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7 [알베르 카뮈, 이방인]

사회가 만든 이방인, 혹은 스스로 만든 이방인

by 홍천밴드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이방인을 오랜만에 다시 펼쳤다. 책이든, 영화나 드라마든, 한 번 보고 나면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특히 오래전에 본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방인 역시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장점이 있다. 마치 처음 읽는 책처럼 신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새 책을 살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방인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계속 궁금해진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주인공 뫼르소는 요양원에 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는 울지 않았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렀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지나치게 담담한 태도를 의아하게 생각한다. 장례식 다음 날, 뫼르소는 해수욕장에서 전 직장 동료 마리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 주인공은 직장 일이나 결혼 같은 사회적 관습에 무관심하며, 삶의 방향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웃 레몽이 알제리 아랍인들과 갈등을 겪게 되면서 뫼르소는 우연히 그 싸움에 휘말린다. 무더운 해변에서 아랍인 한 명과 마주친 그는, 태양의 눈부심과 더위 속에서 권총을 발사해 살인을 저지른다. 재판에서 살인 동기보다 뫼르소의 성격과 장례식 때의 ‘무정함’에 맞춰진다. 검사는 그가 어머니 장례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점, 장례식 다음 날 연인과 놀러 간 사실 등을 근거로 ‘비인간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뫼르소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는 감옥에서 자신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인생이 본래 무의미하다는 사실과 세계의 부조리를 받아들인다.


이방은 한 개인의 행동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과 가치 판단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 소설은 살인 사건 자체보다, 사회가 관습적 감정과 태도를 따르지 않는 개인을 어떻게 판단하고 배척하는지를 보여준다.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리고 다음 날 일상을 보냈다는 이유로 사람을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나 감정 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이방인’ 취급하곤 한다. 외모, 국적, 문화가 다르면 그 비난은 아마도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만약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누명을 쓰고, 단지 사회적 관념만으로 이방인 취급을 받아 사형에 처해졌다면 정말 부당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뫼르소는 실제로 살인을 했다. 그래서 어쩌면 그가 정말 위험한 인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단지 뜨거운 햇빛 때문에 의도치 않게 방아쇠를 당겼다면, 비슷한 상황이 다시 주어진다면 또다시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뫼르소는 과연 사회가 만든 희생양일까, 아니면 자신의 무감각과 무관심이 불러온 비극의 주인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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