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을 넘어,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로
사실 한국에서 베이글 열풍을 불러일으킨 브랜드는 런던베이글 이전에 코끼리베이글이었다. 흥미롭게도 천홍원 대표 역시 런던베이글 대표처럼 패션 업계 출신이다. 역시 요즘 F&B 사업은 트렌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천 대표는 원래 의류 사업을 했지만 하는 족족 실패했고,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중 아는 형님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일하게 되면서 처음 빵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은 뉴욕식 베이글의 딱딱하고 무거운 식감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을 선호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에 맞춰 반죽과 굽는 방식을 조정해 자신만의 베이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화덕 베이글’이었다. 참나무 장작을 사용하는 화덕에서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 화덕을 제대로 설치하고 안정적으로 굴리기까지는 무려 2년의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그 긴 과정을 견뎌낸 끝에 2017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코끼리베이글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코끼리베이글 매장은 대체로 역세권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위치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늘 줄이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한 번은 여유를 내어 직접 줄을 서서 베이글을 사 먹어봤다. 기존의 베이글과 달리 쫀득하면서도 고소한 빵의 매력이 확실히 느껴졌다. 기다려서 먹은 탓인지 보상심리도 작용해 결국 여러 개를 사 버렸고, 일부는 냉동실에 보관하기도 했다. 요즘은 예전만큼 긴 줄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인기는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천 대표는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직영 매장을 중심으로 천천히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수많은 투자 제안과 입점 요청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거절했고, 오직 맛과 품질, 그리고 매장 운영의 기본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현재는 영등포 본점, 용산점, 성수점 등 세 곳에서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천 대표는 앞으로 4호점 오픈과 함께 세컨드 브랜드 론칭도 준비 중이다. 단순히 베이글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한국에서 베이글 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런던베이글과는 또 다른 행보를 보여줄 그의 다음 스텝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