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야?!
흑미롤은 전통 곡물인 흑미를 제과 공정에 접목한 롤케이크로, 밀가루 대신 박력쌀가루와 흑미쌀가루가 들어간다. 고소한 곡물 향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인 제품이다. 기본적으로는 시트형 케이크를 얇게 구워 말아내는 롤케이크 공법을 따르지만, 흑미가루가 들어가서 그런지 말 때 실수가 많이 나와서 케이크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흑미롤은 공립법으로 만든다. 공립법은 달걀과 설탕 소금을 중탕으로 잘 녹인 후 기계로 거품을 잘 내고 체친가루와 우유를 넣어서 반죽을 완성한다. 완성된 반죽은 팬에 고르게 펴 바른 후 단시간 고온으로 구워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고, 식힘 단계에서 과도하게 마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트가 완전히 식기 전 크림을 얇게 바르고 말아 주는 것이 갈라짐을 막는 핵심이다. 크림도 휘퍼로 쳐서 만들어야 하는데 조금만 해도 팔이 아프다.
흑미가루는 수분 흡수력이 강해 반죽이 쉽게 뻑뻑해질 수 있으므로 액체 비율 조절이 중요하다. 반죽이 무거워지면 쉽게 꺼져 시트가 낮고 단단하게 나온다. 또한 흑미 특유의 어두운 색감 때문에 구움색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표면 색만 보고 판단하면 과다 굽기가 되기 쉬워, 굽는 시간과 탄력 확인이 중요하다. 말아줄 때는 흑미 시트가 잘 갈라질 수 있어서 부드럽게 잘 말아야 한다. 이게 어렵다.
흑미롤은 흑미 자체의 고소함과 은근한 단맛이 살아난다. 곡물 풍미와 담백함을 강조한 롤케이크라는 점에서, 일반 케이크보다 어른 입맛의 디저트로 딱이다.
흑미 자체는 오래전부터 동아시아에서 약용·보양 곡물로 여겨져 왔지만, 이를 케이크에 활용하는 문화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서양 제과에는 곡물을 분말 형태로 넣은 케이크 전통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 양과자가 유행하면서 흑미, 말차, 흑임자 등을 케이크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 속에서 흑미를 시트에 섞은 롤케이크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웰빙 트렌드와 전통 재료 재해석 흐름 속에서 흑미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쌀 케이크, 현미빵, 흑임자 디저트 등이 주목받던 시기와 맞물려, 흑미롤은 ‘건강한 케이크’ 이미지로 소규모 베이커리와 호텔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소개되었다. 특히 쌀 소비 촉진과 글루텐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 속에서, 흑미를 활용한 롤케이크는 한국적인 재료를 활용한 현대 제과의 한 예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대중적인 제품이라기보다는, 콘셉트 베이커리나 실기·교육 과정에서 곡물 케이크의 응용 예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흑미롤은 전통 곡물과 서양 제과 기술이 만난 롤케이크로, 달콤함보다는 고소함과 담백함을 살린 이 케이크다. 실기 준비하면서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긴 한데, 내가 잘 못 만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먹으려고 포크로 자르면 너무 잘 부서져서 먹기에는 불편하긴 했다. 물론 맛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