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여행 1일, 판다와 마파두부

대나무 숲 속 판다들과 얼얼한 맛 사이

by 홍천밴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중국 청두로 여행을 떠났다.


청두는 쓰촨성의 성도로, 2천 년이 넘는 긴 역사 속에서도 큰 전쟁을 거의 겪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도시다. 삼국시대에는 유비가 촉한의 수도로 삼았고, 제갈량이 활약했던 중심지이기도 해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매력적인 여행지다. 또한 청두는 미식의 도시로도 유명한데, 쓰촨 요리의 본고장이자 마라로 대표되는 강렬하고 매운 맛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자이언트 판다 연구기지까지 있어 볼거리와 먹거리가 모두 풍부한 도시다.


청두는 중국 내륙에 위치해 있어 한국에서 꽤 거리가 멀다. 비행기로 약 4시간 정도가 걸리고, 청두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도 차로 한 시간 넘게 달려야 도착한다. 인구가 약 2천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라 규모가 어마어마해, 어딜 가든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청두에 도착한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판다를 보러 디디 택시를 불렀다. 오전에 방문해야 대나무를 먹으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판다들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서둘렀다. 판다 연구기지는 멸종 위기에 처한 자이언트 판다를 보호하고 번식시키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판다의 자연 서식 환경을 최대한 재현한 공간에서 연구·보호·번식·교육을 함께 수행하는 기관이다. 기지는 넓은 녹지와 대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적인 동물원과는 달리 판다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일상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직접 가보니 부지가 정말 엄청나게 넓었다. 아마도 일생 동안 볼 판다는 이곳에서 거의 다 본 것 같았다. 대나무를 먹거나, 장난을 치거나, 혼자 멍하니 생각에 잠긴 판다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어린 판다들은 서로 장난치는 걸 무척 좋아하는 듯했다. 몸집은 큰데 관절은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그래서 쿵푸판다가 만들어진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지에는 판다를 보러 온 중국 아이들도 정말 많았다. 판다들은 밥을 먹거나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사람들의 환호와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질서를 유지하고 소음을 통제하는 관계자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하면 “조용히 하라”는 말을 더 크게 외쳤다. 조용히 하라는 말이 오히려 더 시끄럽게 들리는 그 상황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조금 웃겼다.


운 좋게 레서판다가 돌아다니는 모습도 봤는데, 작고 정말 귀여웠다. 판다에 크게 열광하는 편은 아니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직접 보는 경험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판다와 레서판다 인형도 하나씩 샀는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았다. 정말 귀엽다.


판다 구경을 마친 뒤에는 청두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식당인 진마파두부(陈麻婆豆腐)에 갔다. 청두 맛집을 검색하면 항상 상단에 등장하는 곳으로, 마파두부의 원조로 알려진 식당이다. 기대감을 안고 청두의 대표 음식인 마파두부와 궁바오지딩을 주문했다. 마파두부는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매운맛이 강렬했는데, 한국에서 먹어본 마파두부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맵긴 했지만 밥과 함께 먹으니 매운맛 특유의 매력이 살아났다.

궁바오지딩은 닭고기와 땅콩, 건고추, 화자오를 볶아낸 매콤달콤한 요리로, 잘게 썬 닭고기와 땅콩의 조합이 꽤 잘 어울렸다. 땅콩이 많이 들어간 요리는 처음이었는데, 이상하게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역시 중국 음식은 맛있다.


마파두부라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 따로 찾아봤다. 처음에는 ‘마(麻)’가 마라의 ‘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청나라 말기인 1862년, 진(陳) 씨라는 여인이 남편을 마차 사고로 잃은 뒤 생계를 위해 시누이와 함께 청두 북부에 진흥성반포라는 작은 식당을 열었다. 이곳에서 두부에 고추, 화자오, 소고기, 고추기름 등을 넣어 만든 매운 요리를 팔기 시작했는데, 맛이 워낙 좋아 점점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후 ‘진 씨 노파(婆)가 파는 얼얼한(痲) 두부’라는 뜻에서 ‘마파두부’라는 이름이 붙었고, 식당 이름도 진마파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설로는, 진 씨 부인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아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었기 때문에 ‘곰보 할머니가 만든 두부 요리’라는 의미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청두에서 판다를 보고, 마파두부를 먹었다면 할 일은 거의 다 한 셈이다. 정말로 알차고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생각에 잠긴 팬더
아주 빨간 마파두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겨울은 원래 이렇게 추웠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