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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Nov 11. 2019

음악 듣기의 역사

카세트 테이프부터 스트리밍까지

 음악 듣기의 방법이 이토록 급격하게 바뀌었던 시대가 또 있나 싶다. 30~40년 사이에 음악 듣기 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빠르게 변화했고 인류가 존재하게 되고, 음악이 발견되고 난 이후, 우리 세대는 다양한 음악을 가장 손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짧은 삶에서도 음악 듣는 방법이 여러 번 바뀌었다. 내가 경험해 본 음악의 듣기에 방법에 대해 되짚어 보려고 한다.


 1. 카세트테이프의 시대


 테이프의 매력은 연속성에 있었다. 트랙을 넘겨가며 들으려면 여러 번 리와인드하며 정확한 위치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귀찮아서라도 그냥 앨범 전체를 쭉 들는 경우가 많았다.


 주방장이 메뉴판을 만들 때 메뉴의 순서를 고민하 듯, 뮤지션들도 앨범 트랙의 순서를 대충 만들었을 리가 없다. 카세트테이프는 뮤지션들의 앨범의 모든 트랙을 순서대로 듣게 만들어 주었다. 취향에 맞지 않는 노래가 중간중간에 있더라도 다음 곡으로 넘기기 어려워 그냥 듣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면 취향에 맞지 않았던 그 노래도 귀에 익어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졌다. 카세프의 시대에는 뮤지션의 앨범 전체를 사랑하게 해주는 매체였다. 앨범 전체를 사랑하게 되면 그 뮤지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첫 앨범은 김종서의 에필로그 앨범이었는데 왜 그 앨범을 사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엄마에게 졸라 샀었고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듣고 또 들었던 앨범이었다. 지금도 그 앨범을 들으면 나의 어린 시절이 생생하게 살아나기도 한다. 그 당시 음반가게의 풍경을 기억한다. 벽면 가득 테이프가 꽂혀 있었고 5,000원 정도를 내면 꽤 귀엽게 생긴 사각형의 테이프를 얻을 수 있었다. 음반의 모양면에서는 테이프가 으뜸이었다. 손에 잡히는 촉감도 그렇고 보관도 용이했었다.


2. CD의 시대


 CD의 시대는 지금도 유효하다. 대부분의 앨범들은 지금도 CD로 발매되기 때문에 음반 가게의 대부분은 CD로 채워져 있다. CD를 사면 뮤지션을 소유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앨범을 사서 CD를 걸고 음반 속지를 꺼내서 차근차근 볼 때 내가 비로소 뮤지션을 '소유' 했다는 생각이 든다. 


 CD 플레이어를 들고 다녔던 시절에는 오늘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외출 전 신중하게 CD 한 장을 골랐다. 이 앨범 하나를 하루 종일 들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앨범 하나를 고르는 맛이 있었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새로운 앨범을 가지고 나갈 때의 설렘, 날씨와 딱 맞는 앨범을 들고나갈 때의 그 느낌이 참 좋게 기억된다.


 앨범이 보통 마음에 들면 보통 CD가 튀길 때까지 듣는 게 보통이었다. 테이프보다는 나아서 트랙을 넘기기도 쉬웠고 음질도 훨씬 뛰어났다. 책장 한 켠에는 CD로 채워지게 되는데 앨범들의 정렬은 곧 음악 취향의 역사가 되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CD를 많이 사진 않지만 여전히 책장 한쪽에 꽂힌 CD들은 나의 취향을 말해준다. 


3. MP3 플레이어의 시대


 친구가 128MB MP3 플레이어를 학원에 가져왔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다. 이 조그만 기계에 노래가 열몇 곡씩이나 들어있다니... 혁신이란 이런 것이었다. 취향 껏 고른 노래를 넣을 수 있고 언제든 노래를 바꿀 수도 있으니 이 정말 편해 보였다. 당시 음원은 소리바다에서 받을 수 있었으니 음원 다운로드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당시 저작권은 옆 집 개에게 주로 줬었다.


 학생 신분이었던 우리는 앨범 구매 비용을 아끼며 최신의 플레이리스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MP3를 빌려 들으면 그 사람 취향으로 가득 찬 노래들을 잔뜩 들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친구의 MP3를 빌려 들으며 음악적 식견을 넓힐 수가 있었다.


4. 스트리밍의 시대


 스마트폰은 세상을 바꿨고 우리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 역시 바뀌었다. 어디서든, 언제든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앨범을 구매할 필요도, 소유할 필요도 없어졌다.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좋아하는 노래들을 딱딱 들을 수 있으니 이렇게 음악을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것이 놀랍다.


 그때,  때 생각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 중에서 좋아하는 트랙만 쏙쏙 뽑아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이런 일들이 이제는 너무나 일상적인 이런 일이 되어버렸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찬란한 음악의 시대에 내가 듣는 음악은 계속 같다는 것이다. 5년 전 내가 자주 들었던 음악차트를 보여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지금의 플레이리스트와 너무 똑같아 소름 끼쳤던 경험이 있다. 오히려 음악을 듣기가 불편했던 시절보다 음악적 저변이 넓어지지 않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기술이 더 발달하여 AI가 고도화되면 나의 취향에 꼭 맞지만 내가 모르는 곡들을 더 추천해줄 수 있을까? 기술의 발전을 기대함과 동시에 불편함에서 왔던 장점들이 그리워진다. 내일은 내일에 맞는 CD 한 장을 꺼내어 진득하게 '정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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