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오래가고 망하지 않고 버티는 CTM 이론.
좋은 자영업이란 무엇일까?
현재와 같이 팍팍한 시대에서는 폐업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게 첫 번째 조건이지 않을까 싶다.
2017년엔 매일 3천 명이 창업하고 2천 명이 폐업했다고 한다.
살벌한 세상이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던 3년 동안 수많은 사장님들의 도전과 성공, 실패를 간접 경험했다. 건방진 이야기지만 안될 것 같은 매장이 안되고 될 것 같은 매장이 되는 걸 보면서 자영업의 감을 조금씩 쌓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망하지 않는 매장에는 다음 3가지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만든 망하지 않는 매장의 CTM 이론이다.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건 알맹이이다. 핵심역량이 있냐 없냐는 항상 그 매장의 성패를 좌우한다.
고깃집은 고기가 맛있어야 하고 치킨집은 치킨이 맛있어야 하며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야 하며 시간을 보내기 편안해야 한다.
기본적인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이다. 내가 보았던 코어가 없는 매장은 금세 문을 닫았다.
하지만 자영업 무한경쟁의 시대가 되며 CORE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것도 사실이다. 카페를 창업하는 사장님들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우린 정말 좋은 원두와 머신을 쓰기 때문에 다른 카페와는 달라요."
라고 커피를 내어줄 때 내가 마셨던 커피는 정말 맛있었지만 바로 전에 만났던 다른 카페 창업하신 사장님이 주신 커피와 별 반 다를 건 없었다.
아마 이 사장님이 10년 전쯤 카페를 창업하셨다면 CORE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기본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CORE에 자신감이 가득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는 기대에 미치지 않거나 그냥 기본적인 창업을 할만한 수준일 때가 많았다.
기본기는 갖추고 다른 매장이 주지 못하는 가치를 주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CORE이다.
일례로 이태원의 작은 카페 중의 하나인 헬카페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은 카페 창업의 모델이 아닐까 싶다.
허름한 건물의 작은 카페의 유명한 메뉴는 헬라떼다. 손님 앞에서 그 자리에서 풍성한 우유 거품을 흘려서 만드는 메뉴인데 전문적인 느낌이 들고 커피도 더 맛있어 보인다. 이런 기본적인 CORE를 바탕으로 인테리어도 헬카페에서만 경험 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커다란 원목이 있고 음질이 좋은 스피커의 음악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주로 ECM의 현대음악이나 재즈, 클래식일 때가 있다. 너무 시끄럽게 떠들거나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는 헬카페의 스테프에게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저녁에는 적당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서 위스키도 한 잔 할 수 있는데 다른 펍에 비해서도 아주 매력적이다.
헬카페에서의 경험은 스타벅스에서도 이디야에서도 할 수 없다. 헬카페는 자신만의 코어를 탄탄히 해서 카페들의 일반적인 경쟁에서 벗어난 케이스이다. 카페 예비 창업자들은 헬카페에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뵌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존경합니다. 헬카페 사장님.
트렌드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자영업의 조건이다.
트렌드는 거대한 파도 같은 것이다. 가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게 해준다. 정말 훌륭한 자영업자라면 트렌드를 만들어 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스티브 잡스는 아니다.
시류를 잘 파악해 꺼지지 않을 파도 위에 오르는 것은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내가 말하는 트렌드가 인형 뽑기, 대만 카스테라, 핫도그, 팥빙수는 아니다. 이것은 잔잔한 파도다. 일시적인 트렌드보다는 인류 통계학적 관점과 인문학 관점에서의 트렌드다. 예를 들어,
1. 1인 가구가 늘고 있고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으며 여름엔 습도가 높고 겨울엔 날씨가 추워 빨래를 하고 건조하기가 어려운 우리나라에서 코인빨래방은 롱런할 사업 아이템으로 본다.
2.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중장년, 노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마사지샵은 괜찮은 사업 모델이 될 것이다.
이런 거대한 파도 위에서는 사업의 난이도는 쉬워진다. 사이즈업도 쉬워지고 차별화할 요소들도 많다.
진정으로 창업아이템을 생각하고 싶다면 지속적으로 동네부터 홍대, 강남 등의 매장을 구석구석 걷는 것을 추천한다. 자영업의 트렌드와 감은 두 발로 얻을 때 가장 확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영업 창업에서 위 코어와 트렌드의 분석이 끝나고 나면 비용의 문제가 남는다.
돈을 들여 노른자 땅 위에서 화려한 인테리어로 시작한 매장이 힘들어하는 걸 보았고 지방 소도시의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상가의 카페가 손님들로 미어터지는 걸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자영업의 시작은 빚지지 않는 것이다. 수학적인 확률로 접근했을 때 매일 3명 중 2명이 폐업하는 현실이라면 망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안 망할 1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열정을 다한 사업이 망해서 속상한데 보너스로 빚더미에 오르면 너무 슬프다. ㅠㅠ 그래서 빚지지 않고 사업해서 망하면 부동산 보증금을 위로금으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 시작은 작게 내가 가진 예산에서 빚지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다. 방법은 있다.
이상 성공하는 자영업자의 CTM 이론입니다.
위 3가지 조건에 충족되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풋내기인 제가 만들었기 때문에 공신력은 없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