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는 순간이 모든 걸 결정한다
젤리롤 케이크는 제과 실기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롤 케이크 품목이다. 얇고 부드러운 시트를 구운 뒤 잼을 바르고 말아 완성하는 케이크로,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공정 하나하나에 섬세함이 요구된다. 특히 반죽의 상태와 굽기, 말아내는 타이밍에 따라 완성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기본기를 제대로 익혀야 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롤케이크는 예전부터 친숙하게 먹어오던 케이크였지만, 정작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시트를 구워 밀대로 말아 완성하는 걸 제과 실기를 준비하면서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다.
젤리롤 케이크는 버터 스펀지케이크와 마찬가지로 공립법을 사용한다. 전란과 설탕을 중탕으로 약 40~45℃까지 데운 뒤 믹서로 충분히 거품을 올려 공기를 넣는다. 이 과정에서 반죽이 가볍고 부드러운 조직을 갖게 된다. 이후 체 친 가루를 넣어 섞고, 녹인 버터를 반죽 일부와 먼저 섞어 밀도를 맞춘 뒤 전체에 고루 섞는다. 이때 너무 오래 섞으면 기포가 꺼져 시트가 딱딱해지기 때문에 빠르고 가볍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여기서도 속도와 타이밍이 관건이다.
반죽이 완성되면 팬에 고르게 편다. 젤리롤 케이크는 두께가 생명이라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주걱이나 스크래퍼로 평평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캐러멀 색소를 이용해 무늬를 낸다. 이때도 색소가 들어간 반죽을 너무 치대면 무거워져서 색이 잘 안 날 수도 있다. 굽는 온도는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안에 굽는 것이 포인트다. 너무 오래 구우면 수분이 날아가 말 때 갈라지기 쉽고, 덜 구우면 꺼지거나 끈적이는 식감이 된다.
시트를 말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완전히 식기 전에 크림이나 잼을 바르고, 시작이 느슨하면 형태가 흐트러지고, 반대로 힘이 과하면 시트가 찢어질 수 있다. 한 번 접듯이 말아준 뒤에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굴려주면 된다. 잠깐의 휴지 시간을 거치면 단면이 깔끔한 롤 케이크가 완성된다.
젤리롤 케이크는 유럽식 스펀지케이크에서 발전한 형태로, 특히 프랑스와 일본을 거치며 다양한 스타일로 발전해 왔다. 한국에는 제과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시기에 함께 들어와 현재는 제과 기능사 실기에서 기본기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생크림, 초코, 딸기 등 응용의 폭은 넓지만, 기본 젤리롤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연습 대상이다.
막상 만들어보면 젤리롤 케이크는 결코 쉬운 케이크가 아니다. (하긴 뭐 하나 쉬운 게 없으니까) 반죽, 굽기, 말기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공정의 연속이다. 특히 말아야 하는 순간은 늘 가장 긴장된다. 한순간에 모든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깔끔하게 말린 단면을 보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그 부드러움은, 그동안의 긴장을 단번에 보상해 준다.
요즘은 롤케이크를 예전만큼 베이커리에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만들어보고 나니 왜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케이크인지 알 것 같다. 베이커리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지만, 기본이 되는 맛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