리는 정기 출퇴근 승객의 얼굴을 파악하여 그들 곁에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주변 승객들에 관심을 갖도록 하자.
가까이 있다면 지하철 어플의 목적지, 지도 어플의 목적지, 카톡 내용을 엿보기 등으로 내릴 역을 확인하는 것은 아마추어적인 방법이고 이것은 사생활 침해이니 부디 하지 않길 바란다.
이래도 지하철에 서서 가는 당신이 단지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나?
위 3가지 팁이 당신을 빈자리로 이끌 것이다.
앉아서 가라. 상쾌한 하루의 시작도, 피곤한 하루의 마무리도 서서 보다는 앉아서가 좋다.
이제 당신에게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그럼 이제 자리 양보 또한 흔쾌히 하기 바란다. 노인들에게, 임산부들에게, 아이들에게, 몸이 불편하신 분에게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라.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어차피 우린 금방 또 다른 빈자리에 앉으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