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체질 홍시
" 무대에 나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네요?"
1학년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마이크 잡는 것은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혼자 무대에도 선다고? 신기했습니다. 저는 항상 엄마 다리뒤에 숨기 바쁘고 발표하는 순간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이러다 멈추는 것은 아닌지 할 정도로 울렁증에 시달렸는데.. 지금도 역시 많은 사람이 주목할 때의 말하려고 하면 얼굴은 새빨간 토마토로 바뀌고 목소리는 덜덜 자동바이브레이션이 됩니다. 그렇다면 제가 아닌 아빠를 닮았나 봅니다. 어렸을 때 개구쟁이였던 홍시의 아빠. 겨울에는 썰매를 탄다며 비탈에 물을 잔뜩 뿌려 미끄러운 빙판을 만들어 동네할아버지의 꾸중대신 허허 웃음을 받던 코흘리개 아이.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진에는 현장학습 가서 마이크를 잡은 쑥스럽지만 웃음이 지어지는 입꼬리를 쑥 삼킨 표정의 홍시가 있었습니다.
학교 동요제에 반으로, 혼자 무대도 서기로 해서 잘 부르는 동요를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잘 부르는 동요를 연습하고 공연 포스터까지 만들어 학교에 붙이고 동요제 날이 되었습니다. 노래를 부를 때 박자 음정을 기존노래에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속도가 너무 빠르고 높낮이를 맞추기 아직 어려워서요. 천천히 홍시만의 속도대로 노래를 합니다. 집에서도 음음음~ 허밍으로 노래를 부르면 제목 맞추기!. 그리고 특정 부분 듣고 제목 맞추기!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그녀만의 매직!
마을방과후에서도 전체모꼬지에 홍시는 단독무대로 장기자랑에 나섰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동요 참 좋은 말. 아빠가 마이크 들어주고 지우는 노래하고, 친구들도 따라 같이 부르고. 엄마만 얼굴이 홍당무가 되고 모두 즐거운 시간입니다. 상품으로 과자 한 상자를 받았습니다. 홍시의 얼굴이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네요.
홍시는 노래 듣기도 좋아합니다. 아침 기상송으로는 바나나차차, 바나나알러지원숭이를 주로 요청하고요. 엄마가 이제 홍시노래 듣기 싫다 할 때는 어른들의 노래도 잘 들어줍니다. 엄마, 아빠의 그날그날 취향에 따라 브로콜리 너마저, 가을방학 노래를 주로 즐겨 듣고요. 좋아하는 노래는 러브홀릭의 러브홀릭, 악뮤의 I Love you, 콩떡빙수, 7 공주의 러브송입니다. 운전하다가 뒤에서 흥얼거리는 홍시의 가요노래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핸드폰 속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는 홍시와 나의 노래가 공존합니다.
어릴 적 아빠의 커다란 전축을 통해 비틀스, 카펜터스의 세계로 건너갔던 것처럼, 홍시도 집안의 스피커를 통해 넓은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길, 좋아하는 노래가 그런 길이 되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