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원래 이렇게 추웠었나?

기억, 계절, 그리고 인간

by 홍천밴드

요즘 연일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운 나라에 살고 있긴 하지만, 매년 이렇게까지 추웠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작년에는 눈이 정말 많이 와서 3월까지 눈을 쓸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작년만큼 눈이 많이 오지는 않지만, 살을 베는 듯한 강한 추위만큼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마 작년에도 이렇게 추웠을 텐데, 그 기억이 흐릿해진 것일까.


인간은 너무 힘들었던 시기의 기억을 스스로 조정하는 존재인 것 같다. 그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느끼거나, 기억의 조각을 거의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야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니, 이것 역시 이기적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살을 에는 칼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그래도 겨울은 추워야 한다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는다. 해마다 점점 더 살기 팍팍해지는 느낌이 들고, 정말 매년 이렇게 추웠나 싶어진다.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일이 유독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여름에는 폭염과 홍수, 가뭄이 번갈아 오고, 겨울에는 이렇게 혹독한 추위와 눈을 견뎌야 하니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산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그런 환경 덕분에 각 계절을 버틸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은 발전해 왔을지도 모른다. 열대 지방에서는 겨울이 없으니 혹한을 대비한 용품이나 단열 기술이 필요 없을 것이고, 반대로 늘 추운 지역에서는 냉방 기술이 크게 발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계절을 견뎌온 땅에서 기술력이 쌓여온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도 아쉬운 건, 갈수록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파릇파릇한 봄과 뜨거운 여름이 지나간 뒤 찾아오는 시원한 가을바람은, 홍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데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렇게 추운 겨울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기세가 꺾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혹독한 추위라도 3월, 4월이 되면 물러가고 그 자리는 따뜻한 날들이 채운다. 그 점이 참으로 다행이다.


어떤 때에는 애써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조용히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결국 순리에 따르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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