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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를 뒤로하고, 이제는 베로나

세 번이나 도와준 하늘, 오늘만은 무제한인가?

by 홍천밴드

볼차노에서 베로나로 이동하는 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비 오는 날 트렁크를 끌고 기차역을 가는 건 생각만 해도 힘들다. 하늘이 도우시는 건지 다행히 길을 나서기 전에 비가 그쳤다. 구글 지도로 길을 보고 있는데, 철도 파업을 한다는 정보가 떴다. 이건 또 뭔지. 철도 파업은 굉장히 잦은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게 닥친다고 생각하니 하늘은 하루에 한 번만 돕나?! 하지만 다행히 베로나 가는 열차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역시 하늘은 하루에 한 번만 돕는 그런 종량제는 아니었다. 제발 철도 파업은 하더라도 나중에 아주 나중에 하길 바라본다.


베로나 숙소가 얼리 체크인이 안 된다고 해서 일찍 가도 짐을 둘 곳이 마땅하지 않아 기차 출발 한 시간쯤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기차역에서 케밥을 먹으며 기차를 기다렸다. 베로나 가는 열차는 6번 플랫폼에 온다고 해서 한참을 기다렸다. 오라는 열차대신 6번 플랫폼에 기차 레일 위에 무언가 흰색 물감 같은 것을 뿌리는 열차가 지나갔다. 녹스는 걸 방지하는 것 같았다.


여러 번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이탈리아, 독일어를 번갈아 방송이 나왔고 영어로는 방송이 없었다. 시간이 다되어 가는데 오라는 열차는 안 와서 이상해서 챗GPT를 켜고 이탈리아 방송을 번역하게 했는데, 플랫폼 6번에서 1번으로 변경된다는 내용이었다. 남은 시간은 불과 5분정도 있었다. 기차역은 그렇게 크지 않아 뛰면 열차를 탈 수 있는 시간이긴 했다. 트렁크를 들고뛰었다. 이번 열차를 못 타면 철도 파업이라 언제 또 다음 열차가 있는지 몰랐다. 영어방송은 왜 안 해주는 건지 의문이었고, 그 흰색 물감 뿌리는 열차 때문에 플랫폼이 변경된 것 같은데 왜 하필 오늘 뿌렸을까.. 하늘은 하루에 2번 돕는 걸로 끝나는 건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하늘은 하루에 3번은 돕는 것인지 여유 있게 베로나 가는 열차를 탔다.


매번 이동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볼차노 기차역 6번 플랫폼에서 베로나 기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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