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의 시선?

밖으로 데리고 나가주세요.

by 홍시

홍시와 KIADA2025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 다녀왔습니다. 작년공연 때 홍시가 잘 봐서 올해도 도전했었는데요. 오후 7:30 공연이라 할머니, 이모와 같이 저녁 먹고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작년과 다르게 홍시가 공연 시 암전이 되니 무서워했어요. 그래서 자꾸 말을 하길래 쉿 하라고 했는데 뒷 좌석분이 아이 데리고 나가달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조용히 시키겠다고 하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홍시는 암전 때부터 계속 저한테 기댔다가 일어났다가 멍멍 소리, 으앙 우는소리를 내고 저는 뒷분에게 나가달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이미 머릿속 퓨즈가 끊기기 직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속상했어요.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인데 장애인이 와서 보지 못하면 이 무대는 비장애인만을 위한 건가? 홍시를 조용히 시키고 자리를 지키려는 행동이 첫 번째였지만 무리해서까지 공연을 계속 관람할 수는 없기에 조용히 홍시에게 힘들면 나가자고 했어요. 홍시는 아이러니하게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공연 중 억지로 끌고 나갈 수 없어 자리를 지켰습니다.

첫 무대가 끝나고 뒷좌석분이 다시 말씀하셨어요. 아이가 이런 곳에 들어와도 되냐고, 홍시가 다니는 발레프로그램의 단체가 주최하는 무료공연이었고 학생들에게 프로그램과 일정을 홍보하였습니다. 그리고 전 연령 관람이기에 제한 없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분은 한번 더 아이를 데리고 나가달라고 말하셨고 전 공연을 계속 볼 거고 아이도 나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니 다시 조용히 시키겠다고 했어요. 두 번째 공연 관람 중 중간에 또 홍시가 소리를 내서 나가려고 하니 나가지 않겠다고 하네요.

한 무대가 끝나고 결국 졸고 있던 홍시아빠랑 홍시는 같이 억지로 내보냈는데 마침 쉬는 시간 되었어요. 결국 공연장 밖으로 가족 모두 나오게 되었습니다. 공항할머니는 상황을 보고 홍시가 내는 소리에 민감해지기도 하고 저도 더 집중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어요

제가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강하게 드는 생각은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가 장애인무용제를 보지 못하면 누가보지? “ 였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가슴에 큰 돌덩이를 얹은 듯 마음이 무거웠어요. 공연장에서 시끄럽게 하는 아이를 방치하고 그럼에도 공연을 보겠다는 엄마가 되어서요. 홍시와 공연장 들어가기 전, 공연 시에는 말하면 안 된다고 쉿 하는 거라고 공연예절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홍시는 자폐스펙트럼의 한 부분인 멍멍거리는 반향어를 자주 해요. 암전이 많은 공연을 미처 모르고 조용히 집중해야 하는 무용극의 성격을 모르고 아이한테 무리한 공연을 보게 한 걸까?

뒷자리분에게 먼저 사과를 하며 장애를 설명하고 공연을 지속해서 봐야 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가달라는 말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고 공연장 암전되는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말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빙빙 맴돌기만 하고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더라고요. 홍시를 아는 사람이라면, 오며 가며 보던 친구, 어른들이라면 나가라고까진 말씀 안 하셨을 텐데,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었을 텐데 너무 아쉬웠어요.

다음부터는 아이와 어떤 공연인지 미리 꼼꼼히 살피고 같이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매년 광복절 즈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를 대학로에서 엽니다.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몸, 몸짓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제가 갖고 있는 정상성이란 시선은 얼마나 좁고 얕은지도 알게 되었고요. 무료 공연으로 열리니 강력 추천 드리며 홍시도 발레 대해 꿈을 키우며 매 수업마다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장애아동에게 여러 가지 길을 열어주시는 빛소리친구들, made발레에 대해 많은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며 저 또한 그런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한 걸음 온 마음 모아 내딛겠습니다. 장애인무용에 대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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