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알고도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꽤 오래 전인 2017년에 개봉했던 SF 영화 컨택트를 이제야 봤다. 처음에는 잔잔한 영상과 느릿한 전개 탓에 집중하기 조금 어려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빠져들었고, 엔딩을 보고 난 후에는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깊이에 감탄했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에 나타난 거대한 외계 비행 물체들로 시작된다. 웨버 대령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즈 뱅크스 박사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를 불러 외계 존재 ‘헵타포드’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그러나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혼란은 점점 커져간다.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그들의 언어가 시간의 흐름이 없는 원형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그 언어를 이해할수록 그녀의 인식 또한 변하기 시작하고, 결국 루이스는 자신이 보고 있던 ‘비전’이 과거가 아닌 미래의 기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헵타포드는 인류에게 시간을 초월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선물하려 했던 것이다. 루이스는 미래에 자신의 딸이 죽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삶을 선택한다.
영화는 외계와의 첫 접촉을 다루지만, 실은 인간의 내면과 소통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외계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그 끝에서 루이스는 언어를 넘어선 ‘시간’과 ‘운명’을 받아들인다. 특히 인상 깊은 건 “미래를 알고도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사랑과 슬픔이 함께 올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랑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기꺼이 그 시간을 산다는 루이스의 선택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컨택트는 외계 생명체와의 대화보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이야기였다. 미래를 알고도 그 길을 선택하는 용기, 어쩌면 그게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말하는 언어의 힘이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루이스가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며 시간의 구조를 새롭게 느끼게 된 것처럼, 우리가 쓰는 언어 역시 사고방식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미래를 알게 되는 능력은 갖고 싶은 동시에 갖고 싶지 않은 능력이다. 미래를 미리 안다면, 인생에서 느끼는 흥미와 설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물론 루이스처럼 기꺼이 그 시간을 살겠지만,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반전 영화처럼 사는 건 어쩐지 재미없다. 외계 언어는 그냥 배우지 않는 걸로 하자. 영어도 제대로 마스터가 안 됐다.
그리고 영화에서 헵타포드는 3000년 후 인류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선물로 능력을 건넸다. 하지만 인간이 미래를 본다고 해서 정말 외계 생명체를 도와줄까? 인간의 이기심으로 볼 땐 글쎄다 싶은데, 또 모르지. 만약 그 대가로 엄청난 혜택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