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선생님을 만나고
처음 이수현 선생님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 것은 돌봄과 작업 2에서였습니다. 그 책은 여러 명의 엄마들의 돌봄과 작업사이를 들여다본 책이었어요. 선생님은 교사이면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 둘을 키우고 계셨고 그 책을 본 이후 선생님의 저서인 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를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내 이야기 써놓은 것 같은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줄을 안 그은 곳이 없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장애를 가진 아이여서 그럴까?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이야기 나누고 기댈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도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에 가면 더 편할 텐데라고 말했었어요. 그 말이 얼마나 서운하게 들렸는지 모릅니다. 우리 아이가 그렇게 다른가? 우리도 보통의 가족이고, 홍시는 내 딸일 뿐인데…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렇게 말을 할 수 있지?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근데 특수학교에 보내고 나니 훨씬 양육자들과 이야기 나눌 때 편했어요. 서로의 상황,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대화를 해도 잘 통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이 기다란 꼬리표처럼 항상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면 홍시가 장애가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홍시는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지만 아직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더 많아지고 잘하고 싶어 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빠르면 사춘기에 접어들 시기이기도 하고 점점 양육자와 멀어지고 있는데 홍시는 아직도 제가 졸졸 쫓아다닙니다. 저의 불안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지 “엄마 출입금지야 출입금지!.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해” 이런 말을 요즘에 자주 합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제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이제 홍시와 점점 거리를 두고 멀어져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끝이 보이는 돌봄이 될 수도 있겠죠?
홍시와 처음 마주하는 아이와 어른은 행동과 모습이 낯설기만 합니다. 홍시는 그저 내 딸일 뿐이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인데 하는 마음과 나도 어릴 때 장애가 있는 낯선 친구들을 피했는데… 하며 지난날의 교실로 돌아가있고는 합니다. 우두커니 앞자리를 지키던 이름한 번 불러본 적 없던 친구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홍시의 일상을 sns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공유하고 싶어서였어요. 우리 가족에 대해 궁금하고 홍시에 대해 궁금해도 직접 물어보는 건 어려울 수 있는데 sns 상에서 일상을 보고 물어보는 건 더 쉬울 것 같아서였어요. 그동안 어두운 긴 터널에서 외롭기도 하고, 우리의 모든 것을 많이 숨겼다면 지금은 일상을 드러내고 장애인의 삶, 미래에 대해 같이 관심 가지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 우리 동네에는 그런 아이도 있었지. 그런 가족도 있었어하고 말이에요.
이수현선생님의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라는 책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비장애인 양육자들과도 같이 읽고 싶은 책입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중등교실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엄마로 만나는 학교의 모습과, 교사로 바라보는 아이들, 학교의 모습, 성과주의, 더불어 사는 삶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에 다닥다닥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붙여놓을 정도로 밑줄 긋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통합교육은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네모난 교실 내에서 누구도 배제당하지 않는 작은 사회, 특수교육대상자인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는 아이들을 모두 손잡고 가는 교육이라는 것을요. 제가 진작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학교에 대해 많은 고민 하지 않고 집 앞의 배정된 학교에 보냈을 텐데 아쉬워해봅니다. 그리고 이수현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날 수 있다면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특수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여러 학교의 모습을 이야기 듣고 들여다보게 되니 그만큼 저의 마음속에 작은 힘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맞닥뜨렸다면 포기하고 지쳐 쓰러졌을지도 모릅니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엄마가 제게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특수학교 엄마 편하려고 보내는 거지 뭐~” 네. 사실 편합니다. 너무 편합니다. 하지만 학교의 분리, 사회의 분리, 우리나라의 교육의 방향, 사회의 나아갈 방향은 이 것이 정답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제가 특수학교와 집 앞 초등학교의 전학을 생각해보고 있는데 아이는 어느새 자라 지금의 특수학교가 좋다고 말하고 있네요.
이수현선생님을 공동육아 마을 방과후에 조합원교육 강사님으로 모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정말 세심하게 장애아를 키우는 저의 마음뿐만 아니라 비장애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강의도 열성을 다해 주시고 준비를 많이 해오셨습니다. 2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고 좋았어요. 교육 이후 저는 통합교육 이야기자리라는 후속모임을 만들어 통합교육에 대해 더 공부하고 터전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교사의 이야기도 들으며 앞으로의 교육방향도 이야기해 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선생님이 사회에 균열을 내고 노력하시는 만큼 저도 에너지를 쏟아 홍시와 같이 살고 있는 마을 방과후에서 통합교육 이야기를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앞에 나서는 일은 잘 못하지만 꾸준히 발맞추어 가는 건 잘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