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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Nov 12. 2019

독립서점으로 가야 하는 3가지 이유

힘 있는 외침보단 작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기

 트렌디한 이태원과 한물갔지만 여전히 핫한 경리단길 사이에 해방촌이 있다. 이태원에서 생계유지를 하고 있는 나는 종종 해방촌을 산책하곤 한다. 해방촌은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매장들이 많이 있는데 거리를 걷다 보면 개성 있는 서점들을 만나게 된다. 독립서점이다. 우연한 기회에 서점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다양한 책들이 한가득 쌓여있다. 


'세상에 이런 책들이 있었어?'


 하고 구경하다 책 3권을 구입해 근처 카페에서 후루룩 면을 먹듯 읽어나갔다.

 그 이후 종종 독립서점에 들러 책을 보고 구입하곤 했고 내 책장에는 그렇게 진귀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책들이 쌓여 나간다.


 1. 시간이 지나면 구입하지 못하는 것들


 독립출판물의 매력은 언제나 원할 때 구입할 수 없다는 거다. 홈쇼핑에서


"오직 오늘만 구입 가능, 지금부터 5분 후 방송 종료 후에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라는 멘트에 나도 모르게 초조해지는 그 느낌들을 독립서점의 책들에서 느낄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손에 있는 독립서점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오지 않을 확률이 기성 출판물에 비해 훨씬 높다. '오직 지금 살 수 있는 수량이 제한된 어떤 것'이라는 조건은 구매를 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어준다. 특히나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든다면, 혹은 표지가 아름답거나 제목이 와 닿는다면 충분히 구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없는 좋은 책들은 내 서재에 한 권, 두 권 쌓이게 될 거고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들은 나의 레어 한 독서 취향을 보며 


 '뭐지? 이 남자? 좀 하는데?'


겉으로 티는 안내지만 마음속으로 무수한 박수갈채를 보내 주겠지. 지적 허영을 채우기엔 이만한 게 또 없다.


2. 작게 속삭이는 독립서점


 나는 대형서점을 방문할 때, 대부분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대형서점의 천장까지 이어진 책장, 커다란 포스터들, 이 달의 책들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지적 욕구를 자극받는 동시에 초조해지며 뭐부터 읽어야 하나 지레 질려버리기도 한다. 책이 너무 많아 좋은 책을 결정하기가 어려운 느낌이랄까? 거기에 온갖 높은 차원의 마케팅 스킬까지 더해지니 좋은 책을 선택하기 위해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책을 봐! 이 책 개쩔어, 아 빨리 살 거야 말 꺼야?!"


라고 소리치는 대형서점들은 때론 피곤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독립서점은 조용히 속삭인다. 그래서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다. 무던히 쌓아놓은 책들을 오랫동안 뒤적거리며 한 권 한 권 천천히 살펴야 한다. 대형 서점만큼의 화려한 마케팅 스킬이 없으니 (혹은 이런 게 마케팅 스킬일 수도 있지만) 좀 더 마음을 열고 찬찬히 책을 살펴볼 수 있다. 독립서점은 그런 의미에서 참 편안한 장소다.


3. 자질구레한 다양성의 세계


 독립서점에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대형서점이 잘 팔리는 책이 1위~10위까지 나열돼 있는, 좋은 매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세로의 세상이라면 독립서점은 다양한 이야기가 옆으로 나란히 늘어선 가로의 세상이다.

 독립서점에 간 날 나는 미디어에서 주입해준 선입견이 배제된 여자 경찰의 생', 서울의 오래된 목욕탕을 찍은 사진집을, 핸드폰을 꺼놓고 주말을 보낸 이의 일상을, 회사를 떄려치고 독립서점을 차린 사장님 이야기를,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 치앙마이 음식에 대한 에세이 등의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었다.

 크게 실용적이지도, 큰 교훈을 주는 책들이 아닐지라도 소박한 표지 안에는 그냥저냥 살아가는 우리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다양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텍스트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는 영화, 동영상 등으로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한다. 예전처럼 독서의 목적이 교훈과 철학을 얻는다는 것이라면 책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다. 책이 유튜브에 지지 않고 경쟁하려면 가볍고 재밌어야 하고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 그것에 가장 근접한 것이 독립서점의 독립출판물들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독립출판물을 더 많이 소비하고 독립서점들이 동네 구석구석에 더 많이 생기는 상상을 해본다.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면 그 동네의 독립서점부터 찾고 싶다. 낯선 마을의 서점 안에는 그 지역 사람들이, 저마다의 감수성을 가지고 쓴 책들이 있을 거고 나는 책 한 권을 구입해 그 마을을 여행하며 책을 읽는 것이다. 그 지역을 체험하고 이해하는데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이번 주말은 가까운 독립서점으로 가서 작게 속삭이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보자. 대단한 업적을 가진 위인들의 인생보다 자질구레한 우리의 일상이 더 중요하듯, 대작가들은 아니지만 무명의 작가들이 하는 일상의 더 중요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비유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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