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안경을 쓴 검은 안경 세상의 너

너의 세상은 어떨까

by 홍시

며칠 전 홍시와 함께 놀이터에 갔다. 동네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연락하고 요일과 시간을 잡았다. 토요일 오후 3-4시 정도 만나서 놀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날 홍시는 오전 일정이 많았다. 한 달마다 가는 병원에서 주사 맞고, 동네 치과에서 충치검진에 불소 도포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 먹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얼토당토 안 하게 짜증을 부린다. 퍼즐이 안된다며 성질을 낸다. 몸이 피곤하고 졸린 것을 퍼즐 탓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침대에 같이 눕자고 하니 안 눕겠다고 하면서 몸은 기어들어왔다. 그러다 몇 초 안 돼서 바로 잠이 든다. 근데 망했다. 동생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30분 밖에 안 남은 것이다. 곤히 잠든 홍시를 보고 안절부절못하는데 핸드폰이 띵똥 울린다. 한강 놀이터에서 만나자는 문자. 분명히 짜증 낼 텐데... 준비하겠다고 말하고 최대한 시간을 버틴다. 끌다가 "소이 만나기로 했어. 얼른 일어나 가자" 더 자겠다는 아이를 붙잡고 일으켜 준비해 나갔다. 역시나 컨디션이 안 좋다. 놀이터에서 짜증만 실컷 부린다. 짜증 내는 덩치 커다란 아이를 동생도 눈치를 보고 다른 어린이들도 한 번씩 보고 지나친다. '그렇게 소이랑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타이밍이 왜 이렇지...' 그러다 모래파기 놀이에 집중한다. 그래서 같이 옆에서 나도 모래를 파고 놀았다. 다른 아이가 다가왔다. 6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 홍시가 파고 있는 모래구멍에 같이 나뭇가지로 파며 저지레를 한다. 홍시가 갑자기 뭐가 싫었는지 아이 머리에 모래를 뿌리고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던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최근에는 이런 충동적인 행동이 줄어들어 많이 자랐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이런 행동이 나오니 너무 당황했다. 말릴 새도 없었다. 아이의 모래에 머리를 털어주며 연간 미안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어머니께서 오셔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데 아이를 데리고 훌쩍 가버리셨다. 홍시한테 물었다. 왜 그랬냐고. 홍시는 눈물만 그렁그렁하고 내 목소리에만 놀란 투이다. 이전에도 이런 행동을 할 때 왜 그러는지 앞뒤 맥락을 알고 싶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상황을 모르겠었다. 그래서 학교선생님, 방과 후 선생님에게도 상의드렸는데 그때에도 행동의 관계가 불분명했고 그러다 소거되어 더 이야기 나누지 못했다.

"동생이 네가 하는 거 방해하는 거 같았어? 그럼 동생한테 하지 마라고 말하는 거지 모래를 던지거나 나뭇가지를 던지는 건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이야. 나쁜 행동이야 "라고 말했다.

홍시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인지 알아듣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모래놀이를 중단하고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그물을 오르기 시작했다. 흔들대는 두 다리로 오르고 있는데 2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거꾸로 내려오고 있었다. 당연히 홍시가 비켜 올라갈 줄 알았는데 허둥대다가 아이를 밀어버리는 꼴이 되었다. 이것 역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엄마가 홍시를 밀면서 "아기를 밀면 어떡하니. 그렇게 하지 마"라고 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가버리셨다. 나도 너무 당황해서 말이 안 나왔다. 그렇게 마음 생채기 하나가 생기고 홍시한테 다시 이야기했다 " 네가 밀고 싶어서 민 게 아니라 몸이 그렇게 된 거야?" 그러니 "응"이라고 말한다. " 밀려고 했던 게 아니에요. 조심할게요라고 다음에는 아주머니께 말씀드려"라고 말하니 알겠다고 한다.

말로 내 마음이 모두 전달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말, 행동 등 온몸으로 표현한다. 홍시 역시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 앞서는 경우가 많고, 울음이나 짜증으로 표현되는 일도 많아 알아채기 힘들 때도 많다. 오히려 홍시의 아빠가 그런 행동을 더 재빨리 알아챌 때가 많다. 그래도 말로 표현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런 일이 이따금 있을 때면은 나는 또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장애로 이름 붙여진 특성상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어른들은 문제행동, 도전행동이라고 말한다.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의사소통 방법을 개발하기도 하고,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향 정신성약물을 투여하기도 한다. 홍시도 언어치료실에서 지금 5년째 수업을 받고 있지만 치료실의 말은 세상밖으로 나와지지가 않는다. 세상 속에서 쓰는 말, 상황은 너무 다르다. 나조차도 말이 중심인 가치관을 가지고 주류인 세상을 40여 년간 살아왔다.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길, 서로 돌아보고 돌보며 살아갈 수 있길, 오늘도 아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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