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배달'
나에게 스쿠터를 사라고 꼬드긴 손님 한 분은 오실 때마다 우버이츠를 켜서 자신의 수익을 보여주셨다.
"퇴근 후 한, 두 건만 했는데도 돈이 벌려요, 부업으로는 딱이실 거예요."
거기다가 나는 이태원에 있고, 이태원은 맛집이 많아 주문도 많고, 예약제로 시간도 많고 주문이 없을 때는 돌아와 쉴 수도 있는데 스쿠터를 사서 하셔야지 왜 안 하냐고 말했을 때 나는 동의했다. 팔랑팔랑.
그래서 스쿠터를 사고 대충 적응이 됐을 때 나도 우버이츠 고객센터로 가 안전 교육을 받고 배달을 시작했다. 앱에서 배달 온라인을 누르고 조금 기다리면 띠링띠링 벨이 울렸다. 수락을 누르면 매장까지의 주소가 나오고 매장까지 가서 매장 도착을 누르면 손님 주소가 나온다. 음식을 픽업해 손님에게 전달하면 나의 미션이 완료된다.
첫 주문은 너무 떨렸다. 나 같이 하찮은 쪼랩 스쿠터 유저가 이렇게 막대한 임무를 수행해도 되는가, 혹시 음식이 쏟아지거나 식지는 않을지 여러 걱정이 앞섰지만 용기를 냈다.
띠링 띠링 벨이 울리고 나는 처음으로 헤밀톤호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 등을 받아 손님에게 배달했다.
'내가 세상에 이렇게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니'
첫 배달의 느낌은 정말 훌륭했다. 나는 이 세계의 동맥과 정맥의 역할을 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배고픈 이에게 따듯한 음식을 배달하는 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고 가치 있는 일 아닌가. 더군다나 배달시키신 분들은 내가 노크를 하면 한달음에 달려 나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음식을 받았다.
한 여름이라 더웠는데 이게 또 노동의 참맛을 느끼게 해 주기 좋은 요소였다. 앱에는 바로 이번 배달로 번 5,000원이 찍혔는데 20분 남짓 배달하고 번 돈 치고는 많아 보였고 정말 값어치 있게 보였다. 당시 나는 스쿠터를 산 지 얼마 안돼 어디로든, 언제든 타고 싶었는데 이렇게 스쿠터를 탈 명목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으니 1석 2조의 일처럼 느껴졌다.
첫 배달의 느낌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나는 평생 배달을 하면서 살기로 결심했다. 지금 하는 일을 관두고 배달만 하면서 살아도 좋겠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배달해서 맥북도 사고 아이폰도 사고 내 노후 자금도 마련하고 서울에 아파트도 사는 상상을 했다.
물론 그렇게 번 5,000원이 너무 귀해 생수 한 병 살 때도 손이 벌벌 떨렸다.
배달일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