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
홍시의 까치발과, 평발, 아치 무너짐을 교정해 줄 깔창을 맞추러 가는 날이었어요. 시간에 맞춰 방문했는데 “ 신발이 좀 작은 거 같은데요?” 해서 바라보니 앞가락이 닿다 못해 뚫고 나올 지경까지 이르렀더라고요. 어찌 매일 신발을 보고 신겨주면서 그걸 몰랐을까. 저의 무심함에 또 한 번 한숨이 나옵니다.
당장 신발 사러 가자!
주변 검색 후 신촌 현대백화점으로 갑니다. 신발가게에서 색깔을 고르고 신어보고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그 와중 신발가게 맞은편으로 홍시가 달려갑니다.
“집에 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 라며 말이에요.
맞은편 가게에는 예쁜 구두, 색색의 드레스가 가득합니다.
“홍시야 드레스 입고 친구랑 운동장에서 놀 수 있어? “
“없어요…”
“ 드레스 입고 운동치료 갈 수 있을까?”
“없어요…”
우리 다음에 사러 오자며 데리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내내 마음에 홍시의 말이 걸려있고 내려가지가 않습니다.
“ 홍시야 우리 운동복 사러 갈까?”
“ 좋아!”
라며 급하게 나갈 채비를 합니다. 이럴 때는 킵초게선수 부럽지 않습니다.
집 근처 쇼핑몰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아동복 층으로 올라갑니다.
여러 가게를 지나가며 “이 옷은 어때? ” “아니 불편할 것 같아”를 반복하다가 로엠걸즈 가게 앞에 이릅니다.
로엠걸즈!
이 가게 나 초등학생일 때도 있었는데! 하며 순간 스쳐 지나갑니다.
친구 부모님이 일하느라 바쁘셨는데 가끔 로엠걸즈 가게로 불러 이 옷 저 옷 친구 몸에 대보고 한 보따리 골라서 사 오는 게 부러웠었습니다.
이제는 딸하고 로엠걸즈 가게에 왔습니다.
홍시는 드레스 앞에 한참 서성이다가 “운동복 고르자!” 하니 삐죽삐죽 거리며 제 앞으로 옵니다.
그래서 한참을 실랑이 끝에 분홍색 레이스 운동복세트, 회색 리본 운동복세트, 하늘색 꽃무늬 원피스를 구매했습니다. 집에 와서 이 옷 저 옷 신나게 입어보더니 제일 맘에 드는 하늘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뱅글뱅글 돕니다.
“ 나 이쁘지?”
입고 자겠다는 걸 한사코 말려서 밤잠을 재우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엄마 원피스는?”
그렇게 좋을까 저도 덩달아 웃음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