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가 고갈된 날의 기록

242일째, 여전히 빈 페이지 앞에서

by 홍천밴드

1년 동안은 매일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한 지 어느덧 242일이 지났다. 작년 12월 4일부터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니 벌써 8개월이 지났다.


매일 글을 올리는 건 사실 생각만큼 쉽지 않다. 주제가 떠오르면 바로 써내려 갈 수 있는데, 오늘같이 뭘 쓸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날이면 괜히 웹서핑을 하게 돼 책상에 앉아서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게 된다.


매일 쓰다 보니 글 쓰는 근육은 분명 단련됐다. 예전처럼 글 쓰는 것 자체가 힘들지는 않은데 매일 쓰다 보니 문제는 소재다. 매일 쓰다 보면 소재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괜찮은 새로운 맛집, 카페를 가게 되면 정보를 써서 올리는 이유는 기록차원도 있지만 하나의 글 소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새로운 맛집이나 카페도 자주 안 가고 이전에 갔었던 곳을 주로 가게 되어 새로운 소재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물론 글이라는 게 꼭 특별한 경험만을 다뤄야만 하는 건 아니다. 요즘 느꼈던 감정이나 마당에서 본 곤충이야기도 좋은 소재가 된다. 하지만 오늘은 그마저도 눈에 들어오는 소재 없다. 그래서 오늘은 쓸 소재가 없다는 것을 소재 삼아 글을 하나 채우기로 한다.


글 365를 채우고 나면, 그 이후에는 매일 글을 올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매일 글을 쓰는 건 너무나 좋은 루틴인데 매일 쓰다 보니 글을 대한 성의가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는 글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생각이 정리되고, 마치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이 나를 기록해 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억력은, 특히 나의 기억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글로 나의 생각을 남긴다면 1년 전, 아니 10년 전의 나를 생생하게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기록의 힘은 참 대단하다.


그래서 오늘은 마땅한 글감은 찾지 못했지만, 결국 그런 고민조차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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