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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Nov 11. 2019

뻔한 결과와 예상밖의 결과

인생을 구성하는 두 가지 결과들

 


 오후 4시쯤, 책을 피고 테이블에 앉는다. 카모마일 티를 우리면서 책장을 넓긴다. 멜론에서 독서+클래식으로 검색해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골라 클래식도 잔잔히 흘러나온다. 비스듬히 노란 햇살이 테이블을 비추고 세상의 평화가 이 곳에 깃든다. 책장이 넘어간다. 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할지 모를 만큼 나는 독서에 세계에 빠져든다.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그건 바로 독서. 그게 바로 지금의 나다.


 겨울에는 항상 손발에 한기를 느낀다. 발이 너무 차가워 이불안에 들어가서 책을 읽기로 한다. 이불안에 들어가니 세상의 평화 + 대마초 수준의 나른함이 나를 감싼다. 손발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지상낙원이구나. 편안하게 책장은 넘어가고 나의 눈은 서서히 감겨온다. 낮잠을 자면 저녁에 잠을 못잘텐데...


 테이블에 앉아 침대를 상상하는 순간, 결과는 뻔했다. 책을 옆에 던져놓고 낮잠이나 쳐자는 결론. 한 번도 이 결론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반전은 없다. 


 인생은 주로 이런 뻔한 결과들로 채워진다. '시험기간 도서관대신 집에가서 샤워하고 상쾌하게 공부한다' 라는 결심의 결과는 아시다시피 '시험 조짐'의 결과로 나타난다. 우리는 이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집의 유혹을 당해내지 못한다. 술도 마찬가지. 개같이 마시다가 '아 이 페이스면 내일 힘들겠는데?' 라고 생각해봤자 이미 당신은 노빠꾸 상태다.


 뻔한 결과들이 인생을 빼곡히 채우는 이것이 인생의 반 정도를 채운다면 대조적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나머지 반을 채운다. 길에서 줍는 소중한 5만원권 한 장, 교수님 집에 불나서 생기는 공강 시간, 다니던 회사가 망해 강제 여유를 즐기는 그런 상황들이 한가득이다.


  절반정도는 정해져있고 절반정도는 어찌 될지 모른다. 어찌 될지 모르는 절반을 불안해 하지도 말고 이미 알고 있는 절반에 실망하지도 말자. 그러려면 대충 살아야 한다. 미련없이 '내 그럴 줄 알았다'하고 냉소 한 번 지어주고 '이런 썅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하고 훌훌 털면서 대충 대충 살아보자.


 그런 첫 번째 단계로 이 글을 대충 대충 쓰고 끝내려 한다. 친구랑 방어 먹으러 가야된다. 뻔한 친구와 뻔한 이야기하는 결론이 기다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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