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후사에서 훠궈까지, 청두를 거닐다
청두 여행 3일 차에는 삼국지로 유명한 무후사를 찾았다. 무후사는 삼국시대 촉한의 재상 제갈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이다. ‘무후’는 제갈량에게 내려진 시호로, 무후사는 중국 전역에 있는 제갈량 사당 가운데서도 규모가 가장 크고 상징적인 장소로 꼽힌다. 이곳은 제갈량 한 사람만을 기리는 공간이 아니라, 유비를 비롯한 촉한의 군주와 신하, 장수들이 함께 모셔진 사당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사당 내부에는 유비의 능인 혜릉이 있어, 무덤을 한 바퀴 크게 돌아볼 수 있다.
경내에는 붉은 담장과 오래된 나무들이 많고, 정원에도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보인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성지 같은 장소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삼국지 속 인물들이 책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무후사를 직접 보고 나니 모두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삼국지를 끝까지 읽지 못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다면 삼국지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니 충분히 와볼 만한 곳이다. 설령 삼국지를 잘 모르더라도, 주변 경관과 정원이 아름다워 청두에 왔다면 한 번쯤 들러야 할 장소다.
무후사를 나서면 바로 옆에 진리거리가 이어진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늘어서 있고, 중국 특유의 거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밤이 되면 등이 켜져 훨씬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하는데, 낮에 방문해서인지 다른 중국의 먹거리 골목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기에 적당한 정도였다.
그다음으로는 청두의 대표 번화가인 춘시루와 타이구리 지역으로 이동했다. 쇼핑몰 외벽에 판다가 매달려 있는 IFS 건물이 있는 곳으로, 이 근처에 위치한 미슐랭 가이드 선정 식당 마왕즈를 찾아갔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궁바오가지향샤치우(宫保茄香虾球)는 가지와 새우를 튀겨낸 요리인데, 3분 모래시계와 함께 나온다. 처음에는 3분 후에 먹으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반대로 3분 안에 먹어야 하는 메뉴였다. 괜히 더 서둘러 허겁지겁 먹게 됐다. 가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새콤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청두에 왔으니 마파두부도 빼놓을 수 없어 메밀 볶음밥과 함께 주문했는데, 얼얼하게 매웠지만 정말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쇼핑몰을 천천히 구경하며 소화를 시킨 다음, 콴쟈이샹즈 거리로 향했다. 이곳 역시 다양한 먹거리와 상점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다른 중국 도시의 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유독 눈에 띄는 점은 귀청소를 해주는 가게가 많다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생겨 비교적 규모가 있어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가격이 40위안이라 부담 없이 시작했는데, 귀청소를 받는 내내 추가 비용을 내면 다른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업셀링이 계속 이어졌다. 맘 편히 들어갔다가, 조금 불편한 기분으로 나오게 됐다. 다른 곳들도 이런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귀청소를 받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지막 저녁으로는 대망의 훠궈를 먹었다. 숙소가 훠궈 거리가 있는 곳에 있어, 숙소 바로 맞은편에 있는 용선원(Longsenyuan) 훠궈집을 선택했다. 두 가지 국물로 주문하고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를 함께 시켰다. 마라 국물은 예상대로 가장 강렬했다. 뜨겁고 맵고 얼얼해서 먹는 내내 정신이 없었다. 훠궈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요즘 속이 좋지 않아 한국에서는 매운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데, 청두에서는 매운맛의 끝판왕 같은 음식들을 연달아 먹게 됐다. 다행히 속이 뒤집히거나 불편해지지는 않았고, 오히려 소화가 잘되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이렇게 오늘도 청두에서 다양한 문화와 음식을 경험하며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