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작지만 재미는 크다
홍천 집 뒷산에는 밤나무가 두 그루 있다. 열매를 맺기 전까지는 꽤나 귀찮은 존재였다.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긴 수꽃이 바닥을 덮는데, 그걸 그냥 두면 갈색 물이 들어 보기 싫어 매일같이 쓸어야 했다. 일종의 강제 운동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쓸고 다니던 시기가 지나가니, 어느새 나무에는 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바닥에 밤이 떨어져 있다. 이번엔 쓸 일이 아니라 주울 일이 생겼다.
밤 줍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하다. 우리 집 밤나무는 알이 작은 편이라 열심히 까도 알맹이가 적어, 노력 대비 가성비는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눈에 보이면 자꾸 줍게 된다.
어느 정도 모이면 칼집을 내고 직화로 굽는다. 타지 않게 살살 굴려주면 고소한 군밤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배가 출출할 때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요즘은 마당에 나가 밤을 주우러 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 사실 내가 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막상 떨어진 걸 보면 괜히 주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역시 인간의 수렵 본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다만 조금만 늦게 나가면 옆집 아주머니가 이미 다 주워간다. 세상사, 모든 게 경쟁이다! 얼른 오늘도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