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상대성 이론, 내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갈까?
거창하게 과학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시간이 가는 체감 속도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어렸을 때의 기준을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라고 하면, 사실 그때까지 시간은 참 느리게 갔던 것 같다. 특히 중간, 기말고사는 너무 자주 돌아오는 기분이었고 언제까지고 안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치열했던 공부가 주 업무인 시기는 끝났다. 그 이후 회사에 들어가서는 참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눈떠보면 새해, 다시 정신 차리면 봄, 그리고 여름 그리고 인사평가 시기 그러곤 다시 새해. 언제 그랬냐 싶게 시간은 흘러만 간다. 그렇게 한해 한해 지나가면서 속도감은 더더더 빨라진다.
아마도 갈수록 기억력이 좋지 않아 져서 생기는 문제 같다. 물론 어떤 시기는 참 시간이 안 간다 싶을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참 시간이 빨리 간다.
시골에서도 시간은 참 잘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텃밭 일을 하거나 어느새 점심, 저녁을 만들어 먹으면 곧바로 잠잘 시간이다.
가만히 앉아 경치를 보고 있을 때면 주변 소음은 없고, 움직이는 것이라곤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만 있을 때, 그럴 때면 시간이 멈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때도 시간은 잘만 간다. 이렇게 시간이 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숫자가 이렇게 많나 싶게 나이가 들어있다. 흰머리가 하나, 두 개씩 생기고, 얼굴의 주름과 탄력은 눈에 띄게 없어진다.
사진을 찍어서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내 얼굴이 정말 이렇구나. 내가 이제 정말로 나이가 들어도 많이 들었구나. 한숨을 쉬면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고 자기 암시를 해보지만 그때뿐이다.
그러면서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도 생긴다. 난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이 세상에 무언가 남기고 싶긴 한데 내가 남긴 거라곤 세상에 썩지 않는 여러 쓰레기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쓰고 싶고, 음악도 만들고 싶고 세상에 내가 있었다고 아주 작게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올해는 음악을 만들어서 그렇게 인기 있는 노래도 밴드도 아니지만, 그래도 2024년에는 앨범을 처음으로 만들어 봤다는 경험이 가장 큰 나의 올 한 해 업적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이야기들을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쓴다는 것도 올해 나의 두 번째 업적! 이만하면 올 한 해도 잘 지냈다.
물론 내가 쓴 글이나 음악이 누군가가 그렇게 열광할 내용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 명의 독자, 한 명의 내 음악을 듣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라도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실천하고 있는 건 하루에 글 하나씩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은 미리 대략적인 내용을 써 놓았던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조금만 수정해서 올리면 돼서 하루에 하나씩 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리 써놓았던 에피소드들이 다 소진되고 있어 앞으로는 하나씩 올리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 한 명의 독자, 그 한 명의 청취자를 위해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