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전용 왁싱샵으로 결정하기
'더 이상의 좋은 회사는 없다.'
회사를 그만둘 때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미 최고의 직장 생활을 경험했다. 여기서 오는 결핍이 다른 회사라고 채워질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주목한 것은 직업이었다.
회사보다는 직업에 집중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그런 일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퇴사 1년 전 내가 생각한 것은 바로 전문 왁서였다. 맞다, 털을 제거하는 왁싱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왁싱의 경험은 나에게 너무나 신선했지만 남자가 편하게 받을 수 있는 퀄리티 있는 왁싱샵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고용해 왁싱샵을 운영하는 경영인 코스프레도 생각해봤지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간 훌륭한 사람들의 길을 따르고자 했다.
수 많은 갈래의 길이 있었지만 남성전용왁싱샵을 선택하는데 따른 결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단호하게 결정해버려 주위에서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런 결정은 앞서 말한 좋은 자영업의 조건에 대입해보자면
이미 대한민국에는 수 많은 왁싱샵들이 있었다. 하지만 남성전용 왁싱을 하는 곳은 드문 실정이었으며 남자왁서도 많지 않았다. 나는 틈새시장을 공략함으로써 많은 경쟁에서 대부분 자유로워졌다.
좋은 시설의 대형 왁싱샵을 가고자 하는 사람과 남자를 위한 1:1 왁싱 스튜디오를 가는 사람이 다르다는게 나의 생각이었다.
확신은 경험에서 나왔다. 나는 왁싱을 받을 때 대형샵에서 마주치는 이성들이 약간은 불편했으며 1:1 샵으로 가기엔 퀄리티에 의심을 가졌었다. 또 대부분인 여자왁서에게 받는 것도 그리 탐탁치 않았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아이템의 핵심 역량이 명확해지면서 머릿 속에 매장 인테리어 등 세부적인 그림도 쉽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왁싱을 받는 남자는 소수였지만 대중의 호기심은 많았다.
무엇보다 내가 받아보니 계속 받을 만한 이점이 있었고 얼마안가 주변에 추천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남성전용 왁싱 스튜디오를 오픈 한 지 2~3달 후 미디어에서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한 보도가 많아졌으며 좋은 인터뷰도 몇 건 진행할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유행하는 잔잔한 파도같은 트렌드라기 보다는 앞으로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을 거대한 파도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지말고 입지를 단단히 굳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장 오픈에서 드는 비용 중 가장 큰 것이 매장을 구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1:1 프라이빗한 왁싱샵을 생각하고 나니 그렇게 큰 평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나가는 손님이 아니라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알아보고 오는 손님이 대다수라고 생각되어 꼭 1층~2층일 필요는 없고, 대로변이 아닌 후면에 있어도 된다고 생각이 되었다. 이는 일반적인 좋은 부동산의 매물과는 반대되는 성향이 많아 저렴한 매물로 구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거대한 장비가 필요한 일이 아니고 손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내 오른손과 실력이었다. 다만 다른 곳에 비용을 투자하는 비용을 아끼는 대신 좋은 재료와 실력 향상에는 비용을 아끼지말자고 생각했다.
이런 비용을 계산해봤을 때 내가 가진 범위안에서 빚지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나는 남성전용 왁싱샵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았다.
사업 아이템을 정하고부터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했다.
역시나 주변에 이런 생각을 말하니
'요즘 왁싱샵이 얼마나 많은데'
'남성전용이면 누가 가겠어'
라는 우려들이 쏟아졌다.
다만, 고등학교 때부터 나를 봐왔던 멘토형은
'그 동안 너가 말해왔던 아이템 중에 가장 괜찮은 것 같다, 내가 투자할게'
라고 말해주었다.
거기서 더욱 확신하고 밀어 붙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